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 블랙박스’가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안긴다.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에서 KBS 공사창립 50주년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구민정 PD와 최정훈, 윤도현, 모니카, 립제이, 대니 구, 김신록, 김건우 등이 참석했다.
KBS 공사창립 50주년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는 거주 불능 상태인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데이터 센터 블랙박스'의 유일한 기록자(김신록, 박병은, 김건우)가 2023년의 뮤지션들이 남긴 '기후 위기 아카이브 콘서트' 영상을 발견하게 되는 스토리를 그린다.
‘오늘 무해’ 등 환경 예능을 선보인 바 있는 구민정 PD는 “음악으로 남기는 지구의 마지막 기록이라는 콘셉트로 드라마와 콘서트가 결합된 작품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거주 불능해진 미래에서 푸릇했던 2023년의 영상을 꺼내 보는 형식이다”며 “기후 위기라는 이슈가 중요한 의제인데 그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하는 건 쉽지 않다고 느꼈다.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마음을 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했다. 감정을 울릴 수 있는게 뭘까 싶었는데 음악, 연기로 풀어가는 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더 쉽고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콘서트와 드라마 형식으로 결합해서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구민정 PD는 아티스트들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아티스트와 배우 분들이어서 섭외를 했다. 기후 위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 로케이션 선정이 중요했다. 어떤 분이 그곳에서 노래를 했을 때, 서있을 때 어울릴까 싶었는데 TV 모니터의 배경을 띄우고 아티스트 분들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비교해봤다. 그 로케이션에 가장 어울리는 아티스트를 선정했다. 배우 분들은 콘서트를 보는 형식이라서 모노 드라마다. 배우의 연기가 쉽지 않은데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감정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내공이 있으신 분들을 떠올리니 김신록, 박병은, 김건우였다”고 설명했다.
윤도현은 블록버스터급 수조 공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수조 안에서 ‘흰수염고래’를 열창한 모습은 기후 변화에 따른 부산의 해수면 상승을 상징했다. 윤도현은 “고생을 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분들에 비하면 덜했다. 특히 최정훈에 비하면. 내가 남국에 가고 싶었는데 이야기 들어보니 동해가 내게 딱이었다. 생각보다 직접 보니까 해수면이 상승해서 해변이 없어지는게 심각했다. 어릴 때 놀러갔던 곳이 다 없어지니까 심각하다 느꼈다. 수조는 쉽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서 따뜻한 물로 해달라고 했는데 얼음물이었다. 뜨거운 물이 식었다고 해서 덜덜 떨면서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윤도현은 “환경에 관심이 워낙 많아서 노래도 많이 만들었다. 공연장이 환경 오염, 파괴하는데 일조하는데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회용품 판매하지 않고 정수기를 놓고 텀블러 사용을 권했다. 그랬더니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 그래서 보람이 있었는데 ‘지구 위 블랙박스’ 촬영을 하고 나서 더 환경운동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최정훈은 맨땅을 드러낸 남극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거대한 빙하들 사이에서 노래를 부르는 최정훈과 함께 눈이 사라져 맨 바닥을 다 드러낸 남극이 충격을 안겼다. 최정훈은 “남극을 다녀왔는데, 남극에서 노래를 할 때 방한 장비를 많이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섰는데 그렇게 춥지 않았다. 그렇게 입고 노래를 하면 이상할 정도였다. 니트 하나 입고 라이브를 했는데 그만큼 남극인데도 따뜻했다. 빙벽이 녹아 내리고 시종일관 천둥 번개 소리가 난다. 그런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정훈은 “3월에 도착을 해서 7월, 8월까지는 경각심을 가지고 정말 진심을 다했다. 사람인지라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지구 위 블랙박스’ 편집 된 영상을 보면서 다시 리마인드 됐다. 일회용품, 플라스틱을 썼을 때 그냥 버렸다면 이제는 양심의 가책이 있는 상태에서 버리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니카와 립제이는 김윤아와 함께 노래 ‘세상의 끝’에 맞춰 인류의 행동으로 인해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여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모니카는 “김윤아의 팬이어서 팬심이 가득 묻어난 퍼포먼스를 한 것 같다. 김윤아가 지구, 자연을 의미해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죽은 숲 위에서 노래를 시작한다. 대지의 여신 같은 판타지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 나와 립제이는 인간이라는 종족을 표현했다. 우리가 해석한 자연의 슬픔은 원하지 않은데 망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예쁘니까 만져보고 하다가 호기심이 과해진다. 하지만 자연은 아프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흰색의 드레스가 찢어지고 빨간색 드레스가 나온다. 그게 아픔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배 위에서 연기를 한다. 춤으로 변해가는데 처음에는 배 위에서 있는 우리가 관광객으로 보여서 행복해하지만 이상함을 느껴서 배를 끌어도 보고 물건을 버리고 배의 무게를 줄인다. 물이 없는 강을 가는 배를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담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대니 구는 정재형과 함께 수상 연주회 퍼포먼스를 선보였따. 연주의 배경은 맹그로브 숲으로, 탄소 순환에 있어서 중요한 생태계로 꼽힌다. 대니 구는 “정재형과 함께 태국을 갔는데 물 위에서 연주를 했다. 클래식 음악을 하니까 공연장에서 주목을 받는데 자연에서 연주를 하니까 우리가 작게 느껴졌다. 촬영 전에 맹그로브 숲이 없어지는 장면을 계속 봤다. 미안한 마음도 생기고 기후 위기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김신록, 박병은, 김건우는 각각 2054년, 2080년, 2123년 블랙박스 센터의 기록자로 분한 영상으로 명품 열연을 펼친다.
‘2054년의 기록자’ 김신록(윤 역)은 “배우들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국내외 기후 변화 지역에서 고퀄리티로 찍으신 부분을 드라마 구조로 잘 안착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정서적인 공간을 마련하고 드라마 구조 안에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드라마 흐름 안에서 뮤직비디오로 이어지고 나오는 브릿지 역할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신록은 “세트장에서 이틀에 걸쳐 촬영했다. 13페이지 분량의 거의 독백으로 채워진 대본인데 구조적으로 잘 쓰여져 있었다. 드라이하게 읽기만 해도 정서적 흐름이 잘 구축됐다. 대본에 잘 기대어서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2123년의 기록자’로 지구 덕후가 된 김건우(니오 역)는 “해오던 연기로 비교하자면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하고 싶다, 다르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보다는 흐름에 잘 맞춰서 튀지 않고 방해가 되지 않게 하려고 했다. 더 집중이 될 수 있게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건우는 “상대방과 연기하기보다는 AI와 하는 거여서 독백이 많았다. 평소에 하는 대화가 아니라 지구 환경에 입각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 리딩 할 때부터 연기할 때까지 생소했다. 하지만 이 인물이라고 굳게 믿고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구민정 PD는 “‘오늘 무해’를 했었는데 유명하고 환경에 진정성 있는 분들과 해도 시청률이 높지 않았다. 화제성 끌어오는게 쉽지 않다. 기후 문제라는게 관심을 가질수록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에 비해 관심을 끌기 쉽지 않아서 용을 쓰고 기획했다. ‘이래도 안 볼거냐’는 식으로 아티스트, 배우들과 작업을 했다. 다큐멘터리 아닌 드라마, 예능이니 관심 갖고 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도현은 “조금이나마 환경,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많은 분들이 동참할 수 있게 붐을 만들고 싶다. 잘 되어서 나중에는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이 콘서트로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립제이는 “재난이 닥쳤을 때 댄서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퍼포먼스, 프로그램을 보시면서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바가 있다면 일상적으로도 환경 보호에 참여해보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최정훈은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음악을 하면서 음악인으로서도 값진 시간이었다. 환경을 위한 일이라는게 장벽이 낮아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다같이 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구 위 블랙박스’ 보시면서 무거운 마음가짐으로 임하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위기를 맞이한 지구의 모습을 음악으로 기록한 KBS 공사 창립 50주년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는 오는 9일 밤 9시 40분에 첫 방송되며 4부작으로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