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와 예의’ 이호준이 본 재팬야구의 저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7.18 09: 01

KBO 리그 통산 2053경기 출전, 337홈런이라는 빛나는 성적을 남긴 이호준(42)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NC와 코치 계약을 맺은 이호준은 지금은 연수에 한창이다. 일본 최고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에서 2군과 3군을 오가며 부지런히 선수들을 지도 중이다.
“살이 17㎏이나 빠졌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이호준은 16일 일시 귀국했다. 구단 휴식기를 이용해 짬을 냈다. 이호준은 근황을 묻는 질문에 “아주 잘 있다. 집에서 요리도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TV나 보고 있지만 1~2달 정도 지나니 적응이 되더라”고 웃었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한가하지 않다. 이호준은 “타격 파트에 있는데 2군과 3군을 왔다 갔다 한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최고의 구단이다. 자부심이 엄청나다. 모든 면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시간이 쌓인 결과물이 바로 구단 인프라다. 이호준이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이유다. “도대체 무엇이 요미우리를 일본 최고 명문으로 만들었나”라는 궁금증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5개월 동안 본 요미우리, 그리고 일본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이호준은 “기본기와 야구에 대한 예의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이호준은 주로 2군과 3군에 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 과정, 그리고 구단이 어떤 식으로 선수들을 육성하는지를 면밀히 살필 수 있는 위치다. 이호준은 우선 일본의 기본기 강조에 혀를 내둘렀다. 이호준은 “사실 일본에 갈 때 큰 기대를 했다.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고 갔는데 두 달 동안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게 없었다”고 농담을 섞으면서 “결과적으로 기본기였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호준은 “기본기 훈련을 하루도 안 빼고 하더라. 우리가 초등학교 때나 했던 훈련을 프로가 된 지금까지도 한다. 2군인데도 한 경기에 실책 하나 나오는 것을 보기 힘들다. 확실히 투수와 수비는 우리보다 위인데, 2군 쪽에서는 운동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육성 방향도 조금은 다르다고 말한다. 이호준은 “3군 친구들도 야구를 잘 한다. 이 정도면 한국 1군에서 주전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하나라도 좋지 않으면 결코 승격시키지 않는다. 공격이 되고 수비가 안 된다면, 수비가 될 때까지 3군에 남긴다. 150㎞를 던져도 제구가 부족하면 2~3군을 오고갈 뿐이다. 인프라가 받쳐주니 그런 부분들이 가능하다”고 철저한 일본의 준비 과정을 이야기했다.
기본기의 중요성이야 야구가 있는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다. 이호준이 하나 더 유심히 살핀 것은 바로 야구에 대한 선수들의 예의였다. 이호준은 “기본기 운동 시간이 굉장히 길다. 하지만 그걸 빠지는 선수가 하나도 없다. 캐치볼을 대충 던지는 선수조차 없다. 예의도 엄청나게 바르고, 야구에 대해 진지하다”고 일본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프로 정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호준의 이야기다.
이호준은 “미국은 미국 방식의 야구가 있고, 일본은 또 일본의 야구가 있다”면서도 “일본 야구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은 또 다른 환경인만큼 한국도 일본의 장점은 흡수했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졌다. 나름대로 일본 야구를 분석하고 정리하면서 지도자 이호준의 생각 폭도 넓어지고 있다. KBO 리그 5경기 하이라이트를 매일 보며 일본의 장점을 한국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큰 지도자’ 감으로 손꼽히는 이호준은 현미경을 들고 조만간 일본으로 다시 떠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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