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에서 동안으로, 과거에는 성숙미가 넘쳐 연기자로서 캐릭터에 제약이 있지 않을까 우려도 받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변함없는 외모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명배우가 된 연기자들이 있다. 특히 과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10대 시절이란 사실이 새삼 놀라움을 안기는 국내외 대표 여배우들을 살펴봤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2003)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스케치북 고백신'의 주인공인 키이라 나이틀리는 당시 18세였다.
'러브 액츄얼리'가 개봉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당시 캐스팅 디렉터였던 피오나 위어(Fiona Weir)는 최근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제작진이 염두에 두고 있던 많은 배우들이 실제 캐릭터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극 중 열정적인 줄리엣 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에 대해 "그녀는 그녀의 역할과 매우 비슷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쥴리엣이 사랑스럽고 편안하며 개방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키이라였다. 그녀는 정말 유쾌하고 친절하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멋진 존재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38세인 나이틀리는 러브 액츄얼리가 첫 개봉됐을 때 겨우 18세였다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 위어는 "우리가 그녀를 줄리엣으로 캐스팅했을 때 그녀는 정말 어렸다. 내 생각에 그녀는 당시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Bend It Like Beckham)을 막 끝낸 것 같다"라면서 "그녀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녀가 본인들보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가 맡은 첫 번째 성인 역할 중 하나였다"라고 깜짝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실제로 나이틀리는 10~20대 때 노안이란 이유로 10살 이상 많은 역할을 맡기도 했다고. 나이틀리는 이후 블록버스터와 마이너 장르물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소화, 대표적인 영국 출신 대표 여배우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스칼렛 요한슨은 10대때부터 유달리 성숙한 외모로 섹시 심볼이 된 배우. 그 만큼 커리어에는 양면이 있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성적대상화 그루밍(심리적으로 지배 당하는 일)'을 당했다고 고백한 것으로 유명했다. 10대 때부터 30대로까지 보이는 성숙한 외모로 이른바 '밤셸'(금발 섹시미녀)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이를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이자 제작자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노스’로 영화 데뷔한 그는 이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매혹적인 자태를 뽐냈다. 특히 17살이었던 2003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배우 빌 머레이(당시 52세)의 상대역을 연기하면서 유명해졌다. 극 중 실제 30살이 훌쩍 뛰어넘는 나이 차이의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누기도 한다.
덕분에 요한슨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스타’ 리스트에 항상 올랐다. 하지만 그는 한 팟캐스트에서 “그때가 18, 19세였다. 난 욕망의 대상, ‘밤셀’ 타입의 배우가 되도록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궁지에 몰린 나를 발견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픈 기억이었다.
우디 앨런 감독의 ‘매치포인트’,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등 차기작에서 요한슨의 이 같은 성적 매력은 도드라졌는데 그 2004년 심리 스릴러 '매치 포인트'에서 섹시한 노라 라이스 역을 연기했을 때 겨우 19살이었다. 결국 그는 외모 때문에 역할을 선택하는 수명이 짧다는 걸 깨달았다고.
요한슨은 또 "모든 사람들이 내가 나이가 더 많고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이상하고 약간 과도하게 성적으로 보였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의 업계와 20대 배우들은 본인의 과거 시절과는 또 다르다며 "훨씬 더 역동적이다"라고 전하기도.
이런 요한슨은 2010년 ‘아이언맨2’을 선택하며 여성 히어로 블랙 위도우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 커리어에 또 다른 터닝 포인트를 찍었다. 그는 "블랙 위도우 역시 초기에는 과하게 성적 대상화 캐릭터였지만 존 파브로 감독과 마블 스튜디오 수장인 케빈 파이기와 함께 캐릭터를 좀 더 진보적인 것으로 재작업했다"라고 설명하며 스스로 비주얼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노력을 설명했던 바다.
국내에서는 10대에서부터 성숙미 넘치는 여배우로 꼽혔던 배우로 김소연을 꼽을 수 있다.
1994년 SBS 청소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김소연은 과거 SBS '강심장'에 출연, 갈수록 동안이 된다며 당시보다 10여년전이 더 나이들어 보이는 외모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김소연은 "14살에 데뷔를 했다. 그 해 아역상을 받았는데 내가 상을 받는 것을 보고 일부에서 왜 아역상을 어른이 침범하느냐는 항의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이어 "'순풍 산부인과'에서 의사 역할을 맡았을 때가 고3 때였다. 또 늘 연상의 남자 배우와 연인 호흡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당시 김소연이 활동했던 영상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10년도 훨씬 전의 모습이 진짜로 당시의 김소연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김소연은 성숙미 넘치던 10~20대를 넘어 현재까지 그 외모가 그대로 유지돼 오히려 지금은 또래보다 동안으로, 그야말로 뱀파이어 외모라 부를 만 하다. 연기적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며 맹활약 중이다. 데뷔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시청자들을 실망시킨 적 없는 김소연은 청소년 연기부터 '이브의 모든 것'의 악역을 지나 '검사 프린세스', '아이리스', '투윅스', '순정에 반하다', '가화만사성', '펜트하우스', '구미호뎐1938' 까지.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변신을 해왔고, 그 때마다 자신만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왔다.
천사같은 실제 성격과 미담도 많이 전해져 그가 연기한 치명적인 악녀 모습와는 180도 다른 반전 면모, 팔색조 매력도 발산한다. '펜트하우스'의 역대급 악녀 연기로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는 등 영광도 안았다.
/nyc@osen.co.kr
[사진] 영화 스틸,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