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사극을 해보고 싶었는데 제안을 받고 너무 설렜다.”
배우 이규형(40)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후배 배우님들과 같이 작업한다는 게 기분 좋은 떨림이었다”라며 촬영을 앞두고 느낀 설렘을 이 같이 밝혔다.
이규형이 출연한 새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빅스톤픽쳐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김윤석 분)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
지난 2014년 개봉한 ‘명량’, 2022년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오는 12월 20일 개봉한다.
이규형은 왜군 선봉장 고니시(이무생 분)의 오른팔이자 책사인 아리마 역을 맡았다. 아리마는 언변에 능한 장수로,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시마즈(백윤식 분) 군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인물이다.
이규형은 출연 결정 과정에 대해 “존경하는 최민식 선배님이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출연하셨지 않았나. 저도 배우로서 언젠가 저런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노량’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한산’의 개봉 전이었는데, 너무 영광스러웠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너무 좋았다.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이 작품에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군이 아닌 왜군을 맡았기에 일본어 준비는 필수였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 대신 일본어를 들었다. (부담감도 있었으나) 현장에서는 마치 왜군이 된 것처럼 재미있게 한바탕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아이나 어른이나 신나는 일이 있으면 굉장히 설레지 않나. 저는 촬영할 날이 너무너무 기대됐다”고 돌아봤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왜와 전쟁을 끝내려는 이순신 장군의 특유 전술 및 조선, 일본, 명나라까지 삼국이 결집해 더욱더 치열해진 해상 전투를 그린다.
이규형은 “영화는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왔다.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서 감동받기 쉽지 않은데, 중간중간 울컥함이 느껴졌다. 제 연기를 볼 때는 직업병인지라, 감상을 한다기보다, 모니터링을 하게 된다. 저도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스스로는 많이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본어 연기에 대해 “아무래도 한국어가 아니라 외국어여서 촬영 때 제가 일어에 대한 부담을 느꼈었다는 게 보이더라. 더 잘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이규형은 7년 간의 전쟁을 치른 장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왜소한 모습을 강조했다고 한다. 본인만의 캐릭터 준비와 관련해 “10kg 정도 감량했다. 백윤식 선배님이 맡은 시마즈 캐릭터를 만나 울부짖는 장면이 저의 첫 촬영이었는데 감정이 최고조인 순간이어서 그 모습이 맞는 거 같았다. 죽음을 뚫고 갔는데 통통한 얼굴이면 안 될 거 같더라.(극 중)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굉장히 지쳐 있는 상황이어서 체중 감량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감독님에게도 말씀드리니 '좋다'고 하시더라. 배우들이 캐릭터를 위해 다이어트를 많이 하지만 동기부여가 확실하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온전히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서다. 물론 체중을 감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쁜 마음으로 해냈다”고 밝혔다.
시마즈 역의 백윤식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힘을 주지 않고 연기하시더라. 여유있고 느긋한 말투와 태도를 지켜보며 많이 배웠다”며 “선배님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다. 나이가 많아도 체력을 갖추고 있어야 (연기를) 잘해낼 수 있겠다 싶었다. 제 나이에 무거운 의상을 입고 버티는 것과 선배님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데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이규형은 ‘노량: 죽음의 바다’가 올 연말 개봉하는 마지막 대작으로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의 열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울의 봄’이 활로를 열어줘서 너무 감사하다. 잘돼서 한국영화를 살릴 시발점이 된 거 같다. 어떻게 보면 후발주자로 저희 작품이 나오는 건데 ‘노량’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한국영화에 사람들이 발길을 끊은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팝콘 파는 공간 앞에도 사람들이 없어서 휑하더라. 근데 ‘서울의 봄’ 개봉 이후 평일에도 극장이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이대로 갔으면 좋겠다.(웃음) ‘노량’이 배턴 터치를 해서 천만을 넘겼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그는 ‘노량’을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꼽았다.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뽑는 위인이지 않나. 단순히 위인으로 알고만 있지 그들이 어떤 고통을 감내했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그분들 덕분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관객들이 영화를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규형은 고등학교 시절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 ‘신라의 달밤’(2001)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넘어,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매체로 활동 범위를 확장한 그는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떤 때는 자존감이 밑바닥을 쳤던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목표한 꿈을 이룬 이규형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캐릭터와 장르를 찾으며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는 지금, 축복 가득한 미래로 향하고 있다.
“배우에게 맞는 때가 한 두 번 찾아온다고 믿는다. 버티면 한 번씩 기회는 오더라. 근데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아서 더 좋은 기회로 발전시킬 수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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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