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이 시작부터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했다.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연출 박유영, 극본 김제영, 제작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이 지난 13일 호평 속에 첫 방송됐다. 어설픈 유괴범 명준(윤계상 분)과 천재 소녀 로희(유나 분)의 첫 만남부터 예기치 못한 의문의 살인 사건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특히 딸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유괴를 결심한 명준은 기억을 잃은 로희에게 자신을 ‘아빠’라고 속였고, 두 사람의 기막히고 신박한 동거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궁금케 했다.
이날 방송은 제목 그대로 명준의 ‘유괴의 날’로 서막을 열었다. 3년 만에 나타난 아내 혜은(김신록 분)은 딸 희애(최은우 분)의 병원비와 수술비를 메꿀 방법으로 유괴를 제안했고 명준은 그 범행에 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명준의 인생처럼 그마저도 계획대로 되리란 법은 없었다. 유괴의 표적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명준의 차 앞에 한 소녀가 갑자기 달려들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아이가 바로 오늘 밤 명준이 납치하려던 로희라는 사실이었다.
또 다른 변수도 생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로희는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이곳이 어디고 자신이 누구인지, 명준에게 납치를 당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누구냐고”라고 묻는 로희의 질문에 명준은 당황도 잠시, 딸 ‘희애’의 이름을 알려주며 자신을 아빠라고 가리켰다. 그리고 그는 딸의 병원비가 되어줄 로희의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 혜은에게 받은 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로희를 집으로 데려온 지 하룻밤이 지나도 그의 부모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는 사이 명준과 로희는 실제 부녀처럼 티격태격하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비록 기억은 잃었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듯 경계하던 로희는 희애의 옷을 갈아입고, 명준은 손수 밥을 차려주고 머리를 말려주는 등 자신도 모르게 아빠 노릇을 했다. 그야말로 ‘유괴’인지 ‘육아’인지 모를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명준의 죄책감과 불안감도 심해졌다. 그리고 “아빠”라는 로희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를 다시 집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끝내 로희의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자 명준은 혜은에게 동태를 살피러 가보겠다며 며칠 전 찾았던 로희의 동네로 향했다. 하지만 명준이 유괴를 위해 찾았던 날과 달리 조용하던 골목은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케 했다. 그리고 로희의 집에 다다른 명준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폴리스라인으로 통제된 로희의 집 앞은 경찰과 기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어수선했다. 그리고 그때 흰 천으로 덮인 시신 2구가 실려 나왔다. 이에 충격에 휩싸여 달아나는 명준의 복잡 미묘한 얼굴은 새로운 위기를 예고했다.
‘유괴의 날’은 첫 회부터 제대로 휘몰아쳤다. 기묘한 관계로 얽힌 어설픈 유괴범 명준과 천재 소녀 로희는 환장의 티키타카로 뜻밖의 코믹 시너지를 만들어 내며 웃음을 자아냈고, 이들을 둘러싼 예측 불가한 반전 전개는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명준, 로희 그 자체에 녹아든 윤계상과 유나의 케미스트리는 완벽 그 이상이었다.
윤계상은 어수룩해 보이지만 마음 따뜻한 김명준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2% 부족한 초짜 유괴범으로 완벽 변신에 성공한 그는 코믹함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진가를 발휘했다. 유나는 시니컬한 성격과 비상한 두뇌를 지닌 최로희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여느 평범한 아이와는 사뭇 다른 천재 소녀의 모습으로 그의 숨은 사연에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한편,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 2회는 오늘(14일) 밤 9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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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