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이 토트넘에서 400경기를 뛴 가운데, 팬들은 "500경기도 편안하게 나설 것"이라며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 선발 출전하면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4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역대 14번째이자 비유럽 국적 선수로는 최초다.
다만 경기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토트넘은 1-1 무승부를 거뒀다. 손흥민도 공간을 찾기 위해 애썼으나 90분 동안 침묵했다.
이와 별개로 토트넘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손흥민을 '아이콘'이라 칭하며 그의 4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애니메이션을 공유했다. 한글로 '사백'이라고 적힌 책을 시작으로 손흥민이 지난 9년 동안 쌓아올린 기록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손흥민이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넣었던 토트넘 첫 골을 시작으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후 1호 골, 그를 2020 푸스카스상의 주인공으로 만든 번리전 70m 질주골 등이 조명됐다.
이외에도 손흥민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장으로 선임된 장면,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 수상 등 잊지 못할 추억들이 담겨 있었다.
토트넘은 지난 2015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뛰고 있던 손흥민을 영입했다. 당시 기준 이적료는 3000만 유로(약 399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함부르크를 통해 분데스리가에 입성한 손흥민은 2010-2011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합류해 조금씩 존재감을 발휘했다. 기량을 인정받아 2013년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두 시즌 동안 맹활약했다. 특히 2014-2015시즌 17골을 터트리며 차범근의 한국 선수 분데스리가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에 다가서기도 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첫 시즌인 2014-2015 EPL 28경기에 나서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부터 그는 토트넘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2016-2017시즌 EPL 34경기를 소화하면서 14골 8도움 성적표를 작성했다.
그는 2021-2022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손흥민은 EPL에서 총 23골을 터트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22골로 살라에 한 골을 뒤져 있었지만 노리치시티를 상대로 멀티골을 폭발하며 23골을 완성했다. 같은 시간 울버햄튼전에서 한 골을 추가한 살라와 함께 득점왕이 됐다.
EPL을 넘어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 EPL·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프랑스 리그1·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건 손흥민이 최초다.
좋았던 시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득점왕에 오른 뒤 바로 다음 시즌이던 2022-2023시즌 손흥민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본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손흥민은 시즌 초반 자신에게 다소 맞지 않는 위치에서 뛰며 부침을 겪은 데 이어 2022카타르월드컵을 코앞에 두곤 안와골절 부상을 입어 수술대에 올랐다. 월드컵 참가가 불투명할 정도였지만 손흥민의 의지는 대단했다. 특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월드컵에 나섰고 한국의 16강행에 크게 일조했다.
손흥민이 월드컵에 다녀온 후 토트넘 사령탑은 2번이나 바뀌었다. 지난해 3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경질한 토트넘은 4월엔 뉴캐슬전 1-6 대패를 이유로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 대행까지 경질했다. 팀은 크게 흔들렸지만, 손흥민은 기분 좋은 개인 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시즌 리그 10골 6도움, 공식전 14골 6도움을 기록하며 EPL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과 7시즌 연속 20개 이상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시즌 초반 부진과 소속팀 내 발생한 악재를 이겨내고 작성한 귀중한 기록이다.
손흥민은 아시아 역사도 썼다. 그는 지난해 4월 브라이튼전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득점을 올리면서 EPL 통산 100골 고지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 최초 기록이다.
더 나아가 3골을 더 추가한 손흥민은 EPL 통산 103골을 완성, '우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 알 나스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 시즌엔 ‘주장’ 완장까지 달며 이젠 구단을 이끌어 가야 하는 베테랑 선수가 됐다. 손흥민을 주장으로 임명하면서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한국대표팀 주장도 맡아왔고, 축구계에서 동료와 상대 모두에게 늘 존중받는 선수다. 매일 열심히 훈련하며 모범을 보인다"라고 극찬했다.
손흥민은 주장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 27경기에서 15골 8도움을 기록하고, 토트넘 400경기를 완성하며 확실히 ‘레전드’로 자리잡았다.
토트넘은 그런 손흥민을 무한 축하했다. 구단은 "손흥민은 9년 동안 일관성 그 자체였고, 매 시즌 40경기 이상 뛰었다. 그는 토트넘 통산 400경기, EPL 300경기에 출장했으며 구단 역대 최다 득점 5위 안에 진입했다. 손흥민은 모든 의미에서 진정으로 위대한 토트넘 선수"라고 극찬했다.
손흥민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400경기를 뛴 소감을 남겼다. 그는 "토트넘에서 400경기 출장은 특별한 이정표이자 나와 가족에게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웨스트햄전에서) 우리가 원했던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여러분과 함께한 지금까지 시간을 되돌아보니 기쁨과 뿌듯함을 느낀다. 런던을 제2의 고향으로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데이비스뿐만 아니라 여러 전현직 토트넘 동료들이 총출동했다. 손흥민과 '영혼의 파트너'였던 해리 케인(뮌헨)은 "축하해 형제"라는 댓글을 남겼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지만, 여전히 손흥민을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브라질로 돌아간 루카스 모우라는 "전설!"이라고 말했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에메르송 로얄, 다빈손 산체스, 페드로 포로, 미키 반 더 벤 등 여러 선수들이 축하를 전했다.
이제 손흥민 앞에 놓인 것은 토트넘과의 재계약이다.
지난 달 25일 '스카이스포츠'의 마이클 브리지 기자는 “올해 3월 초 손흥민과 토트넘은 재계약 논의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났지만 이 회담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5년 여름까지 계약돼 있다. 1년 연장 옵션 조항이 있긴 하다.
토트넘 구단 역사상 최다득점자 케인이 올 시즌 직전 뮌헨으로 떠나면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어릴 적부터 토트넘에서 성장했던 케인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통산 273골을 터트리며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자로 기록됐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독일 명가 뮌헨으로 이적했다.
토트넘은 ‘골잡이’ 케인을 뮌헨으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와 계약 만료 시점이 2024년 여름이기에 마냥 붙잡고 있기엔 그를 ‘공짜’로 풀어줄 수밖에 없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했다. 결국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토트넘은 케인을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구단 레전드’를 어쩔 수 없이 내준 토트넘은 손흥민만큼은 철저하게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토트넘은 ‘메가톤급’ 재계약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풋볼 인사이더' 소식통에 따르면 ‘주장’ 새로운 지위를 반영해 토트넘은 인상된 급여 조건이 적힌 ‘거대한 재계약서’를 손흥민에게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19만 파운드(약 3억 1416만 3100 원)의 주급을 수령하고 있다. 재계약시 이를 뛰어넘는 금액을 손흥민이 제안 받을 예정이다.
토트넘 팬페이지 '스퍼스웹'은 "손흥민이 토트넘 통산 500경기 출전을 편안하게 넘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손흥민의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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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흥민.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 /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