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김고은x이도현 '파묘', 지루할 틈 없이 흥미진진한 굿판 (종합)[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4.02.21 12: 50

 (※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용한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림(이도현 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어 도와달라는 의뢰를 받아, 한국계 미국인 3세를 만나러 미국으로 떠난다.
의료진도 치료불가한 병이 대물림 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 화림은 묫바람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에 국내 최고의 풍수사 김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고영근(유해진 분)을 합류시킨다.

거액으로 뭉친 네 사람은 사람이 도저히 묻힐 수 없는 험지에 자리한 묘를 보고 불길한 기운을 느끼며 손을 떼려고 한다. 그러나 굿과 이장을 함께 하자는 화림의 설득 끝에 결국 파묘를 시작한다.
“절대 관뚜껑을 열지 말라” “관 화장도 안 된다”라는 의뢰인들의 부탁을 이상하게 여긴 상덕은 숨겨진 사연을 밝혀내기 위해 홀로 조사에 나서는데, 예상치도 못한 과거사를 만나 충격에 휩싸인다.
뒤늦게 비화를 접하게 된 화림과 봉림은 일을 순조롭게 마무리 짓기 위해 목숨을 내건 마지막 굿판을 시작한다.
‘파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2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데뷔작 ‘검은 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를 통해 오컬트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장재현 감독이 이번에는 무속신앙, 풍수지리설 등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소재를 영화적으로 풀어내 다시 한번 자신만의 장기를 드러냈다. 전작들에 비해 한층 더 각본, 연출,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파묘’는 극 초반 으슥한 묘지와 야생동물, 혼령으로 흥미를 자극하며 등골이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로 시작한다. 인물들이 사건의 핵심에 점점 다가갈수록 긴장감을 일으키는 스릴러로 변모했다가, 과거사에 대한 슬픔을 전달하며 드라마로 마무리한다. 알면 알수록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지는 것.
영화의 제목대로 관을 옮기거나 다시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내면서 일이 벌어지는 오컬트, 공포물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장재현 감독은 영화 속 다양한 정보들을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도 속도감 넘치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명당을 찾는 풍수사 상덕 역의 최민식, 예를 갖추는 장의사 영근으로 분한 유해진,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의 김고은, 경문을 외는 무당 봉림을 연기한 이도현의 연기 시너지가 뛰어나다. 최민식과 유해진이 수많은 작품을 통해 경험이 축적된, 안정된 캐릭터 연기를 보여줬다면 무당으로 변신한 김고은과 이도현이 제 나이또래 배우들보다 한층 더 돋보이는 연기력을 과시해 보는 내내 놀라움을 안긴다.
‘김고은의 새 얼굴’이자 ‘이도현의 탄탄한 연기력’이라는 수식어를 보내고 싶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장재현 감독은 자신이 관심 높은 종교와 인간의 믿음에 대한 소재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극장에서 OTT로 대세가 기울었지만, 그럼에도 뚝심 있게 자신이 만들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파묘’에서 펼쳐냈다.
2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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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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