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의 극찬과 함께한 김서형다운 행보였다.
김서형은 2023년 국내외 시상식을 오가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먼저 그는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참석해 기분 좋은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달’ 비경쟁부문 랑데부 섹션으로 초청된 것. 김서형은 성공적으로 상영을 마친 데 이어 언어의 장벽을 깨고 해외 평단의 극찬을 받는 저력을 보였다.
해외에서 대서특필된 ‘종이달’ 속 김서형의 연기는 국내 시청자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삶에 무료함을 느끼던 중 저축은행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자신의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유이화 역에 완벽히 녹아든 그는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캐릭터의 감정선을 심도 있게 풀어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반기에는 영화 ‘비닐하우스’로 트로피와 명예를 동시에 안았다. 비닐하우스에서 살면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문정 역으로 분한 김서형은 관객들을 압도하는 절정의 연기력을 선사, 국내외 영화 팬들의 마음과 업계 안팎으로 큰 파동을 일으켰다. 그 결과 4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32회 부일영화상, 43회 황금촬영상, 5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13회 아름다운예술인상에서는 독립영화예술인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31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품에 안아 6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김서형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배우라는 점에서 대중의 응원과 사랑을 넘어서 지지를 받고 있다. 단순히 맡은 역할로 대중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기 때문. 김서형은 각종 시상식에서 자신의 수상을 기뻐하기보다는 청소년 범죄, 결핍이 있는 질환자, 성폭력, 고령화 등 현 상황과 맞닿아 있는 작품을 설명하며 큰 울림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우며 “위태로운 경계 안에서 자기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평단의 극찬 속 겸손한 소감도 인상 깊다. 독립영화를 택해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그는 아름다운예술인상에서 “크고 작은 영화는 상관없다. 지금도 변함없다”라고 전해 예술인들에게 귀감이 됐다.
이렇듯 김서형에게 있어 규모, 장르는 더 이상 중요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한계가 없는 배우가 아닌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배우로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2024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