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에 다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님!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설 연휴에도 새벽에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는 진심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존경스럽다. 어떠한 시련과 역경이 와도 본인의 뜻을 절대로 굽히지 않는 뚝심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자질이 아닐 것이다. 그가 억대 연봉을 받는 이유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한국의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됐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한국은 월드클래스이자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출신 손흥민을 보유하고도 경기 내내 요르단에게 밀렸다. 역대최강 선수단이 무너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중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서 이미 패배위기를 겪다 극적으로 2-2로 비긴 상대를 다시 만나서 더 졸전을 펼쳤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다. 심지어 전반전에 이미 전술이 무너졌는데 하프타임에 아무런 전술수정과 선수교체가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팔짱 끼고 경기를 방관했다고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눈치도 없었다. 탈락 후 미소를 지은 클린스만은 화가 난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상대 감독 칭찬하기에 더 바빴다. 그는 귀국 인터뷰에서도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한국대표팀 감독으로서 계속 근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신의 직장’ = 재택근무+무한 해외출장+투잡 가능
한국대표팀 감독은 신의 직장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스스로 물러날 이유는 전혀 없다. 우선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한국에 굳이 머물지 않아도 우리의 클린스만 감독님은 미국과 유럽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고 계신다. 노트북이 있는 곳이 곧 그의 사무실이다.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언제든 회사돈으로 해외출장도 가능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나의 코칭스타일을 바꿀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 주 손흥민, 김민재 등을 체크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국보다 미국이나 유럽에 머무는 기간이 더 긴 그 분이다. 장거리 비행기 이동도 누구보다 잦다. 이렇듯 세계축구계를 주름잡는 셀럽의 길은 매우 피곤하고 힘들다. 그나마 클린스만이니까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투잡도 가능하다. 클린스만은 간간이 ESPN 패널로 활약하며 세계축구 흐름을 꽉 잡고 있다. 꽃중년의 외모와 수려한 언변으로 미국과 유럽의 시청자들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기자가 클린스만에게 방송출연료를 받는지 직접 물어봤다. 클린스만 감독은 "유럽에서 억대연봉까지 제의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ESPN에서 확실하게 보수를 챙겨주고 있다.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자유로운 근무환경 보장
심지어 클린스만은 일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내가 K리그 감독이었다면 한국에 상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활동한다. 그들을 체크하는 것이 내 일이다. 유럽에 축구협회 사무실을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 경기 관전과 선수발굴은 차두리 코치 등에게 일임했다. 역대 대표팀 선수 소집 때마다 관례적으로 해왔던 기자회견조차 클린스만 시대부터 사라졌다. 국내에 유능한 코칭스태프들이 있기에 클린스만 감독이 마음 놓고 해외출장을 다닐 수 있는 셈이다. 전세계 어디든 원하는 경기만 골라서 1열에서 직관할 수 있는 삶은 모든 축덕들의 꿈이다. 성공한 삶을 사는 그가 매일 웃을 수 있는 이유다.
경기 안에서의 전술대처도 마찬가지다. 클린스만 감독 ‘믿음의 축구’는 절대 선수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아무리 K리그 주전에서 밀려난 선수라도 한 번 믿어준 이상 계속 베스트11로 기용하는 뚝심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설령 선수가 경기 중에 큰 실수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감히 어디 K리거가 불경스럽게 해외파를 밀어내고 태극마크를 달 생각을 하는가. 상대팀이 누구든, 어떤 전술로 나오든 우리만의 포메이션을 똑같이 구사하는 우직함 역시 오직 클린스만 감독만 가능한 일이다.
사고 치고 무능해도 연봉 29억 원 보장
가장 부러운 것은 역시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20만 달러(약 29억 원)의 연봉을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그가 아시안컵 4강의 성적을 냈으니 무능하든 아니든 축구협회가 그를 경질할 명분이 약해졌다. 그는 스스로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30년 갚아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 감히 클린스만 감독 사단 전체의 연봉과 위약금의 무게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오직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만이 위약금 문제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협회가 ‘아시안컵 우승 불발 = 무조건 위약금 없이 경질 가능’이라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축구협회 잘못인 것이다. 이제 클린스만은 경질을 당해도 잔여 연봉은 무조건 받게 됐으니 아쉬울 것이 없다. 설령 경질을 안 당해도 '신의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지 아니 한가.
클린스만은 정말 진실된 사람이다. 그의 미소는 ‘찐’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