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 샤오시엔, 치매 투병으로 영화제작계 은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영화 감독'이라는 평을 듣는 대만 영화감독 허우 샤오시엔(Hou Hsiao-Hsien)이 은퇴했다는 보도가 등장했다.
인디와이어의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비정성시', '희몽인생', '상하이의 꽃', '밀레니엄 맘보' 등 시대를 초월한 명작을 만든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현재 치매 투병 중이며 이로 인해 영화계에서 은퇴했다.
76세인 그는 지난 몇 년간 자신이 오랫동안 개발해 온 영화 '술란 강'을 만들고 싶어했고, 촬영지 선정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 2015년 '암살자'가 그의 마지막 영화로 남게 됐다.
그와 가까운 소식통은 허우 샤오시엔을 두고 "확실히 다시는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은퇴 사실을 확인시켰다.
다만 그의 은퇴 소식이 대만 현지에서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대만에서는 그의 사무실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 이미 비밀이 아니며 많은 직원들이 퇴사했다. 허우 샤오시엔과 그의 가족은 그의 건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허우 샤오시엔은 에드워드 양(Edward Yang)과 함께 1980년대 대만 뉴웨이브의 선두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 수십 년간의 권위주의 통치 이후 민주화되고 있는 작은 나라를 세계 최대의 영화 수출국 중 하나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는 역사성 의미를 갖는데 '비정성시'는 대만 2.28 사건을 최초로 그린 작품이다. 1947년 중국 내전이 격화되고 반공 히스테리가 끓어오르자 국민당이 수천 명의 대만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 이 영화에 담겨져 있다. 그 전까지는 정부의 검열로 인해 언급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허우 샤오시엔이 대만 역사학에 기여한 것 외에도 그의 영화에는 뛰어난 예술성이 존재한다. '비정성시'는 198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인디와이어는 이 작품을 1980년대 최고의 영화 100선 목록에 포함시켰다. 그는 이후 25년에 걸쳐 엄청나게 풍부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상하이의 꽃'은 90년대 최고의 영화 목록에 올랐고, 그는 2015년 그의 마지막 영화 '암살자'로 칸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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