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이렇게 설레는 표현이었나. '연인'의 귀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 파트2가 오는 13일 오후 9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지난달 2일 10회로 파트1을 마무리 한 지 한 달을 훌쩍 넘긴 시간이다.
국내 드라마 중 파트제를 먼저 시도했던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였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OTT는 신작 공개 시점마다 호흡이 빠르게 전환된다. 반면 TV 지상파의 경우 현재 방송 플랫폼 중 가장 느린 호흡으로 구성되고 있다. 더욱이 '연인'은 이렇다 할 후속작 없이 스페셜 편성과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계 만으로 편성을 대체했다. 자연스레 '연인' 파트2의 호흡이 더욱 느긋하게만 다가왔다.
다행인 점은 '연인' 자체가 느린 호흡의 로맨스 드라마라는 점. 남자 주인공 이장현(남궁민 분)도, 여자 주인공 유길채(안은진 분)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확인하고 확신하기까지 과정이 모두 더뎠다. 심지어 파트1 엔딩에서는 둘의 이별을 암시하는 결말까지 등장해 애청자들을 분통터트리게 했던 바. 시원시원하게 직진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대세인 요즘 드라마 시장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역설적이게도 '연인'의 이와 같은 점이 시청자들을 애태웠다. 느리지만 착실하게 쌓아가는 로맨스는 감정의 깊이감이 달랐고, 이장현과 유길채가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조차도 그저 애틋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드라마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관통하는 로맨스물인 데다가, 남여가 유별한 조선을 배경으로 하니 엇나가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은 퍽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음은 커지는데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상황. 안달복달한 시청자들에게 배우들은 묵직한 감정 연기로 충만감을 선사했다. 남궁민의 깊이 있는 시선, 대사 한 마디까지 그냥 넘기지 않는 호흡은 탄성을 자아냈다. 안은진은 회를 거듭할 수록 발전하는 모습으로 전란과 사랑을 겪고 성장하는 유길채 그 자체를 대변했다.
물론 드라마를 둘러싸고 그저 애틋한 반응만 있던 것은 아니다. '연인' 파트1 엔딩에서 유길채가 결국 이장현과의 이별을 선택하고, 배우 이청아가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해 흡사 여자 주인공이 바뀐 듯한 연출이 등장해 반발을 샀다. '연인' 극본을 쓴 황진영 작가가 드라마에 대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영감을 받아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밝혔으나, 영화의 원작이 되는 동명 소설과 표절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일부 설정이 유사하고 대사만 바꾼 수준이라는 점도 비판을 산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시청자들이 '연인' 파트2를 기다리고 있다. 공백기 사이 순간의 분노는 휘발됐고, 출연진과 제작진에 대한 신뢰감이 남아 다시 한번 애틋하다 못해 절절한 감정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감을 키웠다. "몹시 그리워하고 사랑한 연인"이라는 작품 공식 포스터의 표어처럼 드라마 팬들이 '연인' 자체를 몹시도 그리워하고 사랑할 지경이랄까. 결국 '진엔딩'은 파트2에 달려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 또한 직감하고 있는 여파다.
그 사이 금토극 시장은 무주공산이 됐다. 당장 동시간대 경쟁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순옥 작가의 컴백작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이 나가 떨어졌다. '펜트하우스'를 뛰어넘다 못해 도가 지나친 등장인물들의 악행으로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판에 휩싸인 여파다. 이에 7% 대 시청률을 전전하고 있다.
'연인' 파트1 엔딩 10회는 12.2%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터. '연인' 파트2 컴백과 동시에 기대감에 화답하며 곧바로 이를 회복할 수 있을까. 방송사인 MBC는 작심한 듯 한글날 연휴 기간인 오는 8일과 9일을 '연인' 파트1 1회부터 10회까지 전회차 몰아보기를 편성했다. 작중 배경인 병자호란을 더 자세하게 알리기 위해 안은진은 MBC 예능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더 컬렉션' 제작진과 만나 '연인 컬렉션' 특집까지 촬영했다. 비워둔 왕좌를 찾기 위해 '연인' 파트2가 부지런히 달려오는 중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