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키' 간담회는 뒷전이 됐고, 최현욱의 사과 멘트만 쏟아졌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지난 23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U+모바일tv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쿠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남지현, 최현욱, 김무열, 정다빈, 송민엽 감독 등이 참석했다.
이날 최현욱에게 첫 질문으로 꽁초 무단투기 논란 후 첫 공식석상에 선 소감이 나왔다. 이는 배우 본인을 비롯해 많은 취재진이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현욱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현장에 들어왔다.
앞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우 최현욱 목격 영상"이라는 제목의 짧은 동영상이 확산됐다. 해당 영상 속에는 최현욱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여성과 손을 잡은 채 자동차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흡연구역이 아닌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길바닥에 무단으로 꽁초를 투기하는 모습에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후 최현욱은 관련 논란을 접한 뒤 사과했고, 절차에 따라 과태료 납부를 완료했다.
최현욱은 추가로 자필 편지에서 거듭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날 다시 한번 마이크를 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 자리를 통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는 말 하고 싶다"며 "많은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충고를 통해서 많이 반성하고 책임을 갖고 노력하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곧바로 비슷한 질문이 재등장했다. "사생활 리스크와 캐릭터 사이의 이질감이 있는 것 같은데 대중이 본인의 캐릭터를 어떻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느냐?"는 것.
기자간담회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질문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최현욱의 상황에서 사실상 답변은 정해져 있다. '기승전-사과'뿐이다. 특히 극 중 최현욱이 맡은 서수호는 엘리트 고등학교에서 성적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천재소년 캐릭터. 최근 퍼져서 이미지가 하락한 동영상과 비교하면 극과 극의 얼굴이다.
소속사 공식 사과, 본인 자필 사과문, 첫 공식석상 사과도 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면 최현욱의 답변은 너무나 예상 가능하다. 그는 "사실 드라마에 어떠한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서는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입을 열자마자 사과부터 했다.
이어 "그리고 호수라는 친구는 초반에 분량이 많이 나오진 않아서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 친구의 비밀 등이 밝혀지고, 이 친구에게도 선함과 순진무구함만 있는 건 아니다. 이 친구의 욕망도 있다"며 "그래서 사실 (배우로서) 연구도 많이 했다. 이 친구가 왜 저렇게 몸을 숙이고 눈치 보고 다니는지 궁금증을 가지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질문이 최현욱에게 갔는데, 이번에도 '담배 꽁초'였다. 이 질문에선 일부 탄식도 들렸고, 분위기가 급격히 싸늘해졌다. "최근 논란으로 '하이쿠키'의 몰입이 방해 될거란 얘기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라고 물었다.
이미 '기승전-사과'로 굳어졌고, 최현욱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작품에서 청소년 역할을 맡았는데 학생물이었다. 성향은 다르지만 각각 그 친구들의 성향을 생각하면서 노력하고 연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MC 박경림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있었다"라고 하자, 그는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주변에서 많은 조언과 충고를 해주셨고, 나의 미성숙함에서 나온, 어떠한 위치에 대해서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도록 하겠다"며 세 번째 사과를 내놨다.
'하이쿠키' 기자간담회 기사가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대형 포털사이트 중심으로 살펴보니, 최현욱의 사과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상대적으로 주연 배우 남지현, 김무열, 정다빈 등은 들러리가 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최현욱은 개인 인터뷰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백명의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이 노력한 작품을 위해서라도 조심스러운 멘트와 사과만이 최선이었다. 또한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이라도 그 자리는 최현욱의 '담배꽁초 투기' 논란 이후 배우로서 태도와 입장을 묻는 자리가 아니었다. 관계자들이 '하이쿠키' 예비 시청자들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마련한 행사였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많은 기대를 갖고 작품을 기다리는 시청자를 위해서라도 드라마와 관련된 질문이 더 나왔어야 했다.
최현욱에게 포커스를 맞춰 다른 배우들을 이른바 병풍으로 만들면서까지 2번, 3번 재차 되물어야 할 만큼 '하이쿠키' 간담회에서 중요한 논제였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설령 질문의 의도가 사과를 받기 위함이 아니었더라도, 결과적으로 행사 취지에 어긋난 '사과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
기자의 질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궁금증이 생기면 언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선을 넘지 말아야 할 때도 분명히 있다. 못할 질문은 없지만, 현장 분위기를 망치면서까지 중언부언되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 어떤 가치를 둘 수 있을까.
/ hsjssu@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