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을 위해 다같이 달려가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배우 박해준(47)은 2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몇 번의 리허설을 했는데 이내 익숙해져서 배우들이 알아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더라. 연극을 했던 배우들이 많아서 서로 응원하면서 했다. 단체로 나오는 신은 리허설 때부터 재미있었다. 배우들이 (영화 속 밀실을) 꽉 채웠는데 (영화에서 편집된) 풀샷도 디렉터스 컷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인간 군상을 표현한 배우들의 열연을 이 같이 칭찬했다.
박해준이 출연한 새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담았다.
박해준은 전두광(황정민 분)과 하나회를 이끄는 제9보병사단장 노태건을 연기했다. 노태건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창작된 인물이다.
이날 그는 출연 제안을 받고 느낀 심경에 대해 “부담스럽긴 했다. 내가 잘할 거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출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나리오였다고. “대본을 봤는데 얘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하루 안에 많은 소동이 일어났다는 게 재미있게 보였다”며 “황정민 선배님과 대본리딩을 하면서 부담이 싹 지워졌다. 그때 정민 선배님이 연극 ‘리차드 3세’를 올리고 계셨었는데,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계시더라. 실제로 (실존인물도) 저런 톤으로 얘기할 거 같진 않았는데, 영화 속 긴장감과 극적인 상황을 위해 집중력을 보여주셨다. 선배님도 ‘실존인물을 생각하지 말고 이 작품에 대해서만 생각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훨씬 더 좋았다”고 밝혔다.
박해준은 자신이 맡은 노태건이 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삼은 인물이지만, 생전 그의 외형이나 말투를 보며 싱크로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살아있으려고 했던 근본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외형적으로 분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존인물에 크게 영향 받은 건 없다”고 했다.
노태건을 소화한 과정에 대해 “캐릭터에 대한 얘기는 감독님이 많이 얘기를 해주셨다. 얘기를 듣고 나서 대본을 보니 ‘아 이런 인물이구나’ 싶더라.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전두광과 노태건은 군사 반란을 함께 주도한 전략적 파트너이자 오랜 친구다. 그러나 박해준은 “노태건이 전두광을 마냥 따라가는 인물은 아니길 바랐다. 전두광이 뭔가 의견을 제시했을 때 노태건이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걸 관객들이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며 “전두광이 도저히 생각도 못 한 방향으로 튀었을 때, 그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중요한 순간엔 그냥 빠질까?’ 하고 갈등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견제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저는 노태건이 우유부단하거나, 주체적이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자신이 분석한 노태건에 대해 전했다.
“황정민 선배와 어떤 상황을 만들어낼 땐 의견을 공유했지만, 한편으로는 ‘(전두광) 네 말대로 100% 이뤄지지는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그 생각은 현장에서 황정민 선배에게 얘기하진 않았는데 내비치면서 연기했다.”
상대역이었던 황정민에 대해 박해준은 “한 마디 한 마디 대사를 하는 게 힘이 있다. 작품에 좋은 순간을 만들어내는 건 배워야 할 거 같다”며 “제가 영화 시작 후 2시간 10분이 됐을 때 처음으로 시계를 보게 됐는데 그때까지 심박수가 계속 유지됐다. 그 힘은 황정민, 정우성 선배가 주연배우로서 영화의 텐션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는 마음이지 않았나 싶다”고 칭찬했다.
‘서울의 봄’은 22일 극장 개봉해 상영 첫날과 어제(23일)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매일 관객수를 보고 있는데 기대가 된다. 주변에서도 ‘영화 잘봤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저와 친한 지인들은 ‘노태건이 제일 좋았다’고 하시더라.(웃음) 그동안 국내 영화시장이 좋지 않았어서 이번에 기대가 된다.”
박해준은 ‘서울의 봄’의 완성본에 대한 만족을 드러내며 “이 영화를 보고 많은 해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다양한 해석을 가진 관객들이 많이 보셔서 함께 갑론을박했으면 좋겠다. 저도 처음 볼 때, 두 번 봤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나더라. 그게 바로 영화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 purplish@osen.co.kr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