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영화는 고향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민주 감독은 24일 오후 서울 이촌동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물리적 공간의 고향과 마음의 고향이 있으실 텐데 그곳을 떠올리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 따뜻한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이 같이 드러냈다.
‘교토에서 온 편지’(감독 김민주, 배급 판씨네마, 제공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책임감 때문에 고향 집을 떠날 수 없었던 첫째 혜진(한채아 분), 작가를 꿈꿨지만 빈 손으로 돌아온 둘째 혜영(한선화 분), 가족을 떠나 서울에서 자유를 꿈꾸는 막내 혜주(송지현 분)가 50년 간 비밀로 해온 엄마 화자(차미경 분)의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장르의 영화.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란 세 자매는 우연히 오래된 일본어 편지 꾸러미를 발견하고 50년 간 엄마가 가슴 속에만 묻어왔던 비밀을 알게 된다.
부산이 고향인 배우 차미경, 한채아, 한선화가 주연을 맡았으며 부산 출신이거나 부산에서 활동 중인 스태프와 조단역 배우들이 참여해 지역색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이어 각본 및 연출을 맡은 김민주 감독은 “고향을 떠났거나 새롭게 정착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이 영화는 혜영이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시작하는데 이후 엄마의 이야기로 옮겨간다. 각자의 성장담을 담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메시지가 있을 거 같다”고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의미를 전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이 아이템은 이전부터 제가 갖고 있었다. 2020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각본 작업을 시작했고, 완고까지 7개월이 걸렸다. 2021년 10월부터 첫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라며 “떠난 사람, 돌아온 사람, 새롭게 정착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저는 이 세 가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중점을 뒀다. 개인이 살아야 가족 전체가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관점을 밝혔다.
부산 출신인 한채아와 한선화, 신예 송지현이 세 자매로 분했다. 먼저 첫째 딸 혜진을 연기한 한채아는 “제가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님의 고향에서 촬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소가 주는 편안함과 정서가 있어서 모든 게 저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혜진은 장녀라는 타이틀 때문에 벗어나지 못 하고 그 자리에서 버틴다”라며 “저는 실제로 둘째인데 그녀의 마음과 저를 융합하기엔 힘들었지만 점점 고향과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공감한 포인트를 전했다.
한채아는 이어 “제가 오랫동안 사용한 사투리지만 연기를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새롭고 재미있었다”며 “부산에서 혜진을 연기하면서 위로받았고 즐거웠다. 캐릭터의 성향이 저와 다르긴 하지만 많은 위로를 받아서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혜영 역의 한선화는 부산이 고향이어서 인물의 대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편했다고 한다. “저도 부산 출신이어서 찐 감정이 있었다”며 “저는 맏이라서 (극중) 첫째 혜진의 상황을 가장 먼저 이해했다. 근데 제가 맡은 역할은 둘째인데 가족한테 폐를 끼치지 않고 잘 먹고 잘 사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처음엔 공감가진 않았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알아나갔다”고 인물에 빠지게 된 과정을 들려줬다.
이어 한선화는 “둘째 혜영에게 공감이 간 부분은 서울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다시 고향을 찾았다는 거다. 저도 어릴 때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일하면서, 공백기를 갖거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고향에 내려가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한선화는 그러면서 “캐릭터에 몰입해 진심으로 연기했다. 둘째 혜영은 연출한 감독님과 닮은 점이 많아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이번 영화에서 한 연기는 굉장히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막내 혜주 역의 송지현은 부산 출신이 아니어서 사투리 연습에 최선을 다했다. “저에겐 큰 도전이었다”는 송지현은 “살면서 사투리를 써 본 적이 없어서 많은 준비를 했다. 촬영 전 제가 먼저 부산에 내려갔고 시장에서 지역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익혔다”고 인물을 준비한 과정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영화를 이맘때 촬영했었는데 겨울에 개봉하게 돼 좋다. 관객들이 저희 작품을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세 딸의 엄마 화자 역을 맡은 차미경도 한채아, 한선화와 마찬가지로 부산 출신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다. 영화 속 정서는 저의 찐 감정인 거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화자에 대해 “엄마와 생이별을 하고 겪은 피해의식으로 사람들을 꺼린다. 어쩌면 엄마에 대한 기억이 어린 아이에서 머물 수밖에 없는 마음인 듯하다. 이후 세 명의 딸들을 뒷바라지하는 엄마의 두 가지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캐릭터를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차미경은 “나의 진실을 드러낼 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엄마들이 가족들에게 나의 이야기, 진심을 터놓고 얘기 하셨으면 좋겠다”고 자식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차미경, 한채아, 한선화, 송지현 등 배우들의 모녀 연기는 공감을 사기 충분하다. 주변에서 볼 법한 인간적인 캐릭터에, 이들의 입체적인 해석이 더해져 여성 서사의 지평을 넓혔다. 따뜻한 마음으로 담은 모녀의 이야기가 올 겨울 관객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교토에서 온 편지’의 극장 개봉은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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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스틸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