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귀국 인터뷰만 찬찬히 곱씹어봐도 지적할 부분은 상당히 많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8일 오후 9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클린스만호'는 7일 0시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치른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다시 한국 땅을 밟은 클린스만 감독은 평소대로 미소를 띤 채 게이트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어진 스탠딩 인터뷰에서 그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 의사를 묻자 "이 팀을 이끌게 돼서, 또 이끌고 있어 상당히 행복하다. 여러분만큼 나도 우승을 하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요르단을 만나기 전까진 결과를 가져오고 좋은 경기 결과로 보답을 드렸는데 준결승에서 요르단을 만났을 땐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다. 요르단이 결승에 오를 자격이 충분한 팀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요르단을 높이 평가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답변이다. 요르단에도 물론 유럽 5대 리그 프랑스 리그1의 몽펠리에 HSC에서 활약하는 공격수 무사 알타마리가 있지만, 한국의 전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공격에는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 '파리 생제르맹(PSG) 주전' 이강인이 있고 수비에는 세계 정상급 수비수 김민재가 버티고 있다. 이 선수들 이외에도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이번 시즌 최다 득점자 황희찬, VfB 슈투트가르트의 10번 정우영, FSV 마인츠 05의 이재성 등 유럽 무대 소속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이 더 좋은 팀"이라고 주장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정말 힘든 경기를 펼쳤다. 매 경기 그랬다.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 경기에서 3-1로 승리하긴 했지만, 약점을 노출했고 2차전 요르단과 경기에선 경기 막판 나온 상대 자책골로 겨우 무승부를 거뒀다. 3차전 말레이시아와 경기는 졸전 끝에 3-3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토너먼트는 더 말할 것도 없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는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추가시간의 마지막 순간 조규성의 헤더로 겨우 탈락을 면했고 8강 호주와 경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4강 요르단전은 그야말로 아시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졸전이었다.
세계 최정상급 수비수 김민재를 데리고도 총 10실점을 허용한 한국. 클린스만 감독은 이 비정상적인 실점 기록에 관해 묻자 "일단은 그래도 대회 4강에 진출했고 준결승까지 오른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대회 개막 전, 한국 사령탑에 오른 뒤부터 줄곧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이 한국과 축구 팬들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나 역시 우승을 원한다"라며 우승을 공언했다. 그러나 4강에서 탈락하자 "실패라고 하기 어렵다"라는 궤변만 늘어놨다.
클린스만 감독은 스탠딩 인터뷰 도중 날아드는 '엿' 세례를 받았다. "이게 축구야?"라는 원망 섞인 소리도 들었다.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이 말을 뱉은 팬의 목소리는 울분에 차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자리에서 '2019년도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렇게까지 여론이 악화되지는 않았다. 지금 여론이 안 좋은 이유를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 1년 동안의 저희의 성장 과정을 좀 말씀드리고 싶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저희가 또 성장하고 또 발견한 새로 발견한 부분들도 많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런 감정적인 부분, 축구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그리고 호주와의 8강전에서는 저희가 극적인 승부를 거두면서 아마 많은 분들이 또 행복해 하셨을 거고 많은 분들이 또 큰 기대를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호주를 꺾었다는 결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경기 내용이 엉망이었던 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무전술-무전략'과 함께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업무 태도'다. 그는 한국에 상주하며 국내 무대를 둘러보기는 커녕 해외 업무에 더 집중하고 있다. 손흥민과 김민재를 보기 위해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며 거주 중인 미국에서 'ESPN', '스카이 스포츠'등 패널로 나선다.
K리그 무대를 둘러보지 않으니 해외파 선수 이외에는 잘 기용하지 않는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연장전까지 전경기 풀타임을 뛰었고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하자 수비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국내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을 어떻게, 어떤 자리에, 누구와 함께 기용해야 할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는 "나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생각, 여러분들의 비판은 존중을 하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그런 업무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이 근무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아시안컵은 결과를 내야하는 무대이며 대한민국은 64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다. 아시아 정복을 노렸고 선수들의 구성마저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성장'에 집중해달라고 부탁했다.
클린스만은 "여러분만큼 나도 우승을 하고 싶었다"라고 호소하며 "내가 1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면서 치른 13경기에서 무패라는 결과들도 있었다. 좋은 점도 상당히 많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요르단에는 패했지만, 그 전까지는 잘하지 않았냐는 말이다.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부임 첫 5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튀니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우리보다 확실히 한 수 아래에 있는 팀들을 상대로 홈에서 승리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동에서 개최하다 보니 많은 동아시아 팀들, 저희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도 마찬가지로 중동 팀을 상대로 고전했다"라며 한국만 어려웠던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는 말을 뱉었다.
그는 "어쨌든 4강에 진출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저희 선수들을 칭찬을 해 주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어떤 부분이 긍정적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탈락과 함께 손흥민의 첫 메이저 대회 챔피언 달성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로 수많은 개인상을 받아온 손흥민이지만, 메이저 대회 트로피는 없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으나, 연령별 대회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전 'ESPN'과 인터뷰에서 "정말 미안하지만, 누군가는 아시안컵에서 우승해야만 한다. 불행하게도 대회는 1월 개최되며 손흥민은 1월 2일부터 대표팀에 합류해야 한다. 한국이 결승전까지 간다면 2월 10일까지다. 손흥민은 약 5주 동안 토트넘을 떠나 있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결승전까지 야심 차게 이야기했다.
'우승 적기'라는 평가에 손흥민의 각오도 남달랐다. 클린스만 감독의 첫 부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던 지난해 3월, 손흥민은 "누구나 우승을 꿈꾼다. 우승컵은 공짜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감독님도 숙제를 가지고 계시고 1년도 안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아시안컵이라는, 대한민국이 오랜 시간 가지고 오지 못한 트로피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한국 축구팬들의 가장 큰 소원 중 하나가 손흥민의 트로피 획득이다. 정상급 실력을 가진 선수가 메이저 대회 트로피 하나 없이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될까 걱정한다.
이번 아시안컵은 손흥민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가 컸다.
막상 대회에서 탈락하자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이 아쉽게 트로피를 놓쳤지만, 토트넘 홋스퍼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또 좋은 기회가 있으면 꼭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를 응원하고 또 바랄 뿐이다"라며 책임감 없는 말을 뱉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 경기 분석을 시작했기 때문에 (정몽규 회장과)경기에 대한 그런 얘기도 많이 나눴다. 안 좋았던 점들, 아까 말씀하셨던 실점이 많았던 그런 부분들은 분명히 저희가 보완을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요르단과 경기에서 보인 대표팀의 모습은 상대의 강점-약점을 전혀 분석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반면 요르단은 우리의 단점을 명확히 캐치하고 쉴틈 없이 그부분을 공략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요르단의 2-0 승리.
패배 후 웃음을 보였던 클린스만은 공항 인터뷰에서 "경기 분석을 시작했다"라며 당당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표팀의 문제에 대한 분석은 대회 도중 이뤄져야 했다. 바레인전부터 호주전까지 조절 되지 않는 공수 간격, 공격 세부 전술의 부재, 최악의 수비 조직력 등 같은 문제가 반복됐지만, 고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향후 일정을 묻자 "다음 주 출국 예정이다. 짧은 휴식을 가진 다음에 유럽으로 넘어가서 이강인 선수, 손흥민 선수, 김민재나 또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월드컵 2차예선 태국과의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긴 시간 비울 수 없다더니 우선 휴식을 취하고 다시 유럽으로 향한다고 했다.
KFA는 이날 "이번 아시안컵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이어질 대표팀 운영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라고 전했다. KFA 관계자는 "설 연휴를 보낸 뒤에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마이클 뮐러 위원장 등이 참석해 대표팀을 분석하고 운영 전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는 과정이 있을 예정이다.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을 중심으로 미팅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인물은 참석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바로 클린스만 감독이다. 관계자는 "감독님의 전력강화위원회 참석 여부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며 곤란해했다. KFA도 감독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양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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