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데 자꾸 왜 그러시는지..."
김기동 감독은 23일 경기도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미디어 오픈트레이닝 이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린가드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제주유나이티드와의 리그 3라운드 2-0 완승으로 서울 부임 후 첫 승을 거뒀지만 린가드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올 시즌 서울은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인 린가드를 깜짝 영입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월드컵에 나섰던 린가드는 화제의 중심이었다.
서울 입단 후 린가드는 2경기서 교체로 나섰다. 특히 제주전도 교체로 뛰어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뛴 선수다운 번뜩임은 보였으나, 투지 넘치는 수비 가담 등은 부족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를 몇 분 안 뛴 선수가 설렁설렁 뛰고, 90분 뛴 선수들보다 더 뛰지 못하면 그건 나는 축구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고, 이 발언은 영국 언론을 통해 지구촌으로 퍼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내 발언이 외신으로 보도되는 걸) 신경 안 쓰고 있다. 내 이름과 서울을 유럽에도 알리는 계기가 되는 만큼, 더 크게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은 농담이다"라며 웃었다.
이어 "감독으로서 린가드든 어린 선수들이든 똑같이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름 선수라고 그 선수를 차별 대우하면 팀을 이끌어가는 데 문제가 있다. 똑같은 입장에서 앞으로도 팀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인사 대신 나를 바로 안았다. (당시 인터뷰에 대해) '넌 뛰어난 선수고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인터뷰를 했다. 좀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본인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네가 빠른 시간 안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득점도 해야 해서 조급함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본인도 약간은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소통했다"며 더 나은 호흡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린가드뿐 아니라 팀으로서 발전한 경기력도 다짐했다.
그는 "우리가 축구를 편하게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볼을 소유하면서 수비 반응이나 전환 등이 조금 느슨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추구하는 축구를 따라오려면 그런 거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습관도 계속 바꿔가야 한다. 그래야 속도도 있으면서 팬들이 즐거워하는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을 찾은 일부 취재진은 어색한 사이를 풀어내는 모습을 담고자 김기동 감독에게 '포옹'을 요청했다. 프로야구에서 벌어졌던 조인성-심수창의 화해 장면 같은 모습을 담고 싶었던 것.
물론 취재진의 요청에는 무리한 완곡하게 거절했다. "린가드와 포옹을 다시 보여 주실 수 있는가"에 대한 요청엔 "친한데 자꾸 왜 그러시는지..."라며 훈련장을 빠져 나갔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