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아드님이 꿈을 꾸고 있습니다. 기억이 돌아올 것 같습니다.’
23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에서 YK병원 정신과 의사 서유경(최희진 분)이 진명철(장현성 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이날 강하서 강력1팀은 회사 창고 구석에서 벌거벗은 시신으로 발견된 IT계의 전설 최선우(명재환 분)의 사망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최선우의 사인은 탈수. 하지만 시신 주변엔 손도 안댄 생수병이 가득했다.
사망 전 최선우가 자주 통화한 이가 바로 서유경이었고 이강현(박지현 분)과 함께 서유경을 찾은 진이수(안보현 분)는 강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꿈에 대해 상담했다.
이수의 꿈은 항상 같았다. 낯선 곳, 걸려있는 그림 하나. 그림에는 물에 잠긴 여인이 그려져 있었다. 대수롭지 않을 수 있는 이 꿈이 이수에겐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한편 엄마 고미숙(윤유선 분)으로부터 기자 이기석(서동원 분)이 25년 전 이수 모친의 죽음을 캐고 다닌다는 말을 들은 강현은 경찰 데이터베이스에서 사건을 검색했다. 옛 자료에는 당시 담당형사였던 아버지 이형준(권해요 분)이 어린 이수를 담요에 감싸 안은 사진이 들어 있고 이수 모의 사인은 욕조에서의 익사(자살)로 종결됐다.
당시 이형준이 작성한 사건보고서에 따르면 이수 모 김선영은 욕조 물에 몸이 잠긴 채 익사 상태로 발견됐고 욕조 옆에는 당시 7세였던 아들 진이수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으며 변사자 김선영 명의로 된 수면제 처방전이 발견되었던 것으로 되어있다. 김선영은 평소 우울증을 겪어 수면제를 복용 중이었고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부검 없이 자살로 종결됐다.
즉 최초 발견자는 김선영의 전 직장 동료로 되어 있지만 정확하게 그는 신고자였고 최초 발견자는 진이수였던 것이다. 엄마의 자살이란 감당못할 충격에 정신을 잃었던 것.
결국 진이수가 스치듯 말했던 교통사고는 김선영의 사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이수로선 유치원 하원 길에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기억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진명철은 진이수의 트라우마를 우려해 서유경의 최면술을 이용, 기억을 조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꿈은 무의식이 보내는 편지 같은 것.”이란 서유경의 말처럼 진이수의 꽉 움켜쥔 기억의 손가락 사이로는 핏물처럼 비명과 탄식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진이수는 국내 굴지의 한수그룹 3세로 창의적으로 노는 데만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던 한량이었다. 우연히 때려눕힌 인물이 일가족 강도살인사건 범인이었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진명철에 보탬이 되자고 변호사 자격증을 앞세워 경감 특채되어 강하서 강력 1팀에 합류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한 경찰 생활이지만 시나브로 재미와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다. 재벌의 힘은 범인 검거에도 유익하게 작용, 쏠쏠하게 실적도 올린다. SNS와 같은 표피적인 관계에 매몰됐던 불구의 시간들이 강현을 비롯한 박준영(강상준 분), 최경진(김신비 분) 등 동료들과 팀워크를 이루며 치유받는 기분도 느낀다.
진이수의 기억 속 엄마 김선영은 이수에게 이름의 뜻을 풀어줬었다. “이로울 이 손 수,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란 뜻이야. 엄만 이수가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그 당부대로 사는 것 같아 기분도 좋다. 형 진승주(곽시양 분)에게 “오늘 어떤 사람이 형사님하고 날 불렀거든. 듣기 좋더라. 이게 제대로 사는 기분인가 싶기도 하고..”라며 형사놀이에 제대로 꽂혔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하서 강력 1팀 진이수 경감으로 그렇게 제대로 사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한 진이수에게 스멀스멀 다가온 옛 기억은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칠까?
드라마를 연 1화 시작부에서의 진이수 독백은 제법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누구든 각자의 인생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씩은 있다고 한다. 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의미없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내 인생에 질문이 던져졌다. 나는 지금 그 답을 찾으러 간다.”
안개에 쌓인 숲 속 별장쯤에 내린 진이수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아버지 진명철은 벽난로를 돌보고 있었다. 그런 진명철을 향해 진이수는 비장하게 걸음을 옮겼고 찰나의 암전 속에 ‘탕’하는 울림이 들렸다.
자살로 종결된 엄마 김선영의 죽음에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듯한 뉘앙스. 그렇다면 당시 담당형사였던 강현 부 이형준도 무관할 수 없게 된다.
강현은 이제야 막 이수를 철딱서니 골칫덩이가 아닌 동료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수 모의 죽음을 접하고는 연민까지 들기 시작한 판이다.
진이수의 기억이 돌아오면 제대로 사는 기분을 느끼게 된 진이수에겐 어떤 선택지가 놓여질까. 그 기로에서 이수의 선택은 등장인물들간 관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설계된 이수의 기억이 다양한 사건별 에피소드로 인기몰이 중인 ‘재벌X형사’의 흥행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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