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 성장 그늘 NC, 초심 찾고 반등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7.22 06: 36

프로야구 9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NC는 여러모로 특이한 팀이었다. 이른바 재계의 ‘로열패밀리’가 주도하는 KBO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생팀이지만 참신한 운영으로 주목받았다. 일부 과감하고 현명한 운영과 접근법은 오히려 기존 구단들이 모니터링을 할 정도였다.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가질 만한 추월이었다. 여기에 성적도 좋았다. 1군 첫 시즌인 2013년을 제외하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상위권에 위치했다. 롯데의 텃밭이었던 마산에서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이다. 내년부터는 근사한 새 구장도 마련한다.
그런 NC의 성장에 브레이크가 제대로 걸렸다. 주위의 악재에 아예 차가 멈춰선 모양새다. 성적은 최하위까지 추락했고, 김경문 감독의 퇴진과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어수선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시나브로 불거진 구단 운영의 문제에 일부 팬들이 피켓 시위까지 나서는 등 구단 전체가 질타를 받는 분위기다. 승승장구했던 NC의 창단 첫 위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야구계에서는 이런 고전을 너무 빠른 성장의 그늘이라고 보고 있다. NC는 성적과 구단 외형에서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역시나 기초 공사가 부족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좋은 뜻으로 시작된 시스템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확실하게 구축되지 못했고, 일부 프런트와 감독의 맨파워에 의존한 성장은 그 인물들이 떠나거나 힘을 쓰지 못하자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지난 2~3년 사이에 일어난 몇몇 불미스러운 사태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의 부재, 어설프면서도 그간의 이미지답지 못한 대처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성적에 지나치게 올인한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팬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성적이 아닌, 이런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다. 이제는 흐름을 한 번 바꿔볼 때가 됐다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물론 그것이 단기 땜질이 되지 않게끔 이끌어가야 한다.
현장에서는 일단 그 작업이 시작됐다. NC는 창단 이후 베테랑의 비중이 다소 높은 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강제로 리모델링이 되는 형태다. 팀의 주축 선수들이 은퇴했거나,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그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이 대거 1군서 뛰고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NC는 조만간 올 시즌 성적을 포기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 2~3년 뒤를 내다본 선수단 구성을 진행할 필요는 있다.
유영준 NC 감독대행은 “지금 성적도 급하기는 하지만, 멀리 보면 그간 1군에서 많이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장기적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면서 “베테랑 선수들은 그 선수들대로 해야 할 몫이 있다.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게끔 적절하게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장기적인 그림은 현장뿐만 아니라 프런트의 구상과도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NC의 시스템은 아직 이런 방향에서 검증된 힘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어떠한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무의미한 젊은 선수들의 출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진정한 명문 구단을 향한 바닥 다지기는 모든 구성원들의 인내도 필요하겠지만, 그 인내의 시간을 줄이는 것은 구단의 역량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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