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대호 아나운서가 지금의 삶에 만족하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대호는 15일 방송된 MBC FM4U ‘잠깐만 토크콘서트’에서 “2021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는데 올해로 13년차 아나운서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근 ‘나혼자 산다’를 통해 일상이 공개됐는데 이후에 많이 알아봐 주더라. 방송 전에 혹시 날 오해하지는 않을까 재미가 없을까봐 걱정했다. 방송 후 놀랐다”고 했다.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리얼한 일상을 보여줘 화제가 됐던 김대호는 “방송에서 가감없이 보여드렸는데 여러 가지 표현으로 좋아해줬다. ‘나 대신 저런 삶을 살아줘서 고맙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 어떤 삶을 바랐는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을 뵙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내가 그렇게 특이하냐”고 물은 김대호는 “봐서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나는 나를 굉장히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집에서 살면 좋은지 어떤 차를 타면 좋은지 잘 알기 때문에 후회 없이 선택하면서 살아왔다”고 전했다.
김대호는 자신이 후회없이 살아가게 된 계기에 대해 “부모님이 방송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 부모님 말을 안들을 때부터였다. 보면 잘들을 것 같지만 고집도 세고 말도 안 듣는다”며 “그 이후로 허락받는 삶이 아니라 내가 살려고 하는 삶을 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가 아닌 마당이 있는 집을 산 것도, 남들이 보기에는 허름할 수 있지만 낡은 차를 산 것도 나에게 물어보는 내가 직접 답을 찾는 과정을 지나왔다. 처음부터 잘 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한 작업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걸 추천한다”며 “아나운서 3~4년차에 사직서를 냈던 경험이 있는데 도망가려고 여기서 가장 먼 나라를 골랐다. 남미를 한 달 다녀왔는데 낯선 곳에 홀로 뚝 떨어지면 고민도 없고 내가 영어를 잘 못하니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보는 작업을 하게 되더라”고 밝혔다.
특히 김대호는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냐. 미국의 한 할머니가 다시 태어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난 이미 살고 싶은 대로 살았다’고 했는데 내가 한 말인 줄 알았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 없다. 지금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여러분도 이번 생에 그런 삶을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대호는 “나에게 물어보는 작업을 반복하면 내가 뭘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정해진 정답이 아니라 내 기준이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며 “‘신입사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왔다. 정규직 채용 과정을 거쳤으면 입사하기 어려웠을 텐데 선호도가 있어서 입사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꿈꾸던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하는데 성향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결정적인 계기는 ‘불만제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제로맨이 신입 아나운서들이 대대로 한다. 시청자들의 불만이 제로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내가 불만이 제로였다. 남들이 왜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안됐다. 싫으면 안 먹으면 되고 안 쓰면 되는데 그런 게 반복되면서 너는 아나운서와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라디오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 청취자가 '너무 졸린데 어떻게 하면 되죠?’라고 물었다. 그래서 ‘자요’라고 했다. 세련되지 않은 말이었다. 잘 수 있는 방법들을 나열해야 하는데 감독님이 ‘너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사직서를 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대호는 다시 돌아왔다고. 그는 “통장잔고 이유도 있었고 돌아와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풀리더라”고 했다. /kangsj@osen.co.kr
[사진] 방송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