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AGAIN 프로젝트' 설경구가 30년 전 학전을 통해 배우로 데뷔하게 된 계기를 공개했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지하1층 KOMCA홀에서는 '학전 AGAIN 프로젝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설경구, 장현성, 방은진, 배해선, 가수 박학기, 작곡가 김형석, 작사가 김이나, 크라잉넛 한경록, 유리상자 박승화, 여행스케치 루카(조병석) 등이 참석했다.
설경구는 "사실 이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 박학기 형이 연락 왔을 때 안 오겠다고 했는데 몇 시간 후 다시 전화해서 참석하겠다고 했다. 금방 장현성 씨가 사회에 첫 발을 들인 게 학전이라고 했는데, 나도 연기한지 30년 됐는데 학전이 사회생활의 시작점"이라며 "장현성 씨는 오디션을 보고 '지하철 1호선' 작품에 탑승했지만 난 포스터를 붙이다 탑승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날 받아주는 극단이 없어서 용돈벌이 하러 학전에 포스터 붙이러 갔는데, 한 달 정도 붙이다가 선생님이 '지하철 1호선'을 하자고 했다. 왜 하자고 했는지 나중에 물어보니까 성실해 보여서 그렇다고 하더라. 그때가 기억나는데 와이리스가 6개 밖에 없었다. 나랑 무용했던 친구는 노래가 안 돼서 와이리스를 안 줬다. 하지만 끝까지 날 끌고 가서 시작시켜주신 분"이라며 김민기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학전은 '아침 이슬' '상록수'를 만든 가수 김민기가 1991년 문을 연 곳으로, 대학로 소극장 문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김민기 대표가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에 들어갔고, 학전 자체가 오랜 재정난을 겪으면서 폐관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설경구는 이어 "내년 2월부터 공연이 시작되는데 배우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학기 형이 무대에 올라오라고 해서 올라 갈 것"이라며 "과거 2001년 '지하철 1호선'을 들고 독일 공연을 갔는데, 그때 현지 단원들이 이상한 푸념을 했다. 어마어마한 규묘였는데도 불구하고 불만을 얘기했다. 당시 베를린시에서 제공했고, 일전 부분 경제적 지원도 해줬는데 투정을 하더라. '배부른 소리하지마라 우린 자급자족한다'고 했다. '아침이슬'의 뿌리인 학전도 이제는 그런 재단 쪽에서 이어가 줄 수 있지 않나 싶다. 청년 문화의 상징적인 존재로, 문화적 가치로 상징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애정을 내비쳤다.
이번 '학전 AGAIN 프로젝트'는 한국 공연문화의 발원지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에 대한 인사를 전하기 위해 론칭하게 됐다. 학전은 1991년 3월 대학로 소극장으로 개관한 이후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교류와 접목을 통한 새로운 문화창조 공간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가수 윤도현·박학기·알리·동물원·장필순·권진원·유리상자·이한철·이은미·자전거탄풍경·여치·시인과촌장·크라잉넛·유재하동문회·하림·이정선·노찾사·한상원밴드·왁스·김현철·한영애·이두헌(다섯손가락)·강산에·정동하·김필, 배우 황정민·설경구·장현성·김윤석·방은진·배해선·정문성·이정은·김원해·전배수·김희원·박명훈·오지혜·최덕문·안내상 등 많은 예술인들이 학전 무대를 거쳐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학전이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봄, 폐관을 앞두고 '학전 AGAIN' 프로젝트 공연을 진행한다. 학전에서 싹을 틔우고 김민기의 그늘에서 나무로 성장한 문화예술인들이 뜻을 모은 것. 현재 공연 문화에 대한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또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공연으로 대신하려는 마음을 담았다.
한편 '학전 AGAIN 프로젝트'는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 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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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