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단투기, 불법주차, 스태프 갑질 등. 드라마 및 예능의 '민폐촬영' 사례가 올 한해만 10건이 넘는다. 과거에도 꾸준히 문제시 돼 왔음에도 개선은 커녕 잘못을 답습하는 모습에 대중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4일,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가 자연경관을 훼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무인도의 디바' 촬영팀이 최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황우치해변에서 촬영시 사용한 돌 무더기를 치우지 않고 방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 또한 공유수면 점·사용을 위해서는 행정시의 협조, 허가가 필수임에도 '무인도의 디바' 제작진은 허가 없이 촬영을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무인도의 디바' 측은 OSEN에 "시민분들께 불편을 드려 송구스럽고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다"며 "주민 및 관계 기관에 촬영 사실을 사전에 설명하고 촬영하였으나 진행 및 수습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원상복구 하겠다"고 사과했다.
더군다나 '무인도의 디바'는 불과 반년 전인 올해 4월에도 민폐 촬영으로 인근 주민과의 갈등을 빚었던 바 있다. 당시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모처에서 40대 남성 A씨가 '무인도의 디바' 촬영장에 벽돌을 던졌고, 이로 인해 현장에 있던 여성 스태프 B씨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B씨는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큰 부상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 범행을 인정하며 "촬영 중 발생한 빛과 소음에 짜증이 났다", "잠을 못 자겠더라"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무인도의 디바' 측이 시민들의 생활구역 인근에서 새벽 촬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음 공해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고, 제작진은 "추후 촬영 현장에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또 다시 민폐 촬영으로 구설에 오른 것.
'무인도의 디바' 외에도 지난달에는 넷플릭스 'Mr.플랑크톤'이 쓰레기 무단 투기 논란으로 고개를 숙였다. 제주도 서귀포시 화순 인근에서 촬영을 진행한 뒤 인근에 쓰레기를 불법 투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보도된 사진에는 생수통, 담뱃값, 종이 뭉치 등이 촬영 현장에 널부러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충격을 안겼다.
이에 'Mr.플랑크톤' 제작사 측은 "15일 화순금모래해변에서 오전~오후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 종료가 일몰 후 완료됨에 따라, 당일 및 다음 날 오전 이틀에 걸쳐 청소 계획이 예정됐던 바 있다"며 "확인해본 결과, 제작진이 금일 오전 더욱 주의를 기울여 청소를 마무리했다. 앞으로 촬영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같은 달에는 웹예능 '전과자'가 고려대학교 철학과 편 촬영 과정에 학생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전과자' 측은 "제작진으로 인해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촬영하면서 대학 내 수업 참여 및 학교 시설 이용 시 학생분들께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사과했으며, 재정비를 위한 한 주 휴방 공지와 함께 "남은 학과 리뷰는 더욱 신중하고 안전하게 촬영하겠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또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병원 촬영중 본관을 찾은 환자 보호자의 통행까지 통제해 문제가 됐으며, 티빙 '피라미드 게임'은 촬영을 이유로 등굣길과 인도, 자전거 도로를 통제해 학생들이 찻길로 걸어다니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돼 항의를 받고 사과했다.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는 코엑스에서 촬영 중 한 스태프가 외국인 관광객에 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져 사과했으며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폭싹 속았수다'는 고창 청보리 축제에서 촬영을 이유로 관광객들의 길을 막고 소리를 치는 등의 행위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는 인천공항에서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줘 논란이 됐고, '솔로지옥3'는 해양보호구역에서 무허가 세트를 설치해 문제가 됐다.
이밖에도 채널A '하트시그널4', ENA '사랑한다고 말해줘', 넷플릭스 '마스크걸' 등 드라마, 예능 구분없이 민폐촬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올해만 10번이 넘는 민폐촬영 사례가 잊을 새도 없이 쏟아지면서 "촬영이 벼슬이냐"는 원성도 쏟아지고 있다.
통행 방해는 기본이고 쓰레기 무단투척, 소음공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물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모든 촬영을 세트장에서만 진행할 수는 없다. 리얼리티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섭외를 통해 야외나 빈 건물, 또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 중인 공간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사유가 아닌만큼, 무조건적인 양해와 협조만을 바라는 태도는 대중들의 공감을 받기 어려울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사용 공간을 어지럽힌채 뒷정리를 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입은 시민들에게 큰 소리 치는 행위는 작품 그 자체에도 먹칠을 하는 행위다.
특히 매번 비슷한 이유로 비슷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사과를 반복한다 한들 대중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하다. 진정으로 작품을 생각한다면, 재발 방지와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완만히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사과보다 우선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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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티빙, 넷플릭스, JTBC, 지니TV, 채널A,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