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투병 중 세상을 떠난 배우 윤정희가 오늘(19일) 1주기를 맞이했다.
지난 2019년 11월, 윤정희가 10년여 간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4년 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윤정희는 프랑스 파리 현지 시각으로 2023년 1월 19일 오후 5시께 향년 78세로 사망했다.
사망 직전까지 남편 백건우씨와 딸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으며, 두 사람에 따르면 윤정희는 친딸의 얼굴을 정확히 알아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남편과 딸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프랑스 파리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윤정희는 돌연 친동생들과의 법적 분쟁을 겪었다. 윤정희의 친동생들은 윤정희 남편 백씨와 친딸에 대한 재산·신상 후견인 지위 이의 신청을 프랑스 법원에 제기, 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동생들은 2019년 9월 프랑스 1심에서 패소했고 파리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이듬해 11월 최종 패소했다. 파리고등법원은 윤정희가 배우자, 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운데 안전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안락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윤정희는 남정임, 문희 등의 배우들과 함께 국내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데뷔하자마자 높은 언기를 얻었다. 이 영화로 대종상 신인상을 받으며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후 ‘맨발의 영광’(1968), ‘순애보’(1968), ‘주차장’(1969), ‘미스리’(1971), ‘작은 꿈이 꽃필 때’(1972), ‘내일은 진실’(1975), ‘야행’(1977), ‘화조’(1978), ‘여수’(1978) 등에 출연하며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배우로 이름을 새겼다.
윤정희는 시대극은 물론 당대 현대극, 뮤지컬 희극까지 넘나들면서 재능을 과시했다.
결혼을 한 이후에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왔는데 특히 이창동 감독의 ‘시’(2010)를 통해 내공 쌓인 원로 배우의 위력을 드러냈다. 이 영화는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해 전세계 평단에 호평을 얻으며 각본상을 수상했다.
윤정희는 나이가 들었어도 소녀 같은 맑고 투명한 얼굴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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