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황금 척추 '92라인' 완전체 부활이 시작됐다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15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연행됐다. 이후 랴오닝성 차오양시 공안국에 형사구류된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조사를 받아왔던 손준호는 10개월 여만에 지난 25일 귀국했다.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결국 손준호는 당초 산둥 타이산에 불어닥친 승부조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손준호는 지난 25일 안전하게 한국으로 복귀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5일 "지난해 5월 뇌물을 수뢰한 혐의로 중국에서 구속됐던 손준호가 석방돼 2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라고 알렸다.
무사히 돌아온 손준호는 27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직접 "저는 무사히 돌아와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알렸다.
2024년 한국 축구는 악재만 연달아 터졌다. 이강인과 손흥민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다투고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둘러싸고 잡음을 빚은 직원이 직위해제 되는 사건까지 터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더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여러모로 기분 나쁜 소식만 들리던 상황서 손준호의 복귀는 모처럼 기쁜 소식이었다. 태국과 4차전 기자 회견에서 이재성은 "경기 전에 기쁜 소식을 들어서 감사하다. 준호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모든 선수들이 기도했다. (준호가) 하루 빨리 좋아하는 축구를 하길 응원하고 지지하겠다”면서 웃었다.
여기에 이재성과 함께 92 라인인 김진수와 손흥민이 힘을 냈다. 손준호의 복귀 소식이 알려지고 나자 1992년생 라인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다. 태국전에서 손흥민하고 이재성이 골을 넣으면서 3-0 대승을 이끌면서 손준호의 무사 복귀를 축하했다.
태국전이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진수는 '92라인' 선수들이 다 잘했다는 말에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원하는 승리를 해서 다행이다. 한국팬들도 많이 와주셔서 힘이 됐다”라면서 “어제 소식을 듣고 많이 생각났다. 이유가 뭐든 건강하게 잘 돌아왔다고 들어서 눈물도 많이 났다. 하루 빨리 준호를 만나고 싶다”며 감격했다.
주장 손흥민은 경기 전날 손준호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정말 (손준호를) 기다렸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언젠가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많이 기다렸던 뉴스다. 준호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친구의 복귀를 바랐다.
손준호의 복귀는 한국에게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주축 라인 92 라인인 손준호의 복귀는 팀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표팀이 계속 중원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K리그와 슈퍼리그 MVP를 모두 차지한 손준호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손준호 역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손준호의 에이전시인 NEST 박대연 대표는 지난 26일 언론을 통해 "손준호 선수가 지금 부산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게 맞다"며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심신을 다시 정비하고 있다"고 했다.
천천히 회복할 손준호의 목표는 새 소속팀을 찾고 국가대표팀에 복귀하는 것이다. 이날 손준호는 축구대표팀과 태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4차전 이후 글을 올렸다. 대표팀 경기를 보고 마음을 다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손준호가 복귀한다면 최전방의 손흥민, 2선에 이재성, 3선의 손준호, 수비진의 김진수까지 더해서 한국 축구의 황금 척추 '92라인'의 완전체가 가동되게 된다. 악몽의 터널을 벗어나 새 비상을 꿈꾸고 있는 손준호. 그가 한국 축구의 부활을 알리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so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