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거전' 야율융서 김혁 "몽진 떠난 고려 국왕, 잔치 즐겨..어처구니 없더라" [인터뷰①]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4.01.03 15: 20

거란군이 눈앞에 들이닥쳤는데도 연기대상은 열렸고, 결국 거란 황제와 고려 국왕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23 KBS 연기대상’은 ‘고려 거란 전쟁’에서 강감찬 역으로 열연 중인 최수종이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신스틸러는 따로 있었다. 바로 우수상 장편드라마 부문 시상자로 등장한 거란군이었다. ‘고려 거란 전쟁’에서 야율융서로 열연 중인 김혁, 소배압으로 활약 중인 김준배가 거란군 복장으로 등장해 몽진을 떠난 고려 국왕이 KBS홀에 있고, 반드시 잡아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상황극을 펼쳤다. 이 장면은 연기대상이 막을 내린 후로도 회자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KBS 제공

3일 김혁은 OSEN과 전화 통화에서 고려에 침입한 거란 황제 야율융서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눈 앞에서 본 고려 국왕, 그것도 몽진을 떠났다더니 축제를 즐기고 있는 현종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웃은 뒤 “진짜 잡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쪽수로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죽인 강조가 앞에 있고, 우리 발목을 잡은 양규도 있었다. ‘그래 2:2면 해볼만 하지’ 싶었는데 그 앞에는 강감찬, 김숙흥이 있었다. 그러니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박수치면서 같이 시상식 즐겼다”고 말했다.
마치 촬영을 하다가 바로 달려온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혁은 “‘고려 거란 전쟁’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연예대상, 연기대상으로 인해 한 번씩 결방이 되는 상황이었다. 결방의 아쉬움이 있으니 ‘연기대상’ 때 배우들이나 시청자 분들에게 깜짝 이벤트를 한번 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고, 마치 촬영을 하다가 시상식에 깜짝 등장하는 내용이라고 하더라. 그렇게 시상자로 참여하게 됐고, 리허설 같은 것도 없이 배우들까지 모두 속여서 너무 재미있었다. 다음날까지도 재미있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어떤 아이디어를 내거나 한 건 없다. 시상식 같은 경우 대본이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인데, ‘고려 거란 전쟁’을 통해 야율융서, 소배압으로 쭉 호흡을 맞춰온 게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무래도 극 중에서 야율융서와 소배압이 무거운 대사를 많이 하는데 시청자 분들에게 반전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저는 무게를 좀 뒀고, 나오면서 ‘고려놈들’이라고 한 부분에 내포된 건 몽진 갔다고 하더니 잔치를 즐기고 있냐는 것도 있었다. 그 멘트를 무겁게 하지만 오히려 시청자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혁과 김준배가 거란군 복장으로 오는 건 시상식에 참석한 ‘고려 거란 전쟁’ 배우들도 몰랐을 정도. 김혁은 “먼저 알았다면 소문이 쫙 났을거다. 특히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더 화제를 모으기 위해 소문이 나기 마련인데, 아율융서와 소배압의 깜짝 출연은 암암리에 묻어놨다. 그래서 더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분장과 의상을 입는데만 1시간에서 2시간이 소요된다. 고마운 건 연말임에도 분장팀과 의상팀이 같이 준비해줬다. 모두가 고생해서 만들어준 만큼 재미있게 만들어보자 싶어서 (김)준배 형과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혁과 김준배는 거란군의 발목을 잡은 ‘흥화진의 늑대’ 양규에게 우수상 장편드라마 부문을 시상했다. 김혁은 “수상자 이름이 적힌 봉투를 열기 전까지 누가 수상하는지 모른다. 개봉하는 순간 (지)승현이의 이름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인기상을 받았길래 또 상을 받기 어렵지 않을까 했고, 배우 활동을 오래 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름을 크게 알리지 못했다. 그래서 다관왕이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고려 거란 전쟁’에서 양규 역을 맡으면서 본인의 내공을 잘 보여줬다. 눈에서 혼이 보일 정도로 열심히 한 친구여서 뭉클했다. 같은 동료 배우지만 열심히 한 걸 알고 있고, 내가 트로피를 건네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시상할 때 안아줬는데, 어떤 계산적인 행동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한 행동이다. 귓속말로 ‘고생했다, 잘 했다’고 말해줬다. 제가 지상파 작품을 8년 만에 해서 더 뭉클한 게 있었다. 내려놓기도 하고, 일을 못한 시간이 꽤 길었다. 그런데 전우성 감독님이 저를 불러주시고, 시상식도 가고, 좋아하는 후배가 상을 받는데 내가 트로피를 건넬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축하함과 뭉클함이 같이 있었던 순간이다”고 말했다.
또한 최수종의 대상 수상을 객석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최)수종이 형하고 ‘대왕의 꿈’을 같이 했다. 그때는 내가 오른팔이었고, 이번엔 적장으로 만났다. 11년 만이다. 시상을 하고 객석으로 가는데 수종이 형이 ‘너무 잘했다’, ‘재밌었다’고 해주셔서 뭉클했는데 대상 수상 소감에서 ‘우리 준배, 혁이’라고 말해주셔서 더 감동이었다. 3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날이 뭉클하다. 상보다 더 값진 감동을 받았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고 이야기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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