에릭 다이어(30, 바이에른 뮌헨)를 떠올리게 하는 수비가 한둘이 아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안일한 대처 끝에 굴욕적인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맨유는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1라운드에서 첼시에 3-4로 무릎 꿇었다. 리그 기준 맨유가 첼시에 패한 건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무려 7골이 터지는 난타전이었다. 첼시가 전반 4분 만에 갤러거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고, 전반 19분 파머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2-0까지 달아났다. 안토니가 어설픈 수비로 박스 안에서 반칙을 저지른 게 뼈아팠다.
맨유도 그대로 물러나진 않았다. 전반 34분 가르나초가 카이세도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추격골을 넣었고, 전반 38분 브루노가 헤더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맨유는 역전까지 일궈냈다. 후반 23분 가르나초가 머리로 안토니의 환상적인 아웃프런트 크로스를 마무리하며 3-2 역전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첼시의 빌드업 실수를 골로 연결하며 비수를 꽂았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맨유가 아닌 첼시였다. 맨유는 후반 추가시간 7분 달로트가 노니 마두에케를 뒤에서 밀어 넘어뜨리며 페널티킥을 헌납했고, 다시 한번 파머에게 실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맨유는 후반 추가시간 11분 파머에게 역전골까지 얻어맞으며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 실점 장면이 가장 실망스러웠다. 맨유 수비진은 코너킥 상황에서 짧은 패스를 받으려 움직이는 파머를 보고도 아무도 따라가지 않았다.
손가락을 들어 그를 가리킨 선수는 셋이나 있었지만, 그중 움직인 이는 없었다. 마치 손을 높이 치켜들고 지시만 내리는 다이어를 연상케 하는 황당한 수비였다. 대가는 쓰라린 패배였다. 그 덕분에 파머는 자유롭게 공을 잡은 뒤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맨유를 무너뜨렸다.
영국 '더 선'은 "파머가 극적으로 최후의 승리를 거뒀다. 맨유는 팀 전체가 '잠이 들었다'라는 맹비난을 받았다. 브루노는 파머를 가리키고, 마커스 래시포드는 엉뚱한 방향을 보고, 코비 마이누는 엉덩이에 손을 얹는 등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대선배 리오 퍼디난드도 허술한 수비를 지적했다. 그는 "만약 선수들이 집중했다면 파머는 거기에 도착해서 돌아설 수 없어야 한다. 그런 순간을 가질 여유가 없다. 집중력이 문제라는 걸 알려준다. 문제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맨유 팬들 역시 분노를 참지 못했다. 더 선에 따르면 팬들은 "코너킥에서 잠이 든다. 그래, 쓰레기통에 들어가라. 이 경기를 그렇게 버렸다. 용서할 수가 없다!", "첼시의 결승골이 다 보여준다. 맨유는 가장 큰 위험을 앞두고 팀 전체가 완전히 잠들었다. 창피하다", "웃기지도 않다. 누가 코너킥 수비를 지휘하는 건가? 오나나와 매과이어가 책임졌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영국 'BBC'에 따르면 파머가 역전골을 터트린 정확한 시간은 100분 39초였다. 이는 PL 역사상 가장 늦은 시간대에 나온 결승골이다. 첼시로서는 누구보다 짜릿한 승리를, 맨유로서는 누구보다 뼈아픈 패배를 맛보게 된 셈이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도 "맨유는 99분 17초까지 이 경기에서 앞서 나가고 있었다. 이번 경기는 PL 역사상 가장 늦게까지 이기고 있던 팀이 패배한 경기다. 붕괴"라고 주목했다. 후반 추가시간 9분 17초까지 이기고 있던 팀이 아예 역전패를 당한 건 맨유가 역대 최초라는 이야기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맨유(승점 48)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5위 토트넘 홋스퍼(승점 57)과 격차는 여전히 9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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