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번아웃 경험담이 대중들의 공감과 위로를 자아내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일컫는다. 연예인은 대중의 크고 작은 관심에 노출된 직업인 만큼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할수밖에 없다. 이에 많은 스타들이 방송 등에서 자신의 번아웃과 슬럼프를 고백하고, 정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8일 첫 방송된 MBN '놀던언니'에서는 출연진들이 자신의 힘들었던 시기를 털어놨다. 나르샤는 "1~2년 전까지 모든 매체와 음악을 끊었다"고 밝혔고, 아이비는 "어릴 때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서 실수를 견디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AOA 출신 초아는 '놀던언니' 제작발표회에서도 번아웃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연예계에 약으로 버티는 친구들이 많다. 저도 번아웃이 왔고, 특별한 케이스로 오래 쉬었다"며 "해외활동 국내활동 왔다갔다하는게 바빠서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는 친구들이 많다. 너무 부담갖지 말고 정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활동했으면 좋겠다. 저도 적당히 잘 놀면서 가수로서의 일만 생각하지 말고 자기 인생을 챙기며 즐겁게 살고싶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청하, 김세정, 덱스, BTS 뷔 등이 번아웃 경험담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청하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번아웃이 심하게 왔었다. (박재범) 오빠가 아니었으면 지금 유학을 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고, 김세정은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한창 바쁘게 활동하던 시절 "한창 달리다 돌아봤는데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덱스는 빠듯한 스케줄 탓에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고, BTS 뷔는 "그렇게 해야 하는 상황은 맞았지만 정말 힘들어서 하루만 아무것도 안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부정적이고 힘든 마음이 가득해서 '다쳐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번아웃과 현재 진행형으로 사투 중인 이들도 있다. 최근만 해도 있지(ITZY) 리아, 소녀시대 출신 티파니 영, 베리베리 호영 등이 심리적 불안 및 컨디션 난조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리아는 손편지를 통해 "정말 계속해서 많은 일들을 지나쳐 온 것 같다. 그 안에는 물론 우리가 함께한 추억 그리고 기쁜 순간들도 가득할 거다.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지만 달려오느라 제 자신을 점점 놓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며 "항상 저에게 누구보다 고마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도 사랑과 행복만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잠시 시간을 가지고 제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채워 나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직접 심경을 전했다.
몰아치는 스케줄, 대중의 기대, 악플 등 스타들은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수많은 외부 요인들에 노출돼 있다. 더군다나 심적으로 한계에 내몰려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스타들의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블랙핑크 로제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무리 노력해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있고, 강한 의견을 가지고 (나에 대한) 상황을 주도하려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며 "가수로 성공하기까지 여정이 쉽지 않았고 여전히 어려움이 있지만 스스로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것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신체 건강과 단련을 위해 음식을 먹듯이 정신건강도 신체적 건강과 같이 혹은 더 신경써야만 유지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지혜는 '놀던언니' 제작발표회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가 출연했었는데, 어떻게 노는지 계속 물어봐도 안 가르쳐 주더라. 본인도 아직 놀아보지 못한 것 같다"며 "후배들한테 말해주고 싶은건, 20대때는 충분히 놀수있는 시간도 필요한것 같다. 사람이 살다 보면 힘든 순간이 온다. 좌절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간이 오는데, 그 시간 어떻게 잘 푸는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저는 실컷 놀수 있는, 어떻게 하면 잘 놀수있는지에 대해 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마약투약 혐의를 받았다가 정밀감정을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았던 지드래곤 역시 "연예인이라는 특성상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직업이라 자기관리를 알아서 더 철저히 해야한다"면서도 "공허함이나 스트레스는 개인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절대 그게 마약이 되어서는 안 되고, 마약이 아니"라고 건강한 해소법을 강조했다.
또 김세정은 번아웃을 극복해낸 방법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일 까지만 끝내고 여행을 가기로 하면 알아서 시간이 흐른다"고 전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몰아세우다 보면 몸도, 마음도 병들기 마련이다. 프로페셔널하게 맡은 바를 해낸 만큼이나 자신을 돌보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도 필요한 법. 부디 모든 스타들이 건강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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