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인터 밀란 이적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빠르면 다음 주 안에 사그라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민재는 최근 인테르와 연결되고 있다. 새로운 중앙 수비수를 물색 중인 인테르가 김민재를 1번 후보로 노리고 있다는 것.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인테르는 수비 보강을 노리고 있다. 김민재는 '꿈의 선수'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인테르가 선택할 수 있다면, 데려올 수비수가 단 한 명 있다면 바로 김민재"라며 "인테르의 관심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에르 아우실리오 디렉터는 그가 페네르바체에서 뛴 이후로 눈여겨봤고, 2022년 7월 파리 생제르맹이 밀란 슈크르니아르를 데려가려고 했을 때 김민재를 주목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 주전 경쟁에서 애를 먹고 있기에 나온 이야기로 보인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김민재는 이제 바이에른 소속이고, 이론상으로는 누구도 뚫을 수 없는 선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바이에른에서 사실상 자리를 잃었으며 언론과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본인도 현 상황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임대 영입 가능성도 언급했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앞으로 몇 주 동안 김민재의 입지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인테르도 관심 있는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바이에른은 영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선수를 5000만 유로(약 727억 원)에 판매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임대 옵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테르와 바이에른 뮌헨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 중이라는 점도 힘을 더한다. 매체는 "어떤 면에선 2년 전 로멜루 루카쿠 영입 작전(임대 후 완전 이적)을 반복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며 "더욱이 인테르는 지난해 여름 얀 좀머와 뱅자맹 파바르를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영입했다. 두 팀 사이에 존재했던 훌륭한 관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레 인테르의 김민재 영입설이 뜨거워진 이유는 베테랑 수비수 프란체스코 아체르비(36, 인테르) 때문이다. 그는 지난 나폴리전에서 상대 수비수 주앙 제주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의혹으로 10경기 이상 출장 정지 위기에 빠졌다.
제주스가 경기 후 올린 성명문에 따르면 아체르비는 그에게 "꺼져라. 깜둥이(Negro)야"라고 말했다. 제주스는 주심에게 다가가 항의했고, 아체르비도 일단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스는 경기 후 'DAZN'과 인터뷰에서 아체르비를 더는 비판하지 않았다. 그는 "아체르비는 말이 조금 지나쳤지만, 사과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고, 경기가 끝나면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니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체르비는 욕설을 한 건 맞지만, 인종차별 발언은 아니었다고 항변 중이다. 그는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나? 난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난 20년 동안 축구를 했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네 엉덩이를 걷어차겠다는 뜻을 지닌 비속어인 'Ti faccio nero'라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체르비는 이번 사건으로 이탈리아 대표팀 3월 A매치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인종차별 혐의가 진실로 밝혀질 시엔 최소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축구연맹(FIGC)도 조사에 착수했다. 주세페 치네 검사가 사건을 맡아 아체르비와 제주스의 진술을 들었다. 아체르비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제주스가 잘못 들은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제주스는 인종차별적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치네 검사는 아체르비의 주장에 의문을 품고 있다. '라 스탐파'에 따르면 그는 왜 아체르비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제주스에게 사과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아체르비는 그저 빨리 넘어가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치네 검사를 설득하기엔 부족했다.
'셈프레 인테르'는 "치네 검사는 회의적이다. 그는 아체르비의 주장이 그렇게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체르비에게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며 "이제 치네 검사는 다른 증거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아체르비에게 불리한 증거까지 발견됐다. '라 레푸블리카'는 "아체르비를 곤경에 빠뜨리는 입 모양"이라며 인종차별 혐의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제 아체르비를 둘러싼 판결은 다음 주 중으로 나올 전망이다. 만약 그가 무죄를 받을 시엔 내달 2일 열리는 엠폴리전부터 바로 출전할 수 있다. 또한 아무 문제 없이 시즌을 마치고 이탈리아 대표로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출전도 가능하다.
앞으로 인테르에서 뛰는 데도 문제가 없다. '투토 스포르트'는 "무엇보다도 아체르비는 다음 시즌에도 정기적으로 스테판 더브레이와 번갈아 출전할 수 있다. 그러면 인테르도 이적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수 있다. 2~3경기 출전 정지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은 리그 9경기는 물론이고 다음 시즌 개막전까지 놓치게 된다. 게다가 아예 인테르 생활이 끝나게 될 수도 있다.
투토 스포르트는 "인테르는 마시모 모라티 회장 시절부터 인종차별 문제에 무관용 정책을 취했다. 인종차별로 유죄를 받은 아체르비와 동행을 이어가긴 어렵다. 계약 종료를 목표로 삼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구단 이미지와 신뢰도뿐만 아니라 라커룸에서도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철퇴를 내릴 가능성이 크단 이야기다.
인테르로서는 일단 아체르비의 판결이 나온 뒤 영입 정책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 아체르비가 징계를 피한다면 다음 시즌에도 그와 스테판 더브레이를 번갈아 기용할 수 있다. 재정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김민재 영입을 시도할 이유가 크지 않게 된다.
반대로 아체르비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김민재 필요성이 더더욱 커진다. 김민재가 스리백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였던 그는 분명 탐날 수밖에 없는 선수다.
유명 에이전트 풀비오 마르코 역시 "김민재는 확실히 이탈리아에서 변화를 가져올 선수다. 나는 그가 인테르에서도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는 빠르고 헌신적이며 현대 축구의 기본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라고 적극 추천했다.
물론 인테르가 아체르비의 미래와 상관없이 김민재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아체르비는 물론이고 더브레이 역시 만 32세에 접어든 베테랑이기 때문. 김민재를 품으면서 수비진 세대 교체에 나선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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