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천만을 논하기엔 다소 이르다. 그러나 개봉 첫 주 약 200만 명을 동원한 '서울의 봄'을 향한 관객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1212 사태의 숨겨진 역사적 이야기에 일부 상상력을 가미했고, 분노와 울림을 동시에 선사한다.
언론과 평단의 호평이 관객들까지 통한 이례적인 영화로, 상업적인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가져가면서 개봉 6일 만에 200만 명을 넘어섰다. 느슨했던 한국 영화계에 제대로 긴장감을 주고 있는 것.
개봉 후 극찬이 쏟아지면서 에그 지수(관객들이 자체적으로 매기는 평점)가 99%까지 올라가고 있으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먼저 본 관객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퍼뜨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덕분에 영화 관계자들의 특별한 홍보 활동이 필요 없을 정도다.
'서울의 봄' 중심에는 황정민과 정우성이 있고, 각각 반란군의 수장 전두광과 끝까지 저항한 진압군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으로 분해 열연했다. 두 배우 모두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데, 특히 정우성은 '비트'의 김성수 감독과 5번째 재회해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중이다.
혹자는 "정우성이 아직도 천만이 없었나?"라고 의아할 수도 있는데, 그를 대표하는 히트작과 흥행작은 넘치지만 아쉽게도 천만 영화와는 인연이 없었다. '서울의 봄'에서 호흡한 황정민은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 등으로 일찌감치 천만 배우에 등극했고, 절친 이정재 역시 '도둑들'(2012), '암살'(2015), '신과함께' 시리즈(2017)로 10년 전에 천만의 기쁨을 누렸다. 정우성의 최고 흥행 기록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으로 668만 명을 모았다.
현재 '서울의 봄'은 올해 흥행 2위 '밀수'(514만)의 속도를 뛰어넘었고, 천만 '범죄도시3' 이후 가장 빠른 흥행세를 나타내고 있다. 개봉 2주차 첫 평일에도 오프닝 스코어(20만)보다 더욱 많은 23만 명을 동원했고, 오늘(28일) 실시간 예매율도 50%를 돌파하면서 개싸라기 흥행(영화 개봉 주보다 2주차에 더 많은 관객이 몰리는 현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천만 영화는 남녀노소 불문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유리하고 N차 관람이 필수인데, 벌써부터 N차 관람 인증글이 속출하는 등 천만이 되기 위한 필요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찍는다면 정우성은 데뷔 30년 만에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천만 영화를 얻게 된다.
정우성이 포털사이트 프로필에 천만 영화 주연만 표시된다는 '금빛 트로피'를 새길 수 있을지, 영화적 성취와는 별개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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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