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완이 3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가지고 젊은 세대와 소통에 나선다.
김창완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독집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고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977년 산울림으로 데뷔해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장이’, ‘너의 의미’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긴 김창완은 지난 2008년 결성한 김창완밴드의 리더로서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창완의 이번 신보 ‘나는 지구인이다’는 지난 2020년 발표한 ‘문(門)’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독집앨범이다. 40년 전, 김창완이 서른 살 되기 직전 발표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으로 40년의 세월을 건너 일흔을 앞둔 그의 깊어진 통찰과 원숙함이 담겨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그는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가수 생활을 꽤 오래했는데 너무 동어 반복하는 것 아닌가, 또 세상 내가 만든 말에 내가 갇혀 사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그러면서 뭔가 좀 변화된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나는 지구인이다’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그동안 간간히 곡을 발표도 했는데 사실 K팝 열풍이다 해도 저희 같은 가수들한테는 무대 밑 조명도 잘 안 비춰진다. 요새 세상이 험한데 갈수록 뮤지션으로서도 무력감을 느끼고 어떻게 보면 참 나약하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던 와중이었는데 환경 문제도 있고 요즘 전쟁부터 실시간으로 소식이 오는 게 참 잔인하지까기도 하더라. 무력감도 들고 심지어 죄책감도 들더라. 그러다가 문득 나는 지구인이다 그랬는데 아 여기서 태어났지 하는 생각이 어느 새벽에 문득 떠오르더라. 그 주제를 물고 며칠 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만들어서 키보디스트한테 보냈더니 원래 김창완 밴드가 하려고 했는데 이걸 테크노 팝처럼 해서 보냈더라. 두어 차례 공연장에서 불러봤는데 좋아하시더라. 그렇게 만들어졌다”며 “동기가 어떻게 됐던 간에 우리가 지구인으로서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거길 걷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창완은 ‘지속적인 그리움’이라는 제목을 지닌 앨범 커버 이미지까지 직접 디자인하며 이번 앨범에 각별한 애정을 더했다.
앨범은 13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타이틀곡 ‘나는 지구인이다’ 외에 12곡은 김창완이 연주하는 기타와 그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어쿠스틱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에 발표했던 곡을 비롯해 타이틀곡 ‘나는 지구인이다’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과 동요풍 멜로디와 가사의 ‘이쁜 게 좋아요’가 처음 수록됐다.
그는 40년 전 발표한 ‘기타가 있는 수필’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40년 전에는 굉장히 용감했던 것 같다. 감히 고등어를 가사로 넣는다든지, 클래식의 클 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그런 연주를 해본다든지. 저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하나도 모른다. 그만큼 용감했다. 지금은 월광을 조금 안다고 할 만큼 여러가지로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늘 초조하다. 용감한 게 참 없어진 것 같다.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은 83년에 앨범을 만들 때는 7시간 만에 마스터를 끝냈다. 이번 앨범도 5시간 만에 제 작업은 다 끝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건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타이틀곡 ‘나는 지구인이다’는 그간 김창완이 해 왔던 직선적인 록이나 소박한 포크의 형태 대신 전자 음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복고풍 정서를 담은 신스팝이다. 업템포의 일렉트로닉 비트에 실어 담담하게 노래하는 김창완의 목소리는 강렬하진 않지만, 동요처럼 쉽게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와 함께 은근하지만 강한 중독성을 표출한다. 단순함 속에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선율과 가사, 김창완밴드의 키보디스트 이상훈이 들려주는 키보드 사운드, 그리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더해져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김창완은 신곡에 대해 “이 노래를 실제로 눈물을 흘리면서 불렀다. 슬퍼서라기 보다는 이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것이 어쩌면 벅차기도 하고 제가 일상이라는 것에 대해 말씀을 많이 나누는데 너무나 일상이 되버린 우리의 일상이 뒤집어 보면 기적같은 나날이다. 마음이 화들짝 깨어난다고 해야하나 노래 부를 때마다 아직도 저절로 먹먹해진다. 기쁨의 벅참 같은 감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요즘 가장 즐겨듣고 있다는 ‘이쁜 게 좋아요’에 대해서도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노인학교 교장으로 나왔는데 거기 학생들이 있다.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학생들과 다같이 부르는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 했다. 그래서 드라마 시작할 때 이미 만들어놨다. 그래서 엔딩에서 같이 합창하면 좋겠다 했는데 40회쯤 됐나 그때 교장이 죽는다는 거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 들으니까 또 다시 살았다고 하더라. 엔딩을 어떻게 가져가는가 가지고 제작진에서 고민이 많았던 거다. 결국 살고 끝났는데 결국 합창대회를 못했다. 그 때 만들어 놓은 곡이다. 원래 제가 부를 것이 아니다. 거기 노인 학교 할머니들이 부를 곡이었는데 부를 사람이 없어서 제가 불렀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한 김창완은 밴드 활동 외에도 연기, 라디오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바,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묻자, 그는 “제가 매일 하는 일이 거의 하루 하루가 똑같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 수십년 해온 노래 또 하네 저도 그렇게 느끼는데 들으시는 분들이야 오죽하겠냐. 저도 물리는 노래를 안 물려하시는 분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원동력은 매일 매일 저도 어제의 제가 아니길 바란다. 우일신의 자세로 살고 있는데 마음만 그렇지 구태를 벗어던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지구인’을 만들 때만 해도 내가 뭘 더 내려놔야 만들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욕심에서 벗어나야지 그게 제가 간절하게 바라는 거다. 아침 방송은 제가 너무 애정을 가지고 하고 있는데 여섯 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7시에 집에 나가서 8시 언저리에 방송국 도착하면 오프닝을 쓰고 어쩌고 하면 금방 9시다. 내내 그런 일이다. 이튿날은 금방 온다. 예전처럼 술을 많이 안 마시는데도 시간이 없다. 그 지겹도록 같은 일상이 제가는 큰 기둥이다. 제 일상을 지켜주는 그것이 제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창 스태프나 청취자 분들이 굉장히 고맙다. 제가 요즘 공연을 꽤 많이 하는 편인데 공연장 찾아오는 팬들 보면 예전에는 못 가졌던 감정이 든다”고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젊은 사람들이 이번 앨범을 어떻게 들려줬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노욕인지 몰라도 왜이렇게 젊은이가 좋은지 모르겠다. 좋다는 것보다도 저만해도 어릴 떄부터 자유를 외치며 커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얼마나 갇혀있는 사람인가는 제 스스로가 안다. 얼마나 고집스럽고 얼마나 폐쇄적이며 이런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제가 잘 아는데 거기에 비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저와 비교하면 굉장히 양심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고 시야도 더 넓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고맙다. 그래서 당신들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미래가 열려있다 이런 걸로 앞선 세대의 얄팍한 경험에 비춰서 감히 조언하려고 들지 않는다. 선대들이 쌓아놓은 것은 너무 많다. 그럼에도 그런 위대한 것은 다 묻어놔도 된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 과감히 버려도 되는 것 너무 많다. 사실 소통이 잘 안되고 서로 몰라서 그렇지 어른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젊은 이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젊은이들도 어른들을 보는 시각을 세계를 보는 눈을 갖듯이 넓힐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창완은 오는 12월 13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크라잉넛과 합동 공연을 펼칠 예정. 그는 “의미가 있어서 합동공연을 한다기 보다는 그런 자리를 통해서 의미가 생겼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다. 4~5년 전에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 김창완 밴드 해서 투어를 했다. 이번에 너무 급히 자리를 마련하게 돼서 두 팀만 하게 됐다. 이번에 펜타포트 페스티벌 무대에 섰는데 관객들이 물갈이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젊은이들과 넓은 자리에서 더 많은 뮤지션들과 그런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올해 작은 물꼬라도 트이면 내년에는 큰 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젊은 이들에게 한 발 다가가고 싶다”고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조은정 기자 ce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