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을 프로듀서로 만들었던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눈도장을 찍더니 어엿한 배우로 성장했다. 시나브로 필모그래피를 넓혀가며 전쟁 영화에 대한 갈증을 드러내는 연기자 유선호를 만나봤다.
유선호는 지난 9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약칭 열녀박씨)'을 비롯해 출연작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열녀박씨'는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유교 걸 박연우(이세영 분)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배인혁 분)의 금쪽같은 계약 결혼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 삼아 드라마로 각색됐다. 이 가운데 유선호는 강태하의 이복형제 강태민 역을 맡아 박연우를 짝사랑하고 회사 경영권을 두고 경쟁하는 '서브 남주'로 활약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서 다행히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라고 운을 뗀 유선호는 "함께 해준 모든 스태프 분들께도 고맙다는 말 꼭 하고 싶다. 덕분에 저한테도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감사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열녀박씨'가 시청률 10%의 벽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못하고 최고 시청률 9.6%에 그쳤던 것에 대해서도 "요즘 시기에 너무 잘 나온 거라 생각해서 아쉽거나 그런 건 없고 너무 좋다"라고 자평했다.
다만 엔딩은 아직 못봤다고. 유선호는 "일부러 안 봤다. 언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제가 나온 걸 잘 못 본다. 드라마를 다 보면 뭔가 끝나는 느낌이 들어서 제 딴에는 아쉬워서 못 보는 것도 있고 제가 나온 모든 작품을 쉽게 보고 떠나보내진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아직 마지막회는 못 봤다"라고 고백했다.
유선호가 맡은 강태민은 비뚫어진 재벌2세라는 클리셰 같은 설정과 더불어 다소 성숙한 이미지가 필요한 인물이었다. 유선호는 "실제 나이는 저보다 높다. 그런데 나이보다 캐릭터에 대해 접근한 방식은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거다. 그 비뚫어짐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감독님이 저한테서 여태까지 보지 못한 호흡을 보고 싶어서 섭외했다고 하시더라. 연기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좋았다고 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화제를 모은 강태민의 패션도 그의 표현 방식 중 하나였다. 그는 "태민이는 사랑받지 못한 아이다. 헤어랑 옷으로 그걸 표현하고도 싶었다. 누구보다 화려하고 튀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불편할 정도로 튀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야 날 봐준다고 생각했다. 대본상에는 '화려하다' 정도만 있었는데 감독님도 원하셨고 저도 원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 엄마도 시작은 사랑이었을 텐데 굉장히 표현방식이 잘못된 것 같다. 엇갈렸다고 할까. 저한테는 그게 사랑으로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태민이는 사랑받으려고 더 미운 짓을 하고 더 사랑받으려고 하고, 그게 연우를 만나기 전까지 악순환이었던 것 같다. 표현 방식도 거칠어졌고"라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참고한 작품들이 몇 개 있다. 되게 많은데 하나는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다. 그 것도 사랑인데 비뚫어지지 않았다. 태민이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에 본 영화인데 다시 한번 보면서 참고했다. 다른 분 추천으로 본 건 '상속자들' 최영도(김우빈 분) 캐릭터도 찾아봤다. 물론 본 작품이긴 한데 극단적이긴 하지만 되게 다양하게 찾아봤다. 원작 웹툰도 이번에 출연을 하기로 하면서 참고를 했다. 쿠키 구우면서 직접 결제를 하고 봤다"라고 밝혔다.
유선호는 "처음 시작할 때 목표는 '시청자 분들께 미움을 받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미움받는 도전이었다. 나중엔 연우를 만나서 성장도 하지만. 초반에는 누구보다 질타와 미움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어떠한 미움이 와도, 내가 도전한 거니까 오히려 미움 받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초반에는 미움을 좀 받은 것 같다. 나중엔 다들 태민을 아껴주고 좋아해주셔서 다행이긴 했다"라며 "사실 누구보다 선한 아이일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럴 뿐이다. 그래서 더 비뚫게 나갔을 뿐이다. 그 누구보다 엄마가 제일 미웠다. 사랑을 안 해주니까"라고 덧붙였다.
"쟤는 도대체 왜 저러냐, 누구 편이냐"라는 반응이 기억에 남았다는 유선호는 "나서서 찾아보진 않는데 찾지 않아도 보이는 반응들도 있고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도 있고 클립만 봐도 댓글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보게 되더라. '태민이 옷장 검사하자, 옷 다 버려라'라는 말들이 웃겨서 기억에 남는다"라며 웃었다.
그만큼 유선호의 연기 자체에 대해서는 호평이 주를 이뤘던 바. 배우 본인은 어떻게 봤을까. 그는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면서도 "제가 봤을 땐 아쉬운 게 너무 많았다. 이번에 유독 아쉬운 게 많이 보였다. 이런 것들을 보완하면 내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복합적인 거라 한 부분만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7개월 정도 촬영을 하면서 마음으로 느낀 게 컸다. 그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뭐라고 꼽기는 어렵더라.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바로 연습하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반면 성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이런 부분은 성장한 것 같다. 아쉬운 게 확실히 보이고,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길이 느껴진다는 게 큰 발전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유선호는 "사실 저와 태민은 닮은 게 없다. 그렇게 화려하게 살지도 않고, 옷도 단정하게 입는다. 또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나마 비슷한 건 태민이의 표현 방식이었다. 저도 표현 방식에 거리낌이 없고 거부감이 아예 없는데, 태민이도 그렇더라. 저도 표현하는 것에 쑥스럽다거나 그런 건 없다. 표현에 거침이 없다. 평상시에 감정을 많이 표현하려는 편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고정 출연 중인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로 연예대상에서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유선호. 특히 대상은 팀 대상이지만 만 21세로 최연소 수상이기도 했다. 이에 그는 "너무 얼떨떨했다. 연말 시상식을 처음 가보고 그 전에는 가족들과 매년 봐왔는데 언제쯤 그런 곳에 가볼까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신인상과 대상을 함께 받아서 아직도 믿기진 않는다. 집에 전시를 해놨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 너무 뿌듯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셨다. 너무 뿌듯해하셨다"라고 밝혔다.
그는 고정 예능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도 "부담보다는 '1박2일' 시청자 분들이 재미있고 유쾌한 모습만 보다가 작품을 처음 봤는데 너무 색다르다는 반응을 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 것에 대한 뿌듯함도 없지 않아 있다. 이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게 지금은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런 유선호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유선호는 "제가 생각했을 때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네?' 한 게 '열정'이었다. 내 성격이 이렇다는 걸 점점 알게 되고, 내 열정이 이만큼이 있구나, 이만큼 꾸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남들보다 감수성이 풍부한 것 같다. 감정 표현 같은 것도 잘하는 편이고, 감수성을 조금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2'로 얼굴을 알려 아이돌로 인상을 남긴 유선호. 그럼에도 배우 활동을 하게된 것에 대해 그는 "확실한 계기가 있었다. 2020년도에 제가 한창 이것저것 고민이 많았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다. 2019년도부터 2020년도가. 그러다가 '언더커버'라는 작품, '거북이 채널'이라는 작품을 만났다. 그러면서 제가 가진 고민들이 확실하게 해결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캐릭터들을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재미있었고, 결과물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 때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좋아하는 거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계속 연기를 하게 됐다. 연기에 대해 저의 진심을 느꼈다. 저는 생각보다 게으른 사람이다. 누워 있는 거 좋아하고. 그때 당시에 잠 안 자고 대본 보고, 몇 시간 못 자는데 대본 보는 나를 보고 '좋아하는 구나' 느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유선호는 배우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제가 하는 '연기'가 재미있어서 이 길을 가려고 한다. 물론 너무 어렵고 고통스럽긴 한데 그 안에서 느끼는 게 너무 크고 재미있어서 쭉 하고 싶다. 캐릭터 마음을 최대한 이해하고 내가 그 캐릭터로 표현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려고 한다. 정답일지, 틀린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의 접근 방식은 '캐릭터'에 몰입해 접근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소년의 성장사를 조명한 전작들과 달리 성년의 모습을 보여준 이번 작품. 유선호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더라. 태민이는 제가 한 역할 중 가장 '애'였다. 나이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밉고 상처주면서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이에 대한 부담보다는"이라고 했다.
주로 '반전'을 간직한 캐릭터들에 도전해온 유선호는 "염두에 둔 선택이다. 제가 하고 싶다고 어필을 하고 선택한 부분이었다. 도전적인 작품들을 많이 했다. 정체성에 혼란을 가진 '슈룹' 계성대군, 장애를 가진 캐릭터도 했고, '우수무당 가두심'에서 악령에 씌인 역할도 했다. 도전하는 게 재미있더라. 태민이도 저한테는 도전이었다. 도전적인 게 항상 스릴 있으면서 재미있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또 도전하고 싶은 건 전쟁 장르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라고 덧붙였다.
유선호는 "새해라고 크게 바뀌는 건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게 요즘 제 모토"라며 웃었다. '입대'라는 장애물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할 문제"라며 "사실 아직까지 언제 갈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진 않았다. 지금 제가 사이버대학교도 다니고 있다. 촬영하다가도 항상 강의 듣고 과제하고 있다. 작품도 계속 하고 있어서 언제 갈지에 대한 큰 고민은 없다. 가야할 시기가 온다면 당연히 열심히 할 거다. 과가 실용음악과다. 악기 관심도 있어서 수업 듣고 있다. 요즘엔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서 편입도 생각 중이다. 연기하면서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관심이 생겼다"라고 했다.
그는 "아이돌 유선호는 당분간은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배우로서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캐릭터를 잘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제가 캐릭터를 준비하며 느낀 감정들을 보는 분들이 느꼈을 때 뿌듯해지더라. 그때 가장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 것 같다"라고 했다.
끝으로 유선호는 "화려한 삶? 연예인으로서 괴리감은 없다. 보시는 분들은 제 삶이 화려해보이지만 평상시엔 그냥 사람 유선호로 다니기 때문에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크게 괴리감은 못 느낀다"라며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좋은 작품들로 인사를 드릴 거다. 지금 고정적으로 하는 '1박2일'도 꾸준히 하면서 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이번에 또 다양한 활동을 할 것 같다. 이번엔 기회가 된다면 연기대상에서에서도 상을 받으면 좋겠다. 지금 차기작은 계속 논의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