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누구나 낼 수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연이은 120분 혈투 끝에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겼고, 8강에선 연장 전반 손흥민의 프리킥 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두 경기 모두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기적을 썼다.
요르단은 이라크와 타지키스탄을 연달아 물리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라크와 16강전에선 후반 추가시간 두 골을 뽑아내며 3-2 역전승을 완성했고, 그다음엔 타지키스탄을 1-0으로 제압했다. 요르단이 아시안컵 4강까지 진출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제 한국과 요르단은 결승행 티켓을 걸고 맞붙는다. 약 2주 만의 리턴 매치다. 두 팀은 이미 조별리그에서 만났다. 첫 대결에서는 치열한 접전 끝에 2-2로 비기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는 한국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매체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한국이 결승에 오를 확률은 무려 66.7%에 달한다.
그럴 만도 하다. 양 팀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꽤나 차이가 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봐도 한국은 23위, 요르단은 87위다.
이름값도 압도적이다. 한국은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반면 요르단은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선수라곤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 한 명밖에 없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말대로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한국은 호주와 8강전을 앞두고 열세로 평가받았다. 당시 옵타는 한국의 승리 확률을 47.3%로 예상했다. 호주의 4강 진출이 '정배'였던 것.
물론 클린스만 감독은 숫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통계는 누구나 낼 수 있다"라며 "조규성도 자신 있다고 했다. 나도 자신 있다"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국은 극적으로 호주에 역전승을 거두며 통계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한국도 통계에 배신당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단판 승부인 만큼 낮은 확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언제나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클린스만 감독의 말대로 토너먼트의 묘미이고 축구의 일부다.
게다가 한국은 이미 요르단을 상대로 혼쭐난 기억이 있다. 당시 클린스만호는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고도 요르단의 알타마리와 야잔 알나이마트, 알리 올완 스리톱을 제어하지 못하며 휘청였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의 자책골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패할 뻔했다.
후세인 아모타 요르단 감독도 다시 만난 한국을 상대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 모두 결승에 진출할 준비가 됐다"라며 "한국은 조별리그 경기와 사우디전, 호주전에서 몇몇 실수를 했다. 그 부분을 공략하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게다가 한국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김민재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는 경고 누적으로 요르단전에 뛸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통계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하는 클린스만호다. 요르단 상대 졸전은 한 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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