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의 화양연화 [Oh!쎈 초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12.18 14: 31

 요즘 한국영화의 중심은 단연코 ‘서울의 봄’이다. 상영 25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가 다시금 활기를 띨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몇 편의 작품을 제외하고 다소 생기를 잃었던 극장에서 ‘서울의 봄’을 통해 생동하는 기운을 맛봤달까.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을 보면서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김의성, 정동환, 안내상, 유성주, 최병모, 박훈, 홍서준, 정만식 등 연기가 탄탄한 배우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가운데 정우성은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창조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하며 그간 쌓아온 내공을 발휘했다.
정우성의 연기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좋아지는 듯하다. 그의 오랜 동료인 김성수 감독이 이태신 캐릭터를 굳이 그에게 맡긴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많은 관객들이 알고 있듯 정우성은 실로 대단한 눈빛을 가진 배우다. 어릴 때보다는 깊게 파인 눈가와 미간 주름을 보고 있자면, 저 주름마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힘을 준 눈매 안 눈동자에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쌓여있다. 굳세지만 묘하게 쓸쓸한 인상을 남기기도.
영화 ‘구미호’(1994)로 데뷔한 정우성은 이른바 ‘청춘의 아이콘’으로 시작해 하나의 시대상이 됐다. 그러나 로맨스 장르와 훈남 캐릭터에만 정착하지 않았다. “매일이 짜릿하다”는 잘생김이 돋보인 그에게서 뭐라고 형용하기 힘든, 어떤 무드가 배어있다.
돈가방을 쫓으며 한탕주의에 빠진 태영이 됐다가, 이성적이고 냉철한 대통령으로, 딸을 지키려는 부성애를 가진 수혁으로 변하는 동력이다. 얼굴 근육을 전체적으로 쓰며 감정을 폭발시키면서도, 어떨 때는 표정과 제스처를 아껴 수많은 감정을 품고 있다.
외모 덕분에 우수에 찬 눈빛, 사랑에 빠진 설렘으로 표현하기 쉽겠지만 작품을 맡을수록 잘생김만으로는 포장하기 아까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올해는 여러 편의 특별출연까지 해서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태신으로 ‘인생캐’를 경신한 그가 다음 작품으로 또 한번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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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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