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역사, 죄스러워”..‘고거전’ 김동준, 연기력논란→최우수상의 무게[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4.03.15 09: 39

 배우 김동준이 데뷔 첫 대하 사극에 도전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비판 받기도 했지만, 작중 효종이 그랬 듯 그는 꿋꿋하게 그 무게를 이겨내며 성장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는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서 효종(왕순) 역을 맡은 배우 김동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지난 10일 마지막회가 방영되며 긴 여정을 끝마친 김동준은 “방송이 끝난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아직 촬영하러 가야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으로 대하 사극 연기를 선보인 김동준은 “왕순이라는 인물이 성장이 쭉 보이는 역할이지 않나. 왕이 되기 이전부터 왕이 돼가는 과정, 왕이 됐을때의 행동들까지 모두 비춰진다. 역사적으로 있었던 부분을 재현하면서 최수종 선배님과 동선, 행동, 눈빛 하나하나 리허설때 많은 고민과 의견을 모아서 신을 만들어갔다. 내로라 하는 기라성같은 선배님과 촬영을 하다 보니 배움의 터였다. 제가 준비한 것과 감독님이 생각한 것, 선배님이 생각한 부분을 조합해서 더 좋은 신을 만드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런 소통에 대한 성장은 분명히 있었다.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실제 역사를 다룬 정통사극인 만큼 작품을 준비하는 데 있어 역사 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김동준은 “학창시절보다 훨씬 많이 공부했다. 많은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고려시대 현종이나 강감찬 장군은 워낙 유명했지만, 현종에 대해 배움에 있어서는 설명이 많지 않았다. 디테일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보니 학창시절때는 많이 몰랐다고 생각한다. 양규 역할의 지승현 선배님도 인터뷰때 ‘몰라서 많이 부끄러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도 선배님들이랑 ‘우리가 많이 몰랐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사하고 준비해오는 과정에서 인터넷 찾아보고 어떤일을 했는지 공부하면서, 이렇게 우리가 살아숨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해주신 분인데 너무 몰랐지 않나 싶더라. 몰랐다는 생각에 많이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찍고 준비하며 책임감도 많이 커졌다. 저희 뿐아니라 많이들 모르고 있던 부분을 보여드리는 거라 공부했던 걸 어떻게 표현해나가야 많은 분들에게 이 인물을 잘 소개해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경이로운 업적을 남기신 분들 아니냐. 조사하면서도 감사함에 가슴이 뜨거웠던 순간이 많다. 이렇게 이루어진 나라에서 살고있으면서 하루하루를 지금보다 더 값지게 살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루하루 사는것만 생각했지 우리의 터전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스러웠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고려 거란 전쟁’은 방영 중 역사 왜곡 등의 논란으로 잡음이 일기도 했던 바. 김동준은 “사실 대본을 촬영 할때는 어떻게 더 완성도 높게 신을 만들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나. 그렇게 촬영을 지속적으로 하느라 (논란이) 체감이 잘 안 됐다. 드라마를 제작하면 연기하는 분들도 마찬가지고 만드는 스태프들도 바라보는 목적지를 향해 다 같이 걸어가지 않나.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신과 신을 만드는게 저희 임무”라며 “사실 그런건 예상을 못 했다. 한치 앞도 예상 못 하는 게 삶이지 않나 싶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특히 방송 초반 김동준의 연기력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스 캐스팅’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김동준은 “왕순이라는 인물이 왕이 되기 이전부터 나왔지 않나. 촬영하면서 항상 ‘처음부터 왕이 돼 있으면 안 돼. 아직 아니야. 참아야 돼’라는 생각을했다. 그래야 나중에 왕으로 성장해가는 모습도 폭이 크게 보일 거고, 대중들도 그 폭을 함께 바라봐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32부작동안 성장해나가는 인물로서 성장드라마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초반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지만, 어린 왕으로서 이 나이대의 감성은 어땠을까 하는 고민을 더 했다. 촬영하는 데 더 집중했고, 한 회 한 회 나가면서 왜 이렇게 했는지에 대해 시청자분들도 아시게 될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김동준은 지난해 연말 진행되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부담됐다. 그 전부터 잘 해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최우수상을 받고 난 이후에는 더 큰 부담을 갖게 되더라. 그 무게를 내가 잘 유지해야 겠다, 버텨야 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뿌리내리듯 내려갔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강감찬 역의 최수종이었다. 김동준은 “현종이라는 인물에 강감찬이 있었듯 ‘고거전’을 촬영하며 사람 김동준에게는 최수종 선배님이 있어 주셨다. 대사 중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승리에만 미친 광인같다’는 말이 있는데 선배님도 때로는 아버지 같고, 장난기 많아서 친구 같고, 또 연기 광인 같았다.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하 사극 이라는 것에 대한 긴장과 부담이 있지 않나. 기라성 같은 선생님과 함께 함에 있어서 부담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부담감을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한 고민도 선배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선배님이 왕순이라는 인물 자체가 왕이 돼 가는 과정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생명의 위협을 많이 받았고, 그런 상황에서 어린 나이에 왕이 됐고, 그 과정을 부담감과 함께 녹여냈다. 왕순도 왕이 됐을 때 부담이 분명 있었을 테니, 긴장을 풀지 않고 계속 안고 갔다. 특히 최수종 선배님이 NG를 안 내신다. 정말 대단하사다. 그러니까 그 긴장감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준비를 1분 1초라도 더 해가서 선배님 앞에 연기할수 있게 매순간 긴장했다”고 전했다.
부담이 있었음에도, 그가 처음으로 대하 사극이라는 작품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성장’ 때문이었다. 김동준은 “군대도 전역했고, 어린 나이도 아니지 않나. 군대에 있으면서 연기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수 있을까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군대에서 정말 생각밖에 할 게 없더라.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좋을까 생각했고, 친구들한테도 ‘너희가 바라보는 연예인 김동준은 어떤 모습이냐’고 많이 물었다. 그 과정에서 한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 어엿한 남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게 됐다. 그때 ‘고려 거란 전쟁’이라는 작품을 제안 받았다. 왕순이라는 인물을 통해 10대때부터 제 나이를 넘어선 순간까지 연기 할수 있는 기회더라. 그리고 선배님들과 32부작을 함께하면서 배운다면 내가 어떤사람이 돼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연기를 더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하며 연기적으로 다가가는 관점이 달라졌다. 선배님이 ‘좀더 전체를 봤으면 좋겠다’, ‘흐름을 다 보고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 주셔서 전체를 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다. 선배님들이 워낙 많았지 않나. 연기 경력이 기본 20년, 30년 되시는 분들이다 보니 배움의 장이었다. 한 분 한 분에게 연기 하는 자세에 대해 배우면서 성장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제국의아이돌 멤버로 데뷔함과 동시에 꾸준히 연기 활동을 펼쳐왔던 그는 올해로 15년차에 접어들었다. 김동준은 “30대가 되면서 연기에 대한 시각이 점점 달라지는 것 같다. 여기에 영향을 주시는 분들도 선배님들이다. 혼자 있다보면 한 방향만 볼 수 있지 않나. 선배님들에게 여러 시선을 많이 배웠다. 표현 방법도 다양하다는걸 느꼈다”고 달라진 점을 전했다.
이어 “변신은 항상 갈망하다. 어릴때부터 그랬다. 음악 할 때부터도 여러 장르의 음악이 있고, 도전과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야 내가 뭘 갖고 있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수 있을지를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뭐든 해보고싶다. 연기로 다른 인물을 살아 보는 것이지 않나. 다양한, 파격적일 수 있는 연기도 많이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고려 거란 전쟁’을 끝마친 김동준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좀 더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 제가 제 모습을 더 보여드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수식어는 차기작 인물의 이름이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극찬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 인물로 불려지는것 자체가 그 인물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니까”라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메이저나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