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을 담은 '세기말의 사랑'이 베일을 벗는다.
18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세기말의 사랑’(감독 임선애)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임선애 감독,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 문동혁이 참석했다.
‘세기말의 사랑’은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던 1999년, 짝사랑 때문에 모든 걸 잃은 영미(이유영 분)에게 짝사랑 상대의 아내 유진(임선우 분)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뉴 밀레니엄 드라마.
이날 임선애 감독은 세기말을 배경으로 잡은 이유를 묻자 "이걸 쓸때만해도 2013년 졸업작품으로 썼던 시나리오다. 10년 후 다시 y2k가 유행될지 몰랐는데 좋았다. 당시에는 원래 현재 이야기로 썼다가 다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이 시나리오를 들춰봤을때 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생각하다가 영미가 굉장히 소심하고 폐쇄적인 성격이다. 그런 인물이 유일하게 직접 선택한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고백을 하려면 큰 계기가 있어야할 것 같더라. 그래서 세상이 곧 멸망한다면 마음속에 품고 있던 마음을 고백할수있지 않을까 그런 엉뚱한 생각으로 세기말 설정을 했다. 제목이 '세기말의 사랑'인데 주요 시대 배경이기도 하지만 영미의 별명이기도 하다. 중의적인 뜻을 가지고 캐릭터 디벨롭 하니까 재밌더라. 그렇게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흑백으로 시작해 영미가 새 출발을 하는 시점부터 컬러로 전환된다. 임선애 감독은 "흑백과 컬러의 구분은 선입견으로부터 시작했다. 1999년과 2000년을 흑백과 컬러로 나눈게 아니라, 영미가 출소를 한 이후부터 컬러가 된다. 다만 영미는 원래 색을 지닌 사람인데 흑백 장면에서는 영미의 의상이 무채색처럼 느껴졌을거다. 그런것들을 전복하고 싶었다. 영미는 원래 색이 바랬을뿐 색을 지닌 인물이라는점. 유진은 몸이 죽어서 무채색의 옷을 입긴 하지만, 영미가 유진의 옷을 입는 장면을 보면 원래 컬러를 많이 지닌 사람인데 상황때문에 색을 잃어갔던 거다. 그런 두 사람이 자기 색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작중 세기말 영미 역을 맡은 이유영은 '세기말의 사랑'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초반에 숨막히는 전개라 생각했다. 영미의 스토리가 초반에 나오는데 그 부분이 너무 흥미 진진해서 숨도 안쉬고 읽었던 것 같다. 첫 부분이 너무 인상깊어서 초반부터 정이 가는 대본이었고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해보지 못한 캐릭터였기도 했고. 굉장히 폐쇄적인 인물인데 사랑스럽고 뒤로 갈수록 묘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라 도전해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통해 파격적인 빨간 머리와 덧니 분장을 선보였던 그는 "영미는 칙칙하기도 하고 컴플렉스도 있고 자존감도 낮고 세상으로부터 두려움을 안고 숨어사는 그런 인물이다. 사람들도 자기를 피하는 인물이다. 외적으로 너무 과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납득이 될정도로 비호감인 외모를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얼굴에 분장 더 할지, 주근깨나 점도 생각해보고 여러 고민을 하고있던 찰나 감독님이 덧니를 제안해주셨다. 덧니를 듣고 너무 좋다고 생각이 들더라. 연기적으로 도움 받을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덧니 꼈을때 어눌해지는 발음이 캐릭터에 녹아들어서 더 도움을 받았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어 "덧니를 만들때 저는 조금 더 욕심 내서 덧니 세개를 하고 싶다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너무 과한것 같다고 해서 두개만 맞춰서 발음연습 하면서 연기 준비했다. 염색은 가발을 쓰고 한건데 처음에는 대본에 핑크머리였다. 원래 대본에 있던 설정이었다. 그 부분이 너무 재밌단 생각을 했다. 중간에 감독님이 빨간머리로 바꾸셔서 빨간 머리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랄 1 급' 유진 역의 임선우는 "영미 역이 정해지고 난 뒤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유진이의 심장소리가 계속 들리는 느낌이었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는 이게 무슨 느낌일까 그런 궁금증이 생김과 동시에 이 작품은 내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감독님을 만났다. 그떄 처음 뵀는데 감독님이 맨드라미 꽃 한다발을 선물하셨다. ‘저랑 할거죠?’ 물어보시는데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유진은 신체 장애를 가진 인물. 임선애 감독은 "모델이 있었다. 친척분 중에 유진처럼 병을 앓고있는 분이 계신데 예쁘고 까칠하다. 선천적인게 아니라 20살부터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취향이나 성격이 변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유진은 장애인이라는게 캐릭터가 아니라 장애를 갖고 있지만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주변인물이기도 하고 그분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으로부터 많이 각성이 일어났던 점이 있어서 그렇게 시작을 하게 됐다. 기존에 영화나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장애를 소재로한 드라마가 희생이나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많다. 영화에서 유진의 병명이 정확히 뭐고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 자체가 저는 그냥 유진과 영미가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로서 그리고 싶었다. 다만 주인공중 한사람이 장애인이라는 것일 뿐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선우 역시 "유진이 장애를 가진 인물이지 않냐. 그래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유진을 준비하면서 그 부분이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건 사실이다. 이 장애를 어떻게 표현할수 있을까. 혹시나 누군가에게는 잘못하면 실례가 되지 않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저에게 그 이모님과 한번 만날수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셨다. 이모님과 만나뵀는데 제가 뵌건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한 인간이었다. 함께 대화 나눈 3시간이 지나고 그 만남이 저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내가 배우로서 표현해야할게 유진의 장애인가? 유진의 장애를 리얼하게 표연하는게 영화에서 중요한가, 아니면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한 인간을 표현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스스로 질문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중점을 둔건 장애가 아니라 생명력을 가진 유진의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려웠던 점은 사실 영화를 찍으며 상대방의 눈을 보고 연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주로 누워있거나 앉아있고, 상대는 휠체어를 밀거나 옆에 서있거나 했다. 처음으로 상대 눈을 거의 보지 못하고 연기했는데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상대 배우들이 너무 좋은 배우들이라 눈을 보지 않아도 리액션 하면서 연기할수 있었다"고 밝혔다.
도영 역의 노재원은 "시나리오 받기 1년 전에 감독님이 꼭 작품 하고싶다 해주셨고, 시나리오를 언젠가 주겠다 약속해주셨는데 1년 뒤 시나리오를 받았다. 처음 읽었을때는 내가 도영을 연기할수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깊이있는 인물같아서 감독님이 나를 너무 좋게 생각하시는게 아닌가 싶었다. 이걸 제대로 해봐야겠다 결정적인 마음 드는건 감독님이 충분히 할수 있는, 도영은 무조건 재원씨가 해줬으면 좋겠다 하셔서 무조건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도영을 어떻게 연기하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보니 연기하면서 복잡했다. 어떻게 해야되지 라는 생각에 너무 복잡했고 도영을 연기하고 준비하면서 점점 든 생각은 무언갈 표현하면 안되겠구나. 그게 중요한게 아니구나. 캐릭터성을 드러내기 이전에 내 안에 이미 도영이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조건 없이 위대한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 내가 살아간다면?이라는 마음을 갖고 연기하려 애쓰고 발악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유진의 '호구 2번' 준 역의 문동혁은 "처음엔 준이의 대사를 먼저 봤다. 준이만 보고 달렸다. 그 뒤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준이는 제가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의 변수를 창출할수 있는, 재밌는 연기를 할수있는 캐릭터라 좋았다. 그러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런 캐릭터가 사랑스러운 인물들 사이에서 휘젓고 다니는게 재밌더라. 평소에도 휘젓는걸 좋아해서 시나리오 아주 재밌게 읽었고 재밌게 찍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이 캐릭터 자체가 편했다. 제 모습도 많이 담겨있고 제가 가진 사고방식을 풀어내는데 있어 좋은 캐릭터라 재밌게 만들어 나갔다. 도전했다는 것 보다는 이 작품을 하며 좋은 감독님을 만났다. 저도 나름 연구 많이해서 캐릭터를 구축하고 제 모습을 사용해서 편하게 연기하는데 이정도 선을 그었다면 더 깊게 캐릭터를 구축할수있게 질문 던져주시고 여러가지를 일깨워준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이고 배우님들이라 저에게 더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세기말의 사랑'에서는 영미와 유진의 유대가 돋보이기도 했다. 임선애 감독은 "이 이야기를 쓰면서 생각한 간단한 로그라인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질투하는 이야기를 쓰고싶다’는 것이었다. 보통 반대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접근을 시작하면서 원래 기획에는 조금더 영미를 못생기고 유진은 더 예쁘고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했다. 근데 이걸 쓰면서 제 안에서도 각성이 일어났다. 누군가 예쁘다 안예쁘다는 주관적이고 결국 이 이야기는 서로 가지지 못한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질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역시도 우리 사회가 정한 기준에서 조금씩 미달된 것일 뿐이지 않나. 그렇지만 그 두사람이 얼마나 반짝거리는 사람인지를 서로를 통해 발견하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런식으로 접근 했다"고 전했다.
이유영은 임선우와의 호흡을 묻자 "작품에서 상대 배우가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언니랑 연기하며 다행이라 생각했다. 유진 역할은 너무 어려워서 누구나 쉽게 소화할수있는 역할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유진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줘서 연기하는데 너무 이입이 잘 됐다. 이상하게 언니가 너무 매력도 있고 그래서 유진이 화를 내는 장면 많은데 하나도 밉지 않고 짠하고 오히려 더 마음이 갔다.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열리게 연기를 하는구나 생각하며 같이 촬영했다.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으로 서로 느끼면서 진심으로 같이 연기할수 있었던 좋은 상대 연기자였다"고 극찬했다.
임선우 역시 "유영이랑 연기하면서 우리가 서로에게 아낌없이 주고있단 생각이 들었다. 자기 것을 찍을때만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자기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저에게 늘 100%를 주는 연기를 해주더라. 그래서 저도 유영에게 더 주고 싶었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가 같이 호흡으로 만들어낸 장면들이 관객들한테 분명 전달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건 눈을 보면서 연기를 거의 못했다. 옆에서 뭔가 하는데 직접 못 보고 소리만 들은게 많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자유로운 연기를 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며 해방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고, 유영 배우가 원래 좋은 배우지만 정말 좋은 연기 했구나 싶다. 이렇게 좋은 배우와 연기할수있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마지막으로 이유영은 "'세기말의 사랑'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지 않나. 모든 사랑. 다양한 삶의 형태를 담고 있는 따뜻하고 힐링할수 있는 드라마라 생각한다. 포스터나 색감 느낌처럼 사랑스러운 영화이기도 하고 각각의 캐릭터를 보실수 있는 재미, y2k 감성까지 여러 재미를 느낄수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임선애 감독은 "'69세'도 그렇고 '세기말의 사랑'도 그렇고 선뜻 투자를 하기 어려운 소재의 영화라 생각한다. 근데 누군가는 이 이야기의 반짝거리는 부분을 발견해 주셔서 어렵게 두번째 독립영화를 찍게 됐다. 저는 두 번째를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근데 개봉하고 나면 사실 제 것이 아닌것처럼 느껴지더라. 어쩄든 이 영화가 더 오래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남는건 배우님들 역할이 크다. 이 영화는 불완전한 두사람이 만나 서로를 발견해주고, 관객도 이러한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통해 배우님들을 새롭게 발견해주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는 게 저의 큰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기말의 사랑’은 오는 24일 극장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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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