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짊어진 황선홍 감독이 자신의 책무를 잘 해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26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서 태국에 3-0으로 승리했다.
서울에서 열린 태국과 홈 경기서 1-1 무승부로 자존심이 흔들렸던 한국은 승리를 거두며 최종예선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태국과 2연전은 황선홍 감독이 이끌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 이후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으로 '임시 선임'된 황 감독은 분위기가 어수선한 대표팀 수습에 성공했다.
황 감독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었다. 3월 A매치가 열리는 기간이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과 겹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바리아 담맘에서 열리는 WAFF U-23 챔피언십은 파리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겸해 열리는 2024 AFC 카타르 U-23 아시안컵의 전초전 성격의 대회다.
일단 올림픽 대표팀은 첫 경기서 승리를 거뒀지만 황선홍 감독은 A대표팀과 함께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승부 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팀이 결승에 나섰고 A대표팀도 이날 태국에 완승을 거두며 순탄한 경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특히 황선홍 감독은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PSG)의 논란도 잘 해결했다.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이강인이 일부 동료들과 탁구를 치려다 이를 말린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해 하극상 논란이 일어났다.
이후 이강인이 손흥민과 팀 동료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이번 태국과 3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고개 숙여 팬들에게도 사과하면서 사건이 봉합되는 듯했다. 물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태국전에서는 완벽하게 해결됐다. 1-0으로 앞선 후반 9분 이강인이 내어준 패스를 손흥민이 마무리하며 득점을 같이 만들어냈다. 골이 터진 후엔 포옹 세리머니를 하며 완벽하게 하극상 논란을 지웠다.
이 중심엔 황 감독이 있었다. 이강인을 3월 A매치에 뽑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황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풀어야 한다며 비판을 무릅쓰고 이강인을 뽑았다.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던 1차전서는 교체로 경기에 내세웠고 2차전서는 선발로 출전 시켰다.
그리고 이강인은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맹렬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 결과 태국전서 한국은 완승을 챙겼다.
황 감독은 임시 감독 부임 당시 "한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해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 선수로 생활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기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축구를 하면서 어려운 때는 피해 가고 쉬울 때만 나서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잘 해결했다.
한편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하나의 팀으로 승리만 위해 모두 준비했다. 코칭스태프, 선수들, 지원스태프들 최선을 다했다는 게 고마웠다. 컨디션 사이클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 하루를 준비하고 1차전을 치르는 게 제일 어려웠다. 유럽에서 오는 선수들과 함께 모든 걸 찾기는 어려웠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뛸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시차 등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질 것이고, 서울에서도 오늘 경기에 맞춰서 사이클을 맞췄다. 하지만 선수들의 의지가 없으면 어려웠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컸다"라고 전했다.
한편 올림픽 대표팀으로 복귀하는 황 감독은 "지도자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갈 길이 멀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이제 올림픽 예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오늘로서 (A대표팀 업무를) 정리하고, 이제 고생하는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에게 돌아가고 싶다. 잘 준비해서 올림픽 예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