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에 현실 쿵푸팬더가 등장했다.
서울 SK는 6일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23-24시즌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B조 예선’에서 대만 뉴타이페이 킹스(4승 2패)를 89-57로 제압했다. 3승 2패가 된 SK는 남은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B조 2위를 확보, 4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뉴타이페이는 B조 선두를 지켰다.
이날 SK는 자밀 워니가 34점, 18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경기를 지배했다. 워니는 2,3쿼터 종료와 동시에 버저비터 3점슛까지 꽂았다. 워니는 3점슛 3/5로 외곽에서도 펄펄 날았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을 강탈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대만의 후보센터 11번 왕포치였다. 195cm의 신장에 130kg으로 육중한 파워를 자랑하는 대만국가대표 왕포치는 2쿼터 중반 출전하면서 분위기를 확 바꿨다.
왕포치가 리온 윌리엄스를 힘으로 밀어내며 리바운드를 싹쓸이했다. 엄청난 거구였지만 속공까지 뛰고 마무리할 정도로 날렵했다. 그는 외곽에서 3점슛까지 2개를 시도해 하나를 성공했다.
이날 왕포치는 12분 12초를 뛰면서 5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2턴오버, 3점슛 1/2를 기록했다. 공격리바운드도 2개를 잡았다. 기록은 뛰어나지 않지만 굉장히 생소한 스타일의 선수라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기 후 원정팀 라커룸 앞에서 왕포치를 만났다. 경기 중에는 맨손으로 소도 때려잡을 투사의 이미지였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내성적인 20대 청년이었다. 인터뷰를 요청하니 수줍어하면서 수락했다.
왕포치는 “오늘 경기에서 너무 크게 패했다. 플레이가 좋지 않았다. 서울에 처음 와서 환경이 생소했다. 히터가 너무 세서 호흡이 힘들었다”며 아쉬워했다.
신체사이즈를 물었더니 “신장은 195cm다. 하지만 몸무게는 비밀이다. 궁금하면 검색해보라”면서 애교를 부리며 웃었다. 대학시절 그는 130kg로 알려졌지만 현재 정확한 몸무게는 비밀이다.
왕포치는 대만에서 유명인사다. 외국선수를 압도하는 파워로 국가대표에도 선발된 적이 있다. 소속팀에서도 크게 이기는 경기에서 왕포치를 내보내라고 홈팬들이 응원을 할 정도다.
인기비결을 묻자 왕포치는 “아니다. 인기가 많지 않다. 대학시절에 존스컵 국가대표를 했을 뿐이다. 성인대표팀 멤버는 아니었다. 대만분들이 내가 재밌어서 좋아해주신다. 아무도 내가 빠를거라 생각하지 못하는데 덩크슛도 하고 블록슛도 하니까 열광하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덩치에 비해 빠르다고 칭찬하니 “고맙다. 팬들도 내가 덩치가 큰데 3점슛도 쏘고 다양한 플레이를 하니까 좋아한다. 특히 외국선수들이 날 '탱크'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한국농구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슛이 너무 정확하고 속도가 빠르다. 슛 뿐만 아니라 자유투도 아주 정확하다. 한국팬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전희철 SK 감독은 왕포치에 대해 “대만에서 인기 많은 선수라고 들었다. 슛터치가 좋고 몸싸움이 좋은데 느리지도 않고 잘 뛰어다닌다. 보기보다 잘 뛰고 농구센스가 있다. 씨름선수 같은 덩치인데 농구를 잘한다. 오세근도 힘으로는 안된다”면서 기량을 인정했다.
경기 중 왕포치의 스크린에 걸렸던 오재현은 “뭐에 부딪친지 몰랐다. 오펜스 파울인지 인지도 못하고 (몸이) 날라 갔었다”면서 웃었다.
EASL은 오는 3월 8일부터 10일까지 필리핀 세부에서 파이널포 토너먼트를 치른다. KBL의 SK와 정관장이 모두 4강전에 진출했다. 정관장은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뉴타이페이 역시 4강에 들었다. 왕포치가 한국팀과 또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