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운 것인가. 대상의 저주 뿐만 아니라 대상 후유증으로 번아웃을 토로한 이들이 있다. 지난해 각각 MBC 연예대상과 SBS 연예대상을 거머쥔 기안84와 탁재훈이 그렇다.
26일 공개된 한혜진의 유튜브 채널에서 기안84는 한혜진, 이시언과 4시간의 울산바위 등산을 마친 후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이때 그는 "요즘에 뭐가 문제냐면, 사람들을 만나도 (의욕이 없다)"라며 "옛날에는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했는데, 너무 심하다”라고 현 상태를 털어놨다.
이에 한혜진은 "기안84는 예전부터 그랬다. '나 혼자 산다' 할 때도 맨날 먼저 갔다"고 했지만, 기안84는 "그 정도가 아니다. 사람들이 있어도 말 한마디도 하기도 싫다. 모든 것에 의욕이 없다. 다 관심이 없다. 사람뿐 아니라 일을 하든. 요즘에 느끼는 게 뭘 해도 도파민이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온다)"라고 고백했다.
기안84는 지난해 12월, '202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유재석과 전현무를 제치고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올해의 예능인상, 덱스-빠니보틀과 베스트 커플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터줏대감으로 활약 중인 ‘나 혼자 산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메인으로 나선 ‘태어난김에 세계일주’까지 사랑 받은 덕분이다.
당시 그는 "클로버 잎이 원래 세 개인데 상처가 나면 잎이 나온다고 하더라. 다들 행운이 있는 2024년 됐으면 좋겠다. 방송에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즐거워해준다면 열심히 있을 때까지 있겠다. 대상 감사하다”며 뭉클하고 진솔한 소감을 남겼던 바다.
그런데 이 대상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너무 짓누르고 있는 것일까. 기안84가 ‘절친’ 한혜진과 이시언 앞에서 번아웃 증상을 토로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인기 웹툰 작가에서 대상 예능인으로 승승장구 중이지만 연예대상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대상 후유증은 곧 대상의 저주로 심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주인공이 탁재훈. 그는 007년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가수 출신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지만 어쩐 일인지 이후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맡은 프로그램은 폐지되기 일쑤였고 사생활 논란도 거듭 불거졌다.
‘대상의 저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탁재훈이지만 완벽하게 재기, 지난해 보란듯이 ‘2023 SBS 연예대상’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을 통해 시도 때도 없이 빵빵 터트리며 시청자들을 배꼽 잡게 만든 이유에서다. 사실 2022년에도 유력한 후보였지만 재수 끝에 고대하던 대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시 대상 후보자들 소개를 맡은 이경규는 “방송을 하는 녀석이 행복해야 시청자도 행복한데, 탁재훈은 그냥 봐도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말이야 방송가에서는 이런 말이 전해지고 있어. 탁재훈의 저주라고, 탁 사장 2007년에 대상 받고 나서 심하게 내리막치지 않았나?”라며 대상을 꼭 받아야겠냐고 말했다.
트로피를 품에 안은 탁재훈은 “연예대상으로 동료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었다. ‘안 받는 게 더 재미있을 거 같다’ ‘형이 프로그램을 오래 하려면 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라. 저희는 너무나 즐겁게 촬영을 해왔다”며 “1994년 제가 27살 때 등촌동 (SBS에서) 솔로 데뷔하고 30년 만에 SBS에서 큰 상을 받았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벅찬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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