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 강감찬으로 입증했다..연기대상史 새로 쓸까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3.12.27 11: 08

 10년 만에 사극으로 귀환한 배우 최수종이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유력한 대상 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 제작 몬스터유니온, 비브스튜디오스) 활약 모먼트를 짚어봤다.
◆ 기만술-위장술-내통까지 강감찬의 빛났던 지략의 순간들
최수종이 분한 강감찬은 고려 제8대 황제 현종(김동준 분)이 왕위에 옹립됨과 동시에 지방관리인 충주판관에서 예부시랑으로 중앙정계 무대에 등장했다. 강감찬은 조정의 기구조차 모르는 현종 곁에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조력자의 모습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완성했다.

특히 “미치도록 승리하고 싶사옵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사옵니다”라고 외치던 강감찬은 거란과의 2차 전쟁을 막기 위해 표문을 직접 작성, 거짓 친조를 들고 거란의 진영으로 들어가는 등 목숨 건 사투를 이어갔다. 강감찬은 뛰어난 언변으로 야율융서(김혁 분)를 완벽히 속이는데 성공, 이로 인해 동북면의 고려군이 서경에서 적과 응전할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왔다.
강감찬은 거란의 맹공으로 개경까지 함락당할 위기에 놓이자, 항복 대신 황제의 몽진을 주장했다. 그는 “시간은 고려의 편이옵니다. 적은 고려 땅에 너무 깊이 내려와 있사옵니다. 그리고 적들이 돌아가야 하는 길목에는 아직 함락되지 않은 고려의 성들이 버티고 있사옵니다.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적들이옵니다. 조금만 버티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사옵니다”라며 승리를 향한 결의를 불태웠다.
최수종은 냉철한 지략과 전략에 능한 강감찬 캐릭터에 완벽 몰입, 대신들과의 지략 대결은 물론 거란의 황제 앞에서도 굳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안방 1열을 사로잡았다.
◆자결 결심한 현종을 품에 안은 늙은 문관 강감찬의 오열
현종은 고려를 지키기 위해 자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문을 잠근 채 단검을 뽑아 들었고, 이 소식을 알게 된 강감찬은 “이 늙고 고집 센 신하조차 품어주시는 황제가 필요하옵니다.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군주가 필요하옵니다”라며 울부짖었다. 또한 현종이 자결을 포기하고 강감찬의 품에서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쏟자, 강감찬이 “오늘의 실수를 가슴에 새기시옵소서. 그리고 더 단단해지시옵소서. 폐하는 황제시옵니다. 신의 마지막 군주시옵니다”라며 황제의 등을 토닥여 주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최수종은 절제된 감정부터 가슴 저릿한 오열 연기까지 감정의 진폭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묵직한 무게감을 안겼다. 특히 고려인의 애환과 황제를 향한 굳건한 충심이 오롯이 느껴지는 ‘최수종 표’ 사극 연기는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는 평이다.
◆ 아내를 지키지 못한 남편 강감찬의 애환
강감찬은 누구보다 고려의 승리를 원하고, 어린 황제 현종이 진정한 황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헌신하는 신하다. 고려를 위한 일이라면 절대 고집을 꺾지 않고, 원칙만을 고수해 대신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한다. 강감찬은 자신의 독불장군 같은 성격을 지적하는 아내에게 늘 구박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차려준 고봉밥을 맛깔나게 먹는 ‘극과 극’ 모습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강감찬은 몽진을 떠난 황제를 대신해 황룡포를 입고 거란군을 따돌리는 위장술을 펼치는데 성공했지만, 전쟁에서 아내를 지켜내지 못한 통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거란군이 함락한 개경을 바라보다 “미안하오”라며 아내를 향한 미안함을 드러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최수종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사극 톤과 절제된 감정, 열연으로 ‘사극 대가’다운 진면목을 제대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고종 순종 최수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사극의 아이콘’이 된 최수종의 활약이 더욱 주목된다.
/nyc@osen.co.kr
[사진]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