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어 쓰는 남궁민, 언어 '허들' 뛰어 넘은 K-콘텐츠 [Oh!쎈 이슈]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12.04 22: 15

사극, 시대극에서 고증 만큼이나 중요한 건 없다. 최근 다양한 사극 장르 작품에서 그 시대를 보여주는 의상, 소품 등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만큼 눈길을 모으는 건 언어다. 사극 말투가 아닌, 그 시대 진짜 사용했던 고대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최고 시청률 12.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연인’(극본 황진영, 연출 김성용 이한준 천수진)에서는 만주어가 등장한다. 주연 배우 남궁민이 열연한 이장현부터, 이청아(각화 역), 김준원(홍타이지 역), 최영우(용골대 역) 등이 주로 사용했다.
만주어는 금나라를 세웠던 여진족의 후손이자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들이 쓰던 언어. 하지만 지금은 일부 소수 민족이 사용하는 언어로 사용자가 급속히 줄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멸 위기의 언어일지라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고, 청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 대거 출연하는 만큼 극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했다.

안은진은 만주어를 소화한 부분에 대해 “배우들 대부분 만주어 수업을 들었다. 만주어 교수님께 직접 배웠다”며 “김준원, 최영우 배우는 1년 전부터 만주어 수업을 들었다. 이제 저희도 조금은 알아들을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모든 대사를 만주어로 소화하며 몰입을 높인 최영우는 “소수 언어여서 아는 분이 많이 없었다”며 약 14개월 동안 역할을 위해 만주어를 배웠다고 전했다.
‘연인’ 김성용 감독은 “퓨전 사극이나 판타지물로 봤음직한 미술로는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현실감을 반영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진짜를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의상 감독, 미술 감독 등과 의기투합했고,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연인’에서 만주어 자문을 맡은 김경나 교수는 “‘연인’ 대본을 만주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최소 4-5교를 보고 있다. 17-19세기에 쓰였던 만문 자료를 바탕으로 단어를 선정하고, 의미가 통하도록 작업해서 그 발음들을 배우님들께 전달하고 함께 캐릭터마다의 톤을 의논해서 잡는다. 배우님들의 연기 덕분에 만주어라는 생소한 언어가 그럴듯하게 시청자분들께 전달되고, 덕분에 연인의 작품 시대배경이 더 부각되어 울림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매회 경신하면서 주목 받고 있는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2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에서는 몽골어가 등장한다.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거란어가 사멸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몽골어를 부분적으로 채용했다. 야율융서(김혁), 소배압(김준배) 등이 주로 사용한다. ‘연인’에서 만주어가 사용되는 것보다는 분량이 적고, 주요 대사들은 한국어로, 짧고 강렬하게 임팩트를 줄 때 사용되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K-콘텐츠의 흥행 코드 속에는 ‘언어’가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 중에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건 이제 기본이 됐다. 내용은 물론, 배우들의 연기력, 여기에 허들로 불리는 언어까지도 뛰어 넘은 K-콘텐츠인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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