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km' 고우석, 그를 일으킨 것은 슬라이더였다 [준PO 현장]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9.10.10 06: 02

LG 마무리 고우석의 트레이드 마크는 150km가 넘는 강속구다. 삼세번 위기에서 그를 살린 것은 슬라이더였다. 
9일 키움-LG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LG가 4-2로 앞선 9회초 수비, 잠실구장에는 '싸이렌' 소리가 울렸다. 고우석의 등장을 알리는 소리였다. 
1차전 9회 초구 끝내기 홈런 패배. 2차전 9회 동점 허용 블론세이브. 두 차례 아픔을 겪은 고우석은 2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삼세번 도전에 나섰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오늘도 마무리 상황이 되면 고우석을 올린다"고 변함없는 믿음을 보냈다. 

경기를 마치고 LG 고우석과 유강남이 포옹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김하성을 볼넷, 송성문을 사구로 내보내 위기였다. 희생번트로 1사 2,3루. 이제 안타 한 방이면 동점이 될 절대 위기. 대타 박동원이 나섰다. 고우석-박동원 배터리는 사인을 주고받았다. 고우석이 한 두 번 고개를 저었다. 
경기 후 유강남은 "직구 사인을 냈는데, 우석이가 고개를 흔들고 슬라이더를 던지겠다고 했다"며 "처음 몸 풀 때 슬라이더가 괜찮았다. 투수 자신이 가장 던지고 싶어하는 것을 던지게끔 했다"고 말했다. 
김하성 상대로 공 9개를 던졌는데, 최구 구속 155km가 나온 직구가 7개였다. 송성문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는 몸에 맞는 볼이 됐다. 번트를 시도한 이지영에게는 직구만 3개 던졌다. 세 타자 상대로 직구 10개, 슬라이더 3개(사구 포함)였다. 
박동원 상대로 초구 슬라이더 볼. 2구 슬라이더 스트라이크, 3구 슬라이더 스트라이크. 2스트라이크가 되기까지 박동원의 배트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직구 타이밍을 노리는 듯 했다. 4구도 또 슬라이더(볼)였다. 유강남은 "슬라이더를 계속 던지게 하면서 직구를 던질 타이밍을 봤다. 언제 직구를 던질까 하는데 우석이가 슬라이더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계속 슬라이더를 던지게 했다"고 말했다. 
1~4구 연속 슬라이더 대신 직구를 던졌더라면 박동원의 배트는 힘차게 돌았을 것이다. 5구째 드디어 직구를 선택했는데, 박동원의 스윙에 파울이 됐다. 6구 다시 슬라이더를 던졌고, 박동원이 때린 타구는 중견수 이천웅의 호수비로 잡아냈다. 전진 수비를 한 이천웅이 앞으로 달려나오며 잡았다.
고우석은 시즌 초반 마무리를 맡으면서 슬라이더 제구를 더 가다듬었다. 풀카운트에서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는 것을 보고 류중일 감독은 "(주무기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는 것을 보니 여유가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는 '고우석 시리즈'다. 1~3차전 모두 고우석의 피칭에 승패가 갈렸다. 고우석이 부담감을 덜고 자신의 공을 던진다면, LG의 반격 희망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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