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세상’에서 배우에서 현재 낚시용품을 나르며 영업에 뛰어든 올해 일흔이 훌쩍 넘은 백찬기의 근황을 공개, 연락이 닿지 않는 딸에 대한 간절함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5일 방송된 MBN ‘’스타다큐 특종세상’에서 ‘토지’와 ‘개국’, ‘달동네’에서 등 80년대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배우 백찬기의 근황을 전해졌다.
한 때 배우 장미희와도 호흡을 맞췄다는 백찬기. 극 중에 장미희가 짝사랑했던 배역을 맡기도 했다. 올해 일흔 다섯인 백찬기는 현재 낚시용품 박스를 나르고 있었다. 묶음 추를 수입해서 낚시용품점에서 납품하는 것이라고. 사무실도 없어 봉고차를 타고 다니며이 일을 시작했다. 알고보니 후배 배우 정흥조의 권유였다. 그는 아직 수입은 없지만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기쁘다고 했다.
40여년 연기생활을 뒤로한 채 낚시용품 판매에 뛰어든 이유를 물었다. 그는 “세대차이가 바뀌었다 젊은 애들이 들어오고, 나이든 사람은 이렇게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한때 드라마 ‘달동네’에서 장미희가 짝사랑한 배역을 맡았다는 그는“장미희와 첫 주연, 진짜 떨렸는데 편안하게 하라고 해, 그때 정윤희와 장미희가 톱이던 시절”이라며 “밖에 나가면 못생긴게 예쁜 아가씨를 싫냐고 욕하고 했다, 나만 가면 다 ‘달동네’ 얘기만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배우 백찬기로 내려놓고 산지 10여년. 그의 삶도 바뀌어있었다. 집 근 처 재래시장을 들린 그는 시장을 보고 집으로 향했다. 가파른 언덕 위, 오래된 빌라촌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백찬기. 홀로 살고 있던 그였다.그는 “30만원 월급타고 버스비 내고 녹화, 점심비 내면 턱없이 생활비가 부족했다”며 “(네 식구였지만) 아이들과 수제비만 먹어, 항상 못 해줘서 미안했다”며 가족들을 떠올렸다.
또 최근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백찬기. 신용불량자로 파산 신청까지 하고 가족들과 흩어져 살아야했다.그는 “사람이 어렵고 팍팍할 때 생을 마감하는 구나 생각했다”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야했던 위기를 전했다.
다음 날, 깔끔하게 단장 후 어디론가 향했다. 아무리 바빠도 찾아가는 곳이 있다고. 바로 아내가 잠든 납골당이었다.그는 “내가 최고로 존경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며 7년 전 아내와 사별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내에게 “간경화가 암으로 변하더라 갑자기 암으로 변해 못 일어났다”며 “큰 병원 갔어야하는데 아내가 돈이 아까워서 안 간다고 해, 그렇게 악화됐다 내가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게다가 자식들과 갈등도 보인 박찬기. 그는 아내의 영정사진 앞에서 “딸은 나한테 말도 안 한다, 내가 아무 소리 안 하려 한다 내가 묻어두려고만 한다”며 넋두리를 했다. 그리고 그날 밤, 망설임 끝에 딸에게 전화했으나 딸은 받지 않았다. 알고보니 이혼 후 힘들게 두 아이를 데려온 딸을 모른 척 할 수 없었고, 대출이 불어나 집 보증금까지 빼주게 됐다고.
그는 “딸이 카드 좀 빌려달라 해, 70% (대출을) 다 막아줬는데, 올해 8월은 도저히 내가 갚을 능력이 안 돼 파산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이) 염치가 없어서 나와 연락 안하겠지 생각해 오죽하면 네가 날 피하겠나싶어 그냥 묻어두고 있다”고 속사정을 전했다.
다음 날, ‘전원일기’ 등 고 박정희 대통령 역할을 전담했던 배우 이창환을 만났다. 그는 파산신청했다는 박찬기 사정을 알게 된 후, 시니어 배우 오디션 정보를 전한 것. 그는 “내 캐릭터 맞다면 열심히 하고 싶다”며 고마워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그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꽤 오래된 방치된 우편물이 있는 한 오피스텔. 딸이 살고 있다는 오피스텔이었다. 연락도 닿지 않은데다 몇달치 우편물이 쌓여있는 것을 보며 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 걱정한 것. 그는 떨리는 손으로 벨을 눌렀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혹시라도 얼굴을 볼까 주변만 서성거렸다. 딸이 어디서 사는지 걱정 뿐인 그였다. 박찬기는“딸이 돈 필요해서 못 주면, 도둑질할까 걱정. 그러면 부모는 가슴이 찢어진다”며 미안한 마음만 전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딸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편지로 써내려갔다. 박찬기는 “내가 부잣집 아빠였다면 딸이 이 걱정했을까,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며 “없던 걸로 덮어주고 열심히 살자 싶다”며 마음을 전했다. 일흔 다섯에 새출발을 시작한 배우 박찬기. 그의 진심과 노력이 딸에게 닿기를 많은 이들도 응원했다. /ssu08185@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