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부터 내부적으로 크게 흔들리던 일본이 '우승 목표'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8강에서 빠르게 짐을 쌌다.
일본은 3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1-2로 역전패했다.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양 팀은 초반부터 거세게 맞부딪쳤다. 서로 몸싸움을 아끼지 않았다. 이란은 전반 13분 자한바크시의 감아차기 슈팅과 전반 17분 에자톨라히의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노렸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이란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반 24분 모헤비가 역습 기회에서 왼쪽 측면을 질주하며 이타쿠라를 완전히 제쳐냈다. 이타쿠라는 어쩔 수 없이 반칙으로 끊어내며 경고를 받았다.
일본이 선제 득점을 올렸다. 전반 28분 우에다가 전방에서 버텨준 뒤 달려드는 모리타에게 공을 건넸다. 모리타는 그대로 수비와 경합을 이겨내며 중앙 지역을 돌파했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은 그는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란이 땅을 쳤다. 전반 39분 고도스가 이타쿠라와 헤더 싸움을 이겨내고 좋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슈팅은 주먹하나 차이로 골대 오른쪽으로 향했다.
이란이 또 기회를 놓쳤다. 전반 43분 고도스가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반대편으로 길게 크로스했다. 아즈문이 수비 뒤로 돌아들어가면서 발을 뻗어 봤지만, 살짝 부족했다.
밀어붙이던 이란이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10분 아즈문이 수비 뒤로 침투 패스를 찔러 넣었다. 모헤비가 쇄도하며 이타쿠라를 따돌린 뒤 논스톱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란이 내친김에 역전골을 노렸다. 후반 18분 아즈문이 뒷공간으로 빠져나간 뒤 이타쿠라와 마이쿠마의 태클을 모두 피해내고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이후 물고 물리는 경기가 계속된 가운데, 경기 종료 직전 이란이 극장골을 터트렸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이타쿠라가 박스 안에서 헤더 실수를 저질렀고, 어설픈 태클로 반칙을 범했다. 키커로 나선 자한바크시가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결국 승부는 이란의 2-1 대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일본은 대회 전부터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간판’ 구보 다케후사가 대표팀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다른 팀들에게 일본을 ‘응집력 떨어지는 팀’이란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구보는 아시안컵 차출을 앞두고 “시즌 중 아시안컵이 열리는 것은 유감”이라며 “나에게 월급을 주는 곳은 (현재 소속팀인) 레알 소시에다드다. 하지만 아시안컵은 강제 차출 대회이기에 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자국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한 말로, 결국 그는 뭇매를 맞는 상황 속 대표팀에 합류했다.
일본은 대회 중에도 경기 외적으로 시끄러웠다. 주축 공격수 이토 준야가 성범죄 혐의로 고소당했기 때문.
그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잡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 대회에서도 1, 2차전에 선발로 나섰고, 3차전에선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되며 전 경기 출장 중이었다.
하지만 이토는 지난달 31일 바레인과 16강전을 앞두고 성범죄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주간 문춘'은 "이토가 고소됐다. 피해자 주장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여성을 술에 취하게 한 다음 동의 없이 성행위를 시도했다"라고 보도했다. 피해자는 호텔에서 만취한 상태로 성범죄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토는 결국 바레인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풀며 교체 투입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일본축구협회(JFA)의 오락가락 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토의 성범죄 파문이 알려지고 난 뒤 하루 만에 JFA는 그의 대표팀 소집 해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저녁 결정을 번복했다. 선수단 내에서 이토와 함께 하고 싶단 목소리가 지배적이라며 그의 소집 해제를 잠정 보류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 JFA는 다시 이토의 대표팀 제외 소식을 전했다. 이란과 8강 경기 하루 전 이를 발표하며 일본 내부적으로 혼란스럽단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불미스러운 일이 겹겹이 겹친 일본은 똘똘 뭉쳐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아시아컵에서 결국 '우승 목표'를 도달하지 못했다. 8강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