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90분 내내 벤치를 지켰다. 바이에른 뮌헨은 안방에서 '데어 클라시커'에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바이에른 뮌헨은 31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27라운드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0-2로 완패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 기준 홈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패한 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공식전 3연승이 끊긴 바이에른 뮌헨은 승점 60점에 머무르며 리그 우승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선두 레버쿠젠(승점 73)과 격차는 무려 13점으로 벌어졌다. 이제는 오히려 한 경기 덜 치른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56)와 4위 도르트문트(승점 53)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해리 케인, 자말 무시알라-토마스 뮐러-리로이 사네, 레온 고레츠카-콘라트 라이머, 알폰소 데이비스-에릭 다이어-마테이스 더 리흐트-요주아 키미히, 스벤 울라이히가 선발로 나섰다.
도르트문트는 4-3-3 포메이션을 택했다. 카림 아데예미-니클라스 퓔크루크-제이든 산초, 율리안 브란트-엠레 잔-펠릭스 은메차, 이안 마트센-니코 슐로터벡-마츠 후멜스-율리안 뤼에르손, 알렉산더 마이어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김민재는 또 벤치에서 출발했다. 4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그는 이달 초 라치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을 시작으로 리그 마인츠, 다름슈타트전까지 모두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처음 있는 일.
이번 경기에선 선발 출격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이어는 발이 느리고 뒷공간 커버에 약점을 지녔기 때문. 도르트문트는 도니얼 말런, 카림 아데예미, 유수파 무코코, 제이미 바이노-기튼스 등 발빠른 공격 자원이 많기에 다이어 대신 김민재가 출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의 선택은 이번에도 다이어였다.
도르트문트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10분 중원에서 패스가 끊기며 역습 기회를 허용했다. 브란트가 왼쪽으로 공을 내줬고, 아데예미가 속도를 살려 박스 안으로 파고든 뒤 슈팅했다. 공은 골키퍼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김민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전반 23분 키미히가 오른쪽을 돌파한 뒤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려줬다. 케인이 달려들며 공을 머리에 맞혔지만, 슈팅은 왼쪽으로 빗나갔다. 케인도 그대로 골대에 대롱대롱 매달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 데뷔골을 터트릴 뻔했다. 전반 35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키미히가 반대편으로 크로스했고, 뮐러가 헤더로 연결했다. 이를 다이어가 골대 바로 앞에서 다시 머리를 갖다 댔지만, 후멜스가 발을 쭉 뻗어 골라인 바로 앞에서 막아냈다.
전반은 도르트문트가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도르트문트는 아데예미의 속도를 활용해 바이에른 뮌헨 뒷공간을 공략했으나 추가골까지 만들진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도 사네와 무시알라를 앞세워 동점골을 노렸지만, 후멜스를 중심으로 한 수비에 모두 가로막혔다.
울라이히가 환상적인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후반 7분 도르트문트가 조직적인 패스 플레이로 바이에른 뮌헨 우측면을 허문 뒤 중앙으로 컷백 패스를 보냈다. 은메차가 뛰어들면서 슈팅했지만, 울라이히가 몸을 날려 옆으로 쳐냈다.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에도 경기력이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다이어는 물론이고 팀 전체적으로 패스 미스가 너무나 많았다. 후반 20분엔 라이머가 공을 뺏기며 위기를 맞았다. 마트센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슈팅했지만, 공이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위기에 몰린 투헬 감독은 후반 17분 무시알라, 사네, 뮐러를 모두 빼고 세르주 그나브리, 킹슬리 코망, 마티스 텔을 한번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후멜스의 철벽 수비에 번번히 막히며 고개를 떨궜다.
도르트문트가 두 골 차로 달아났다. 후반 38분 알레가 박스 중앙에서 공을 잡은 뒤 오른쪽으로 패스했다. 뤼에르손이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패배를 직감한 바이에른 뮌헨 팬들은 대거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팬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후반 44분 케인이 드디어 헤더로 골망을 갈랐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은 홈에서 라이벌 도르트문트에 무릎 꿇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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