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파시 통한 장시환의 선발 전환, “이제 도망갈 곳 없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2.15 18: 07

“이제 도망갈 곳은 없다.”
올해 롯데의 대만 스프링캠프의 화두는 선발진 구축이다. 브룩스 레일리, 제이크 톰슨, 김원중까지 사실상 3자리는 확정된 가운데, 남은 2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장시환(32)은 코칭스태프의 구상과도 맞아떨어지고, 캠프에서 페이스까지 빠르게 끌어올려 선발 후보군 중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스프링캠프 직전, 커리어 대부분을 불펜에서만 활약했던 장시환의 선발 전환을 예고했다. “아까울 정도로 정말 좋은 공을 가졌다. 캠프에서 선발로 전환을 시도해 볼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과정은 순조롭다. 이 처럼 코칭스태프의 구상과 선수의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쉽지 않다. 엇박자가 날 수도 있지만, 그런 기색이 전혀 없다. 이유는 코칭스태프의 구상 이전에 선수 본인이 일찌감치 선발로의 도전을 생각했기 때문.

장시환은 “지난해 11월, 일본 마무리캠프가 아니라 상동에서 연습을 했다. 그 때 2군 코치님들께 ‘내년에 저는 선발 투수를 할 것이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일찌감치 선발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렸다.
그러나 다소 의아한 상황은 장시환이 양상문 감독에게나 주형광 투수코치 등 1군 코칭스태프에게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사실 1군 코칭스태프님들에게 제가 말씀드린 적은 없다. ‘2군 코치님들께서 말씀드렸나?’라고 생각하면서 의아했다”고 웃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텔레파시로 선발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그가 선발 전환에 대한 생각을 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불펜투수로 연이은 좌절이 그의 마음가짐을 선발 투수로 향하게 만든 첫 번째 이유. "그동안 필승조로 나간 상황들에서 좋지 않았다. 사실 내가 컨트롤이 좋은 투수는 아니다. 볼 비율이 많아지니까 급박한 상황에서 혼자 움츠러들었다”면서 불펜에서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한 부분을 언급했다. 구속 유지에 대한 자신감은 선발 전환에 대한 생각을 확고하게 만든 이유. 그는 “100개를 전력으로 던져도 사실 스피드는 자신 있다. KT 시절에도 그렇게 준비를 해봤다. 구속 유지는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선발 투수로 시즌을 맞이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일찌감치 먹었기에 현재 페이스는 빠르다. 그는 “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한 것은 프로 데뷔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면서 “상동에서부터 웨이트도 많이 하고, 러닝도 많이 하면서 선발 투수로 준비를 계속했다. 주위에서는 페이스가 다들 빠르다고 하는데, 조금 있으면 경기에 돌입한다. 페이스를 굳이 낮출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스스로도 현재 페이스에 만족하고 있고, 양상문 감독도 그의 선발 전환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조언을 건네고 있다. 장시환은 “감독님께서 ‘100개를 던지면 전력으로 가운데만 보고 던져라. 던지는 순간 결과는 나오게 된다. 결과를 먼저 예측하지 말고, 결과는 그 다음에 생각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면서 “그 전에는 제구가 안 좋다보니 억지로 스트라이크를 던졌는데, 감독님의 말씀을 듣게고 별 생각 없이 전력으로 던졌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밝혔다.
구종 추가에 대해서도 욕심을 버렸다. 그는 “다른 구종에 대해 연습은 하지만, 실전에서 던질 생각은 없다. 못 던지는 공을 실전에서 던졌다가 맞으면 나만 화가 나게 된다”면서 “롱릴리프를 할 때도 속구와 커브, 슬라이더, 3가지 구종으로 던졌다. 이중 슬라이더와 커브에 속도의 차이만 나게 던질 수 있다면 구종이 5개가 된다. 이 구종들로 버텨볼 생각이다”는 생각을 말했다.
“선발 투수가 아닌 첫 번째 투수로 생각할 것이다”라며 선발 투수를 준비하는 각오를 전한 장시환이다. 선발 투수로의 목표보단 선발 경쟁에서 앞서가는 것이 당면한 목표다. 그는 “이제 나는 도망 갈 곳이 없다. 되든 안되든 일단 혼자서 부딪혀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보깆이 정해진 게 없다. 선발진 두 자리가 남는데 다른 젊은 투수들인 (정)성종이, (윤)성빈이 등과 경쟁을 해서 앞서가는 것이 전지훈련에서의 일차적인 목표다”라는 말로 굳은 다짐을 전했다.
장시환은 일단 1차 대만 스프링캠프에서도 선발 투수로 테스트를 받게 된다. 오는 23일 대만 프로야구 통일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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