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개천절까지 6일이나 되는 길고 긴 연휴에 TV 채널은 계속해 돌아간다. 가족 모두가 재밌게 보는 프로그램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다가 멈춘 영화 채널에 민망한 장면이라도 나왔다가 먼 산을 바라보게 되는 일만큼 민망할 일도 없다.
특히 최근 OTT 채널에서는 정사 장면이 나오거나, 노출이 등장해도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단순히 시청 등급으로 부모님, 친인척 등과 함께 봐도 되는지, 안되는지 구분하기가 더욱 어렵다.
❖ 베드신 나오지만 15세 관람가, 베드신 없어도 청소년 관람불가..애매한 기준?
최근 인기를 끌었던 ‘더 글로리’, ‘나는 신이다’, ‘카지노’, ‘마스크걸’ 등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긴 했으나, 19금의 기준을 어디에다가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은 여전히 나뉜다. 아울러 같은 19금이라고 해도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는 영화와 마약이 주제인 영화는 구분해야 하고, 청소년 관람불가여도 단순히 마약이 나오는 것과 투약 장면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것에도 별다른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총 7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되는데, 보통 선정성의 심할 경우 ‘혼자 봐야 하는 작품’, ‘엄빠주의 작품’이 되곤한다.
그러나 매 작품 시청등급을 찾아보며 부모님과 같이 봐도 되는지, 아닌지를 살펴보기도 어려운 상황.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지만 명절에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와도 같이 봐도 민망하지 않을 작품은 없었을까.
❖ “할머니랑 봐도 괜찮습니다” 청불이지만, 선정성 없는 OTT 작품
먼저 올 한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비밀을 감춘 채 살아온 부모들이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선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빙'은 1~3부작을 제외하고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구분됐는데, 이는 선정성이 아닌 폭력성 표현 수위 때문이다. 안볼 사람 빼고 다 봤다는 '무빙'이지만, 아직 안본 눈이 있다면 이번 명절 연휴를 맞춰 가족끼리 봐도 좋을 만한 이야기가 담겼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로 혼란에 빠진 도시 속 학교에 고립돼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생존과 탈출을 위한 사투를 그렸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은 다양한 살상무기가 이용되고 반복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된 살상 장면으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구분됐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지우학'의 경우 웹툰에 이어 드라마화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시즌2를 기다리며 시즌1을 정주행하는 것도 추천한다.
그런가 하면 '셀러브리티'는 앞서 두 작품과 달리 폭력성 수위가 아닌 청소년 모방위험이 높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 세계를 그린 만큼, 청소년이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 다만 액션이나 수위 높은 폭력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게 왜 청불?'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초능력, 좀비 바이러스라는 비현실적인 소재의 사용보다 사실적인 이야기가 더욱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사실, 작품 속 메시지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 시청등급으로 고르기엔 너무나 복잡한 세상
이렇듯 같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작품이지만, 각가지 기준에 따라 왜 청소년 등급불가 판정을 받았는지 갈라진다. 또 영등위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어떠한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나 넷플릭스 등 OTT의 자체등급분류 제도 도입 이후 청소년관람불가 등 영상등급분류 연령 수준이 대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이 유해 콘텐츠에 접근하기 쉬워졌다는 지적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승수 위원(대구 북구을)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OTT 영상 등급 분류 현황’에 따르면 OTT 등록 콘텐츠의 청소년관람불가 비율은 자체등급분류 도입 이전 25.5%에서 14.7%로 급격하게 줄었다. 반면 전체관람가는 지난해 17.3%, 올해 5월까지 13%였으나 6월 (자체등급분류 도입)이후 34.9%까지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영등위 측은 모니터링을 통해 1,926건 중 141건에 부적격 판정을 하고, 19건은 OTT에 등급 상향 권고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리즈물의 경우 회차에 따라 선정성, 폭력성 등 표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모니터링에서 분류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자체등급분류의 적절성을 찾는 방법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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