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투핫'에서 '나는솔로지옥', '관희지옥'으로 변했다. 설렘은 약해졌지만 재미는 여전한 '솔로지옥3'의 두 PD들을 만나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3'를 연출한 김재원, 김정현 PD는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최근 종영한 '솔로지옥3'의 제작 비화에 대해 털어놨다.
'솔로지옥'은 커플이 되어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질 솔로들의 솔직하고 화끈한 데이팅 리얼리티 쇼다. 김재원 PD는 "시즌1, 2보다 핫해진 것 같아서 실감하고 있다. 시청 시간이 시즌1, 2에서 6천만 시간이었는데 이번에 7천만 시간이 넘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자부심을 표했다. 특히 그는 "관희 씨가 시즌1, 2보다 잘 되게 해주겠다고 말하셨는데 약속을 지켜주셨다. 관희가 관희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번 시즌 남성 출연자로 활약한 농구선수 이관희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실제 '솔로지옥3'는 '관희지옥'으로 불릴 정도로 출연자 가운데 이관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관희는 시즌 초반 호감을 갖고 있던 상대를 지목하는 진실게임에서 김규리, 윤하정, 최혜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름이 아닌 "쟤, 얘, 얘"라고 불러 빈축을 사기도 했다. 후반부에는 '메기'로 합류한 조민지와 최혜선 사이를 갈팡질팡하며 보는 이들을 헷갈리게 하는 행보로 관심을 끌기도. 그는 결국 최종 선택에서는 최혜선의 손을 잡아 '초딩 관희와 안정형 혜선'이라는 서사를 만들며 '솔로지옥3'를 '하드캐리'했다.
이러한 이관희의 활약상에 대해 김정현 PD는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 중 제일 솔직하고 정말 연애를 하고 싶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신 것 같다"라고 평했다. 김재원 PD 역시 "어떤 데이팅보다 최종 선택이 궁금한 출연자였다. 데이팅은 최종 선택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니까 그런 면에서 굉장히 프로그램에 이바지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이관희에 대해 호평했다.
이관희의 경우 시즌2부터 지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바. 김재원 PD는 "너무 놀랍게도 지원을 해주셨다. 만났을 때 방송 모습 그대로 솔직하고 거침없고 매력적인 남자 분이었다. 저희도 너무 하고 싶었는데 당시 구단의 훈련 스케줄이 겹치면서 그래도 어떻게 안 되겠냐고 구단주를 만나 빌다시피 했다. 그런데 감독님도 새로 오셔서 도저히 안 될 것 같다고 하셔서 깔끔하게 포기를 했다. 작년에 나왔으면 덱스와 붙었을 것 같다. 그러면 정말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안 돼서 시즌3에 제일 먼저 연락을 드렸고 다행히 스케줄이 맞아서 오실 수 있었다. 리얼리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한번도 천국도에 가본 적이 없다. 지옥도를 지켜야 해서 그렇다. 그런데 이번 시즌 하도 들려오는 얘기가 심상치가 않아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길래 그러나 싶어서 천국도를 따라가 봤다. 민지 씨와 데이트를 할 때였는데 방에서 산책하는 걸 보고 관심이 가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불호는 있을 수 있는데 도대체 저 사람이 다음 행동으로 뭘 할지 궁금해지는 인물이었다"라며 놀라워 했다.
시즌2 출연자에서 시즌3엔 MC로 합류한 덱스(김진영)조차 이관희의 모습에 "선 넘는데?"라고 놀라워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솔로지옥3'는 과감한 연출로 정평이 났다. 특히 시즌3에서는 이관희의 "쟤, 얘, 얘"를 비롯해 여성 출연자 김규리의 "줘도 안 가져" 등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던 상황. 이를 편집하지 않고 보여준 제작진의 연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김재원 PD는 "관희씨가 유독 심했지만 다들 정말 솔직하게 임해주셨다. 섬에 있는 분들이 솔직하니까 당연히 MC 분들도 솔직해졌던 것 같다. 섬에 있는 분들이 그러지 않았다면 시청자 분들도 저항하셨을 것 같다. 그런데 MC 분들이 적당히 유머러스하게 유쾌하게 풀어주시고 재미있게 비판할 건 해주시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보면서 화도 나다가, MC 분들이 한 마디 해주시면 속시원하게 재미있게 넘어간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게 이번 시즌 중요한 포인트였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편집에 있어서 기준은 명확했다. 데이팅 프로그램이니까 러브라인과 관련된 것들은 다 냈다. 규리 씨 발언은 민우 씨와 규리 씨 서사의 마지막이다. 두 사람이 잘 돼가다가 왜 시은 씨로 결정이 됐는지를 보여준 굉장히 중요한 씬이기 때문에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왜 민우 씨가 시은 씨로 확정이 됐는지 궁금할 거라고 봤다. 그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못하는 건 안 된다고 봤다. 러브라인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면 출연자 보호를 위해 편집했을 텐데 두 사람 서사의 종지부라고 생각해서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쟤, 얘, 얘' 또한 관희 씨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였다. 무례하긴 했지만 이후 스토리에 영향을 끼친 게 컸다. 그게 빠지면 여자 분들이 왜 화가 나고 하정씨와 왜 화를 내고 사과를 하는지가 설명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재원 PD는 이어 "한국 시청자들의 기준이 제일 최첨단에 있는 것 같다. 그런 분들께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라고 힘주어 말했고, 김정현 PD는 "여성 시청자들이 출연자를 보는 시선도 바뀐 것 같다. 예전 '하트시그널' 초창기를 보면 자상한 남자 출연자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제는 착한 남자에 대한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연애관도 조금 바뀐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이처럼 과감한 편집 과정에서 '솔로지옥' 시리즈 만의 정체성을 두고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더욱이 최근 ENA,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SOLO)' 시리즈가 16기에서 '도파민'을 키워드로 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현실적인 출연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선보여 신드롬을 일으켰던 상황. '솔로지옥3'에서도 유독 출연자들의 강렬한 코멘트, 자극들이 판을치며 '나는 솔로 지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재원 PD는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이번 시즌을 두고 '설렘은 없지만 재미는 있다'는 평이 많았던 것 같다"라며 수긍했다.
다만 그는 "데이팅이 글로벌적으로 굉장히 오래된 보편화된 장르다. 거기에 한국식 '연프(연애 프로그램)'라는 게 하위 장르로 있다고 봤다. 서부극이 있으면 마카로니 웨스턴이 있듯이 한국형 데이팅이 '연프'로 있는 거다. 제 생각에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시청자 분들 중에 식상해진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시즌은 한국형 연프의 클리셰를 깨부수려 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가장 흔한 클리셰가 첫날 만나서 어색하게 저녁식사 준비하고 앞치마 해주는 것들인데 요즘 콘텐츠 흐름에는 느리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큰 룰이 첫날 데이트 하지 않는 거다. 무조건 첫날은 간본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두 가지를 다 깼다. 저녁 식사를 없애고 첫날 데이트를 하자고 했다. 그게 중요한 변화였다. 어차피 언제 데이트를 하든 첫인상은 결국 변하게 돼 있다. 마무리를 비교했을 때 첫인상은 첫인상일 뿐이고 그걸 빨리 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시청자가 기다릴 시간을 압축해서 마지막 감정의 몰입도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마지막에 우는 걸 보면 큰 차이가 없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재원 PD는 "'나는 솔로' 16기와는 연관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저희는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그렇다. 오히려 '나는 솔로' 같은 다른 프로그램보다는 우리의 시즌2와 다르게 가야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야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캐스팅 단계에서도 후보들에게 계속해서 '시즌2 어떻게 봤냐'고 물어봤고, '저라면 그렇게 안 했을 것 같다'는 분들을 많이 뽑았다"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로맨스와 연관된 모든 장면은 다 담으려고 했던 앞선 편집 기조를 유지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조민지가 박민규와 천국도로 가는 상황에서 함께 헬기에 오른 이관희를 의식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고스란히 공개됐다. 해당 장면이 유독 화제를 모았던 것에 대해 김정현 PD는 "제가 그 헬기에 같이 가고 있었다. 그런데 헬기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런 상황인 줄은 전혀 파악을 못했다. 나중에 편집실에서 그 장면을 확인하고 놀랐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파장이 심할 줄은 몰랐다"라고 털어놨다.
김재원 PD는 "솔직히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옆에서 눈물을 닦는 장면이 더욱 강렬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대중의 반응을 정말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놀라워 했다. 이어 "거절의 눈물은 오히려 흔한 거라 생각했다. 저희는 오히려 민규 씨가 셔츠 밑단을 들어 민지 씨 눈물을 닦게 해주는 게 너무 놀라웠다. MC들도 웃으며 눈물을 보일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파장이 커서 저희도 놀라웠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작진도 놀라웠던 순간도 있었다. 김재원 PD는 "'쟤, 얘, 얘'는 현장에서 듣고 귀를 의심했다. 관희씨가 어떻게 될까 싶었다. 세 분이 그래도 마음을 표현하고 다가갈까 싶었다. 관희씨는 이대로 사라지는 걸까 싶어서 매일매일 주의 깊게 봤다. 그랬더니 다음날엔 망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한 명 한 명 불씨가 살아나더니 다시 또 어느 순간 '관희 지옥'이 돼 있더라. MC 분들 말처럼 불사조 같았다. 등락이 있었다. 그 재미가 컸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강렬한 캐릭터를 가진 출연자들을 통해 화제를 모은 '솔로지옥3'. 연애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이나 다름 없는 출연진 구성에 '솔로지옥' 제작진 만의 노하우는 무엇이었을가. 김재원 PD는 '지원도 받지만 섭외도 여러 방면으로 했다. SNS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 단체나 기관들에 문의도 했다. 할 수 있는 방안은 다 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유독 미인대회 출신 출연자들이 많은 점에 대해 김정현 PD는 "저희가 미인대회 출신만 찾는 건 아니다. 찾다 보니 매력 있는 분이 대회 출신인 경우가 많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지망생, 배우, 인플루언서 등 유명세를 의식할 수 있는 출연자들의 구성에 대해 김재원 PD는 "저희는 다른 연애 프로그램에 비해 열려있는 편인 것 같긴 하다. 그 부분에 있어 거부감은 덜한 편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물론 똑같은 상황이라면 진정성을 더 보여줄 수 있는 분들을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1순위의 조건은 매력이다. '누가 더 인기가 있을까'를 우선에 둔다. '인기 있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연애에서 상호작용할지'가 '솔로지옥' 시청자들의 니즈라고 생각해서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김정현 PD는 더불어 "저희는 겨울에 오는 여름 바이브의 프로그램이니까 정말 핫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을 위주로 팔로우 하려고 한다. 다른 연프보다 짧은 기간 안에 자기를 표현해야 하니까 정말 솔직하고 그런 분들만 섭외하려고 한다. 미팅을 할 때 엄청 많은 제작진이 본다. 그 때 당시에 저희의 느낌을 우선한다. 대화할 때 5분 만에 사람을 파악하기 쉽진 않지만 '연애를 잘 할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섭외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재원 PD는 "20~30명 되는 PD와 작가들이 섭외를 한다. 저희 나름의 집단지성이다. 다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제 의견도 N분의 1일 뿐이다. 특히 저희 주된 시청자인 2030 여성들이 매력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에는 민규 씨가 인터뷰 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공무원이라 그런지 카메라가 돌 때는 쑥스러워 하시더라. 인터뷰 할 때는 모두가 엄지 척을 했는데 촬영 중에는 일반인 분들이 매력을 빨리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빨리 적응하는 분들이 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시는 것 같다. 정말 다 매력적인 분들인데 각자의 매력이 다 있는데 어쨌든 그런 한계가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세 시즌 째 성황리에 공개된 '솔로지옥' 시리즈. 다음 시즌을 계획한다면 또 어떻게 달라질까. 김재원 PD는 "시즌4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게 된다면 이번 시즌 총평, 설렘은 없지만 재미는 있다 아닌가. 설렘도 있고, 재미도 있다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캐스팅에 공을 들여서 원래 시즌2 때 덱스도 있고 관희 씨도 있는 시즌을 시즌4 때 만들어보고 싶다. 다양한 재미있는 분들이 나오면 얼마나 재미있겠나"라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촉 좋은 MC들의 구성에 대해서도 김재원 PD는 "MC들도 다르고 시청자 분들도 생각하느 것도 다르고 어떤 의미인지 판단하는 게 너무 달라서 재미있는 것 같다. 각자 판단하고 끝나는 거라 그게 재미있지 않나. 이번 시즌은 진경 씨랑 다희 씨가 정말 정확하게 봤다. 다음 시즌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저희가 사전제작인데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핀오프는 섣부르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럽긴 했다. 그렇지만 시즌 통합에 대해서는 늘 회의 실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다.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아닐지 모르지만 상상하는 재미가 있지 않나. 기회가 된다면 스핀오프를 그렇게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덱스와 관희 만나면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