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슬럼프’ 박형식과 박신혜가 각자의 아픔을 알게된 가운데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28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닥터슬럼프’(연출 오현종, 극본 백선우)에서는 서로 원수였던 남하늘(박신혜 분)과 여정우(박형식 분)가 동지가 된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남하늘은 옥상에서 마주친 여정우에 놀라며 “너 여정우 맞지?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혹시 나 만나러 온 거냐”고 물었다. 여정우는 “나도 여기 우리 집이다”라고 발끈했다. 알고보니 여정우는 민경민(오동민 분)으로부터 소개받은 집이 남하늘 친구 이홍란(공성하 분)의 추천을 받은 집이었던 것.
여정우는 민경민에게 “절망이다. 내 몰락한 인생에 불행 끝판왕 같은 일이다”라고 했고, 첫사랑이었냐는 물음에 “첫사랑이 아니라 원수다. 그것도 그냥 원수가 아니라 상원수”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2009년 학창시절, 전교 1등이었던 여정우는 중간고사에서 처음으로 2등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결국 충격으로 그 자리에 쓰러지기까지한 여정우는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양호실로 끌려가기까지. 심지어 전교생 사이에 “여정우가 전교 2등 하고 열받아서 기절했다더라”, “그래서 병원에 실려갔다던데”라며 소문도 퍼져나갔다.
여정우는 “그 사건은 잠들어있던 나의 승부욕을 건드리렸다”면서 유치한 반격에 들어갔다. 그는 항상 1등으로 등교하는 남하늘을 따라잡으며 먼저 등교하는 가 하면, 커피믹스를 가루째 먹는 남하늘 옆에서 보란 듯이 2봉지를 마셨다. 급기야 문제 풀기도 1등으로 정답을 맞추기까지.
빚더미에 앉은 여정우는 남하늘 집에서 그대로 살아야 했다. 그는 임차인이 계약을 위반할 경우 보증금 반환이 불가하다고 쓰인 계약서 내용을 확인하곤 남하늘에게 “그게 혹시나 여기 사는 거 불편하면 네가 좀 참아라. 너 뉴스 봤지? 나 요즘 소송중인 거 그래서 상황이 좀 안 좋다. 그래서 방을 못 뺀다”라고 동정심을 유발했다.
그러나 남하늘이 “그냥 살아. 네 깟 놈이 살든 말든 관심없으니까”라고 하자 여정우는 “희한하게 나가라는 말보다 더 기분나쁘네 맨날 이렇게 싸우는데 내가 나가고 만다. 어차피 빚이 37억인데 거기서 몇 천 더 붙는 게 뭐”라며 발끈했다. 이에 놀란 남하늘은 “너 빚이 37억이야?”라고 물었다. 여정우는 “사실 100억인데 집, 차, 주식 다 팔고 남은 게 37억이다”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남하늘은 관심없다는 듯 하품을 하며 “암튼 조만간 옥탑에서 나가라”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남하늘은 교수가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뒤집어 씌운 것도 모자라 VIP 환자아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말에 결국 폭발했다. 남하늘은 교수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마음대로 해라. 내가 아프면서 할 거까지 지켜야 할건 없다”라고 싸운 뒤, 병원을 그만뒀다.
이 소식은 병원 내 직원들과 동기들 사이에서 퍼져나갔고, 급기야 엄마 공월선(장혜진 분)의 귀에도 들어갔다. 공월선은 “그 좋은 병원을 왜 그만두냐. 넌 여태까지 해온 게 아깝지 않냐. 참았어야지”라고 화를 냈다. 이에 남하늘은 “누구한테 좋은 건데? 나 엄마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굴욕적으로 일해.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 먹고 숨만 쉬어도 욕먹어. 계속 욕먹으면서 불행하게”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공월선은 “세상에 욕 안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라고 타박했고, 남하늘은 “그러네. 내가 잘못했네. 계속 욕 먹으면서 불행하게 아프게 내 몸 축내 가면서 살걸. 나 우울증이래. 너무 애써서 힘든데 쉬지 못해서 나를 혹사 시켜서 마음에 병이 있대”라며 울먹였다.
공월선은 “그럴 리가 없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나는 너를 최고로 키웠다. 너를 위해서 내 모든 걸 다 바쳤는데 그런 내 딸이. 절대 그럴 일 없다. 세상 사람들 다 우울증 걸려도 너는 절대 아니다”라고 믿지 못했다. 이에 남하늘은 “나는 아프지도 못하냐. 여태 엄마가 바라는데로 살았는데 나는 내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냐고”라고 집밖을 나갔다. 두 모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 여정우는 “지독하게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더니”라며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날 저녁, 남하늘과 마주친 여정우는 “소주 한 잔 할래?”라며 “그냥 나랑 소주 한 잔해 나오늘 너무 울적해서 누군가랑 이야기 좀 하고 싶어”라며 붙잡았다. 남하늘은 “난 한잔은 안 마셔. 세 병정도 깔 거면 가자”라고 했고, 두 사람은 고깃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우연히 들어간 식당은 동창이 운영하는 곳으로, 그곳에는 고교 동창회가 열리고 있었다.
결국 여정우는 동창의 비난과 조롱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고, 그 뒤를 남하늘이 따라나섰다. 여정우는 “왜 자꾸 따라와. 쪽팔리게 왜 계속 따라오냐고”라고 물었고, 남하늘은 “집이 같은 방향인 걸 어떡하냐”라고 머쓱하게 답했다.
그러자 여정우는 “소주 세 병 까자는 거 아직 유효하냐”라며 함께 술 마시러 이동했다. 이어 술을 마시던 두 사람. 남하늘은 “나야 내가 지르고 나간 거지만 너는 본의아니게 누명 쓰고 있잖아”라고 위로했다. 여정우가 “넌 내가 누명 썼다고 생각해? 왜?”라고 깜짝 놀라 묻자 남하늘은 “뭐 너가 좀 유치하긴 하지만 나쁜짓 하고 뻔뻔하게 우길 놈은 아니니까”라고 답했다.
감동받은 여정우는 눈물을 훔치며 “요즘 미쳤나봐. 별 것도 아닌 말에 눈물도 나려고 하는게 우울증인가”라고 하다가 “미안하다. 우울증은 내가 아니라 넌데”라고 사과했다. 오히려 남하늘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 “내가 우울하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자존심 상해. 나는 맛있는 건 제일 마지막에 먹는다. 그래서 행복도 그렇게 미뤘다. 교수가 되면 맛있는 것도 더 맛있겠지. 교수가 돼서 해외여행 가면 더 재밌겠지. 그렇게 모든 걸 내일로 미룬 채 일만 했다. 근데 이게 뭐냐, 실컷 일하고 얻은 게 우울증이라니”라고 토로했다.
그 시각, 남하늘 방에서 우울증 약을 발견한 공월선은 ‘하늘아 엄마는 훌륭한 딸보다 안 아픈 딸이 좋다. 네가 무엇이든 엄마는 널 사랑하고 아낀다’라는 진심을 담아 문자를 보냈다. 이에 남하늘은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고, 그 모습을 바라본 여정우는 “네가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려고 한다. 겨우 참고 있었는데 나도 울고 싶다”라며 부둥켜 안으며 오열했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한 두 사람. 남하늘은 “다음날 술에 취해 그를 껴안은 내 자신을 원망하겠지만”이라고 말했고, 여정우는 “그날 그녀에게 빌려온 온기는 너무 따뜻해서 그 순간 만큼은 온갖 아픔을 다 잊을 수 있었다”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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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닥터슬럼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