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에서 김신록은 미스터리하다. 작품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음에도 짧은 등장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그는 중반부에 접어들어서야 서서히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의문을 하나 둘씩 해소시키고 있다.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은 어설픈 유괴범 김명준(윤계상 분)과 11살 천재 소녀 최로희(유나 분)의 세상 특별한 공조를 담은 코믹 버디 스릴러. 작중 김신록은 김명준의 전처 서혜은 역으로 분했다.
‘유괴의 날’은 서혜은이 김명준에게 딸 김희애(최은우 분)의 병원비를 빌미로 최로희를 유괴할 것을 지시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정작 서혜은의 서사는 초반부 내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바. 김신록은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진실과 거짓이 혼동되게 연기를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가 많은 비밀을 갖고 있고 뒤로 갈수록 하나씩 열린다. 사실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는것 같더라. 그게 오히려 작품, 캐릭터의 주제와 톤하고도 맞다고 생각했다”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서혜은을 연기함에 있어서 “눈으로 하는 말과 입으로 하는말이 매번 다른 사람,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는 부분에 주안점을 뒀다. 외적으로나 연기톤으로나 ‘소시오패스’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보다는 “결핍과 욕망이 많고 자기애로 가득찬 인물”이라고 설정을 두고 연기했다고.
이어 “이제부터 서혜은의 비밀들이 열리기 시작하고 10~12부에 휘몰아친다. 어떻게 봐주실지 저는 지금부터 긴장하고 있다”면서도 “제3자 입장에선 비밀이지만 서혜은 입장에서는 거짓말 플레이라 연기할때는 재밌었다. ‘진짜인듯 진짜 아닌 진짜같은 너’의 느낌으로 연기했다. 무엇보다 서혜은 한 회에 한, 두장면 나온다. 7부부터 서혜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6부까지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받는 것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괴의 날’은 7회까지 나온 상황. 서혜은은 남은 회차의 관전포인트를 묻자 “갑자기 사건들이 폭발적으로 확장됨과 동시에 해결된다. 아마 눈코뜰새없이 쫓아가시게 될 거다. 혜은이는 사건의 중심에서 어떤일들이 벌어졌는지 시청자여러분께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신록에게 있어 서혜은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동의할 수는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그게 저한테 어렵다. 인간으로서 깊이 공감하고 연기할 때 수월한데, 서혜은의 방식, 감정,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배우로서 이해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해보는 부분이 어려웠고 저한텐 도전이었다. 동의할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할 때 마음을 어떻게 써야할지, 시청자들에게 이해해 달라고 호소해야하는지, 매 순간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다름아닌 ‘유괴를 사주하는’ 행위. 김신록은 “어떤 이유에서든 동의 못한다. 나중에 서혜은의 어린시절 아픔이 드러나지 않나. 입양되고, 실험 당하고, 파양되고, 인생이 기구하고 파란만장하다. 악행에 늘 그게 변명거리였을 거다. 하지만 똑같이 살아온 사람도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하는 건 환경이 100이 아니기 때문이다. 혜은이는 환경에 매달려서 계속 탓하는 거다. 그렇게 말하는 심정을 이해는 하겠다만 동의는 할 수는 없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모성애 또한 깔끔히 배제하고 싶었다고. 김신록은 “애매하게 이유를 주고싶지 않은 면이 있다. ‘사실은 딸을 사랑했다’ 이런 게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모성애가 없는 사람도 있을테니 여지를 주지 않고 논리적으로는 왜 이랬는지 이해할수 있지만 마음속 깊이 동의될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하려 했다”며 “진짜 무의식적인 부분에서 사랑한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바라봐주실지는 해석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결말에 대한 귀띔도 전했다. ‘유괴의 날’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바. 원작 결말과의 차이를 묻자 김신록은 “메인 줄기는 결론이 똑같이 다다른다. 하지만 10~12부는 추가된 부분이 많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원작에서 하나의 줄기가 추가된 부분이 있다. 제이든(강영석 분)의 경우 원작에 없는 인물이고. 모은선(서재희 분)은 원래 잠깐 스쳐지나가는데 주요 인물이 됐다. 이런식으로 줄기가 하나 더 꼬여있다. 10부부터는 그 줄기가 메인이 된다. 원작의 메인 줄기를 해결하긴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한 줄기가 확장되면서 그 이야기가 휘몰아친다”고 전했다.
서혜은 캐릭터 역시 새롭게 쓰여진 부분이 많다고 밝힌 그는 원하는 평을 묻자 “딱히 없다. 누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유괴의 날’은 첫 방송 1.8%에서 시작해 7회에서 4%(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로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김신록은 “대본 보면서 ‘재밌다’, ‘잘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 2부 시청률이 안나와서 걱정했다. 그래도 시청률이 오르고 있어서 기대하고 있다”며 “ENA에서는 ‘남남’이 5.5%로 역대 시청률 두 번째라더라. ‘남남’보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유괴의 날’에 앞서 김신록은 ‘방법’, ‘괴물’, ‘술꾼도시여자들’, ‘지옥’, ‘재벌집 막내아들’ 등 소위 ‘잘 된’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공교롭게 ‘재밌다’, ‘좋다’, 이런 평을 많이 받는 작품에 얼굴을 비추고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운이 좋은거지 않나. 대단히 많은 대본을 받아서 그중 선구안을 발휘했는데 맞아들어간 게 아니라 저한테 너무 감사한 작품들이 와서 참여했는데 잘 된거다. 좋은 작품을 만드시는 분이 저를 눈여겨봐주시고 써주셨다는게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매 작품마다 늘 범상치 않은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것에 대해 그는 “아직 드라마는 1, 2년밖에 안 해서 문제없다. 내년에 또 생활연기, 일상적인 연기를 요구받는 작품이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대중은 새로운걸 보고싶어 하니 저한테서 그런 얼굴을 찾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김신록은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를 통해 연기생활을 시작해 수많은 연극 작품에 출연하며 관객들과 만나왔다. 그런 그가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것은 2020년 tvN ‘방법’이 처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연극과 드라마 연기의 차이를 묻자 김신록은 “비슷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예를들면 연극은 시작부터 끝까지 배우가 순차적으로 삶을 살아낼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순서가 뒤죽박죽해서 몸을 타면서 실시간으로 연기할 수 없는게 어려운점이다. 그럼에도 몸의 상태나 장면에 맞는 몸을 구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극을 할때도 분장 테이블을 보면 누구는 정말 자기 방을 차린다. 집에 와 있는 것 같더라. 저는 한달 공연 해도 끝날때까지 짐이 거의 없다. 곧 떠날사람처럼. 드라마 현장도 ‘익숙해졌냐’, ‘적응 되냐’고 물어보는데, 저한텐 연극 현장도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감각으로 살았다. 여기도 비어있는 테이블처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앞으로도 연기를 통해 모르는곳에서 모르는일을 하고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신록은 “연극 하다가 방송으로 넘어온 것도 모르는 일이었다. 방송하며 CF를 찍고, 최근 ‘지구 위 블랙박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해보고, 예능도 해봤지 않나. 그런 것처럼 연기를 통해서 계속 모르는 일들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제가 최근에 이사를 했다. 전에 거실에 화분을 놓고 키웠는데, 이사오면서 분갈이 하고 베란다에 놨다. 그랬더니 한 화분은 잎이 5배 크게 열리더라. 잎 모양도 다르고. 원래 이렇게 생긴 식물인지 몰랐던거다. 또 하나는 분명 잎이 갈라진적 없었는데 햇빛 받으니 처음으로 갈라졌다. 그걸 보면서 새로운 곳에 놓이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계속 새로운 곳에 놓이고 싶은 마음”이라며 “연기는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생명력이 확장되는 일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연기를 하면서 생활인으로서의 나도 확장되고 내 삶이 확장되면서 내 연기의 가능성이나 잠재력도 확장되고 활동하는 범주도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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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저스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