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블루-엔플라잉 출신 권광진과 전 틴탑 캡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이돌 그룹 멤버였다는 것. 그리고 탈퇴 이후에도 그 시절 추억을 스스로 꺼내놓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것을 '추억팔이'라고 부른다.
권광진은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기웃기웃'에서 팬과 결혼한 비하인드부터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루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동영상의 제목은 '팬이랑 연애하다가 짤린 전직 아이돌 권광진, "우리 결혼했어요"(전 씨엔블루, 엔플라잉 무적권)'이었다. 누구라도 한 번쯤 눌러볼법한 유튜브용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썸네일이었다.
MC들과 제작진은 "팬이랑 연애하다 엔플라잉에서 퇴출 당했다. 당시 팬과 교제 및 성추행은 사실이 아니지만 교류가 있었다고 기사가 났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궁금해했다.
당시 권광진의 소속사는 '교제 및 성추행은 사실이 아니지만 교류는 있었다'고 발표했으나, 권광진은 "그때 사귀고 있었다.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사상교육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방어기제로 거짓말이 나갔다. 사귀는 것이 발각됐다"며 "근데 말도 안 되는 성추행 같은 게 붙어버리니깐 회사에서는 걷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팬과 어떻게 사귀었는지 묻자 권광진은 "운명이었고, (그 팬이) 현재 아내"라며 "예쁘니까 반했다"고 답했다. 마침 아내가 현장에 와 있었고, 제작진은 "그때 팬 분?"이라고 되물었다. 이에 권광진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성추행은 루머였다. 내가 입건된 것도 아닌 지라시 글"이라며 "이런 글을 작성한 게 아내의 친한 언니였다. 아내가 나와 만나다 보니깐 질투가 나서 말 같지도 않은 글을 인터넷에 썼다. 이후 고소를 했고, 처분 결과와 통지서를 가지고 있다"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다.
성추행이야 억울한 일이니 인생을 걸고서라도 해명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과정에서 "엔플라잉 탈퇴 후 멤버들이 인스타를 언팔하더라", "우린 비즈니스 관계다", "멤버들이 내 결혼식에 오지도 않고 축의금도 안냈다", "작년에 결혼식 앞두고 정용화 형한테 연락했는데 읽씹 당했다" 등 TMI 토크를 남발했다.
최근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는데, 틴탑을 탈퇴한 캡(방민수)이다.
캡은 지난 5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 중 욕설과 흡연을 자제해 달라는 팬들의 요청에 "(틴탑으로) 컴백한다니까 갑자기 와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그 XX 하는 게 솔직히 싫다"며, "청천병력 같은 소리일 수도 있는데 내가 그냥 컴백을 안 할까 생각도 하고 있다"며 거침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무엇보다 당시 틴탑은 주말 메인 예능 MBC '놀면 뭐하니?'에서 완전체로 등장하며 상승세를 탔다. 유재석이 멤버들과 프로젝트 그룹 원탑을 통해 '투 유'를 커버해 틴탑이 멘토로 출연하면서 과거 히트곡이 화제를 모았고, 그 기세를 원동력으로 컴백까지 진행했기 때문. 그러나 맏형이라는 캡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만들었다.
결국 캡은 "난 사실 카메라를 싫어한다. 아직도 무대에서 카메라를 잘 못 보고 10년간 적성에 안맞는 꼬라지를 해줬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는 막노동을 하더라도 맞는 걸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틴탑을 탈퇴했다. 안 맞는 옷을 벗어 던진 캡은 그 후에도 연예계와 아이돌 문화를 비판했고, 유튜버로 변신하더니 여러 채널에 등장했다.
유튜브 채널 '기웃기웃'에 출연한 캡은 아이돌 비인기 멤버로서 현타가 왔던 순간들에 대해 경험담을 고백했다.
캡은 "팬 사인회 같은 걸 할 때 (날 포함해) 3명 정도 앉아 있으면 사인을 받고 가야 되는데 다음 사람이 좋다고 날 무시하고 지나간다"며 "그럼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 팬덤 자체에 대한 혐오가 생기더라"고 밝혔다.
또한 본인과 친했던 걸그룹의 비인기 멤버에 대해서도 "군부대 행사에서 사인회를 진행했는데 '받고 싶은 사람한테 가서 받아'라고 했는데, 아무도 그 멤버에게 사인을 안 받았다고 했다. 그날 와서 술 먹고 울면서 얘기를 하더라. 이런 부분이 진짜 감정노동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비인기 멤버의 서러움이 팬덤의 혐오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관련 영상과 캡처 이미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직후 댓글은 수백개가 달렸고,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틴탑 활동 시절 직접 팬사인회를 갔다는 후기에서 캡의 무성의한 태도를 꼬집거나 폭로하는 댓글도 존재했다. 또한 "틴탑 탈퇴 후 그동안 응원해 준 팬들을 싸잡아 못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냐?"는 댓글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 같은 모습들에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팬들이다. 게다가 씨엔블루와 엔플라잉, 틴탑까지 현재도 이 그룹들은 활동 중인 현역이다. 탈퇴한 멤버들의 입이 조금만 더 무겁고 신중하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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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기웃기웃' '방민수'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