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연기라지만 그들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에 눈물을 참기란 쉽지 않다. 일명 ‘국민 엄마’라는 표현 자체도 이 배우들 앞에서는 어쩌면 사치스러울지도 모른다.
배우 자신에게도, 보는 사람들에게도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한 그녀들을 짚어봤다.
◼️고두심, 시대 관통한 국민 엄마
고두심(72)이 극 중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보는 이들의 눈물샘이 터지고 만다. 그녀는 자식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금지옥엽 키웠지만, 실상은 허깨비였다는 걸 알게 된 엄마의 심경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다.
앞서 고두심은 여러 방송을 통해 “엄마 역할을 계속 해왔고 이번에도 엄마 역이다. 그래서 기대를 하지 않으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대해달라”며 “엄마의 진정한 자리와 의미를 느끼며 더욱더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고두심은 한 시대를 관통해 온 대표 중년 여성으로서 생명력을 갖는다. 본인이 느낀 진심으로 감정을 다해 연기하는 그녀의 연기가 시청자,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은 당연하다.
◼️김해숙 “엄마란 엄마 다 해봤다”
김해숙(68)도 고두심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누군가의 엄마를 주로 소화했다. 하지만 그녀가 표현한 ‘엄마’는 다른 배우들과 다른 뚜렷한 개성을 갖는다. 같은 엄마라도 이런 느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다른 것이다.
김해숙은 올 12월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딸을 만나기 위해 내려온 엄마를 소화했다.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그녀는 “연기하는 사람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엄마란 엄마는 거의 다 해봤다. 근데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엄마다. 연기할 때 ‘그래도 엄마는 엄마일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연기 잘하는 김해숙표 ‘엄마’가 관객들의 마음을 공략할 만큼 내공이 한층 더 깊어졌을 듯하다. 김해숙이야말로 자식에 대한 마음이 우리네 엄마들과 가장 닮은 엄마라고 생각한다.
◼️김혜자, 국민 어머니상
김혜자(82)는 오랜 경험을 통해 공력을 쌓아온 배우다. 말투와 눈빛, 그 자체만으로도 극 중 엄마의 서사를 끝까지 이끌고 가는 배우랄까. 호기심과 집중력이 대단하다.
“어머니로서 빵점이었다”고 돌아본 김혜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민 엄마의 대표격이다. 그녀는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지극히 현실적인 어머니상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김혜자의 연기는 인자함이 베이스지만 신파나, 감상적인 드라마가 되지 않도록 주어진 클리셰를 뚫고 나가는 에너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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